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비리' KAI 前 간부들, 1심 집유..주요 혐의 무죄

‘국방 분야 적폐청산’을 내세운 문재인정부 검찰의 방산비리 수사 첫 작품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나고 있다. “국내 최대 방산업체의 경영비리”라는 검찰의 거창한 설명과 달리 1심 재판에서 주요 혐의에 대한 무죄 선고가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2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모(57) 전 KAI 구매본부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문모(61) 전 구매센터장과 김모(54) 전 구매팀장은 각각 무죄, 징역 2년에 집유 3년이 선고됐다. 검찰이 이들 3명에게 징역 6년, 5년, 3년을 각각 구형한 점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재판부는 ‘방산용 다목적 전투기 FA-50에 수출용보다 가격을 높게 책정해 방위사업비 114억원을 가로챘다’는 이들의 핵심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출용에 비해 국내용 제품 가격을 부풀린 점은 충분히 의심된다”면서도 “같은 제품 가격이 다르다는 사정과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가격이 부당하게 부풀려졌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하성용(67) 전 KAI 대표가 차명 지분을 가진 것으로 의심받는 협력업체 T사와의 특혜성 거래로 KAI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도 “기존 업체와 계속 거래하면 발생할 수 있는 생산 차질을 우려한 경영상 판단”이라며 검찰의 배임죄 주장을 배격했다.
다만 방위사업청에 실제보다 낮은 부품 가격 견적서를 제출한 혐의는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방사청에 떠넘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죄라고 인정했다. 견적서 단가 표시를 삭제한 사문서 위조 혐의도 유죄 판단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방산물품 대금은 국민 세금으로 지급된다는 점에서 국민에게 그 피해가 전가됐다”며 “국군 전력 약화와 안보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있는 심각한 범죄”라고 꾸짖었다.
이들은 2011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군수장비 부품 원가를 속여 방사청에 129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앞서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KAI의 경남 사천 본사와 서울사무소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약 3개월간 KAI 경영비리를 수사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검찰이 본격 착수한 대형 기획수사로 이목이 집중됐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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