'초초' 신생아 데리고 외출하는 미국 엄마들
아직 둘째를 낳기 전, 큰 아이를 데리고 지역 레크리에이션의 수영장을 찾았을 때였다. 주말이라 유아용 풀장에 아이를 안고 있는 아빠들이 많이 보였다. 큰 아이는 아빠를 따라 아동 풀장에서 신나게 놀기 시작하고 만삭이던 나는 수영장 옆의 벤치에 앉아 책을 읽다가 중간중간 풀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아용 풀장에 있던 아기들이 내 쪽으로 가깝게 이동해왔는데, 아무리 크게 봐도 석달도 됐을까 말까한 아주 어린 아가였다. 신생아의 부모들은 자연스럽게 아기를 안고 따뜻한 풀장 물에서 첨벙첨벙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아기들의 표정은 평온했고 호기심어린 두 눈을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열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다보니, 처음 미국에 온지 얼마 안됐을 때의 컬쳐쇼크가 떠올랐다.
초겨울에도 조깅을 나온 엄마들이 조거(Jogger)라고 불리는 큰 유모차를 밀며 달리는 경우를 종종 봤었다. 그 안에는 갓 석달된 아기가 태워져있는 경우도 있었다. 음식점이나 마트에서도 한국 기준의 '초초' 신생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나도 모르게 오지랖을 부리고 싶어서(게다가 사실을 고백하건데 나는 그 옛날 학생 시절부터 아기만 보면 못 지나치는 아기중독자였다. 그냥 모든 아기들이 그렇게 귀엽고 좋았더랬다) 주변을 배회하며 꼼질꼼질하다가 "아구구, 너무 조그마하네요. 몇 개월이에요?" ,"정말 귀여워요!" 하고 묻고, 또 감탄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신생아들의 외출이 익숙해져버린 풍경이 됐다.

날이 조금씩 풀리면 신생아들을 야외 수영장에서 보기도 하고, 공원의 잔디밭에서도 자주 만나 볼 수 있다. 이 곳의 아기들은 아주 어렸을 때 부터 수영을 하고 바깥 공기를 쐬고, 나무와 풀냄새를 맡는 느낌이다. 둘째 아이를 낳고 얼마 안됐을 때부터 큰 아이를 데리러 유치원에 갈 때마다 미국 엄마들이 묻기 시작했다.
"아기는 잘 커? 언제 볼 수 있는 거야?"
다들 궁금해하고 관심을 보였다. 처음 몇 번은 미소로 웃고 넘기다가, 결국 나는 한국의 삼칠일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사실 이렇게 벌써 돌아다니고 있는 나 역시 한국 기준으로는 특이한(?)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기본적으로 미국인들도 아기를 위하고 끔찍히 사랑하지만, 엄마의 삶도 중요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관념이 더 강한 듯하다. 아기를 데리고 외출할 수 없기에 백일이 넘어서까지 될 수 있으면 집안에서 생활하기를 감내하는 상당수의 한국 엄마들에 대한 설명이 미국인들에게 생소한 것이 그 때문이다.
"나는 너무 답답해서 일주일만에 아기 데리고 밖으로 나와서 쇼핑하고 아이스크림 사먹고 그랬어."
아기 낳았을 때의 경험을 묻자, 웃으면서 출산 후를 회상하던 미국 친구 캐서린이 했던 대답이다. 물론 아기의 면역력 때문에 지나치게 사람이 많거나 위생상 문제가 있는 곳은 피하는 것이 이 곳에서도 당연한 일이지만, 한국(특히 서울)의 인구 밀도와는 다르게 크게 붐비지 않는 지역적 특성과 조금은 다른 엄마들의 육아 관념, 미국 소아과에서의 안내 내용이 신생아의 외출을 조금 더 자유롭게 한다.
실제로 나는 두 아이를 낳은 후 찾은 소아과에서 항상 내 기분과 상태를 함께 질문 받고 체크 받고는 했다. 산후에 산모에게 찾아오는 우울증이나 심각한 강도의 육아에서 기인하는 피로도는 늘 중요한 체크포인트였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아기에게 관심이 있었지만, 동시에 나의 기분과 나의 건강상태에도 관심을 가졌다. 두달 된 아기를 데리고 외출해도 괜찮느냐는 나의 질문에 소아과 의사는 웃으며, "벌써 병원 오느라 나왔잖아요? 너무 오래 외출하지만 않는다면 가볍게 바람 쐬고 기분전환 하는 게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좋아요"라고 대답했더랬다.
"아니, 벌써 아기를 데리고 나왔어요"라는 한국식 질문은 당연히 사랑과 관심에서 우러나온 염려겠지만, 신생아의 안전만 적절히 보장된다면 신생아의 외출도 크게 염려할 것이 없다는 것이 미국의 육아방식이다. 엄마의 건강과 엄마의 행복 없이는 아기의 건강과 행복도 쉽게 지켜지지 못한다는 점을 기억해주는 것이 엄마들에게는 조금 더 편안한 배려인 듯 싶다.
이제 날이 제법 풀렸으니, 내일은 꼬물꼬물 움직임이 많이 늘어난 우리 둘째를 데리고 가볍게 산책이라도 해야겠다. 아직 돌도 안된 둘째에게도, 추운 날에는 아직도 뼈마디가 쑤시는 나에게도 오랜만에 즐거운 하루가 될 것 같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큰 아이를 키웠고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순간순간으로 이미 성장해 가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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