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요롤레이 요롤레이
[경향신문]
기러기 떼를 보면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러다가도 아프고 힘들어하는 친구가 보이면 가운데 자리를 내어주어 한 마리도 낙오 없이 종주를 마친다. 게임에서 이기고 지고, 금·은·동 메달을 목에 걸기 위함만이 아니다. 발맞추어 함께 달리고, 서로를 격려하면서 축제를 즐겼다는 게 가장 눈부신 역사.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는 놀이마당. 평화를 선포하며 단일기 아래서 한 팀, 한 몸이었던 남북한 선수들. 진정한 챔피언들이다.
인류의 겨울축제가 끝나면 덩그러니 남을 빈산. 이제 주어진 숙제는 메아리가 살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는 일. 산짐승들이 다시 돌아오게 부르고, 파헤쳐진 골짜기마다 나무들을 채워 넣어야 하겠다. 자연의 희생은 한없이 값졌고 고마웠다. 우리는 반드시 가리왕산 복원약속을 지켜가야 한다. 후손들에게 잘 복원된 자연환경을 남기는 일. 짙푸른 숲을 남길 때 금메달은 우리 모두의 차지.
“푸른푸른 푸른산은 아름답구나. 푸른산 허리에는 구름도 많다. 토끼구름 나비구름 짝을 지어서 딸랑딸랑 구름마차 끌고 갑니다. 푸른푸른 푸른산은 아름답구나. 푸른산 그늘 아래는 서늘도 하다. 어깨동무 내동무들 짝을 지어서 매앰매앰 매미소리 찾아갑니다….” 봄소풍 가면서 동무들과 불렀던 이런 동요들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산하고 바다하고 누가누가 더 푸를까. 산하고 바다하고 누가누가 더 푸를까. 내기해 보자~ 내기해 보자~. 나무를 심어줄게. 나무를 심어줄게. 산아 산아 이겨라. 더 파아래라. 요롤레이 요롤레이 요롤레이디 요롤레이….”
알프스 소녀 하이디처럼 “요롤레이 요롤레이디…” 요들송을 부르면서 발맞추어 걷던 우리들. 옛 동무 그리우면 이 노래를 쩡쩡 불러보라. 메아리도 당신의 오랜 길동무.
겨울이 가고 봄이 오누나. 벌교가 집인 교사 부부가 강아지 한 마리를 들고 왔다. 이름이 좀 길다. ‘벌교 꼬막 조니뎁.’ 족보도 없는 발바리 강아지가 봄마당에서 신명이 났다. 요롤레이 요롤레이! 사람 개 고양이 염소 토끼 오리 병아리 담비 노루 산양 두더지 수달 다람쥐 물고기 반달곰 조랑말 산새 들새 모두 다 요롤레이~.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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