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재조사, '가습기살균제' 부당광고 인정..김상조 "통렬히 반성"

정지우 2018. 2. 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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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업체들의 허위 과장 광고 때문에 사용자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다시 판단했다. 2016년 8월 증거 불충분으로 사실상 ‘무혐의’ 결정을 내린 지 1년 6개월 만에 자신들의 조사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공정위의 결정 번복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소송에도 증거 등 일부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피해자들은 공정위가 재조사에서도 여전히 제조업체에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고 비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받아들일지 여부는 미지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제조업체인 SK케미칼의 표시·광고가 가습기살균제를 흡입할 때 위해성 정보를 은폐·누락하고 마치 안전과 품질을 확인받은 제품인 것처럼 사실과 다르게 표현했다”면서 “이는 소비자 오인을 유발했으므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판매업체인 애경과 이마트는 자신의 명의로 판매하는 한, 제품의 위험성을 검증하고 그 위험에 상응하는 표시나 광고를 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SK케미칼과 애경, 이마트에 대해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 1억3000만원과 함께 시정명령, 공표명령을 내릴 것을 결정했다. SK케미칼과 애경의 각 법인과 전직 대표이사 2명에 대해선 같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그러나 이마트는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며 고발에서 제외했다.

공정위 판단이 2016년과 다른 핵심은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의 인체 위해성을 인정한 것이다.

가습기살균제가 영유아, 임산부, 노약자 등이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사용하는 점, 살균제가 가습기를 통해 나노미터 단위의 미세입자로 흡인되는 점, 미국 환경청(EPA)보고서·SK케미칼의 물질안전보건자료에서 흡입독성을 반복 경고한 점 등이 판단 배경이다. 과거엔 “인체 유해성 여부가 명확히 확인된 바 없다”고 했었다.

김 위원장은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역학조사로 피해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에 이론을 넘어 인체 위해성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환경부 관련자도 제품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직접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경부의 동물실험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거나 위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인체의 안전성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에도 역학조사 결과를 우선해 제품의 위해성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또 2016년 허위 기만·과장 광고가 아니라고 봤던 ‘품공법에 의한 품질표시’, ‘솔잎향의 산림욕 효과’ 부분도 달리 판단했다.

당시엔 ‘품질표시’를 KC마크 등 안전관리대상이라고 적극 표시하지 않았고 소비자 정보제공 측면에서 품명·제조자명 등을 기재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삼림욕’은 제품에 포함된 천연솔잎향 등 성분에 의해 산림욕 효과를 느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고 했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품공법 관리대상 품목이 아닌데도 위해성을 누락한 채 사실과 다르게 표시하고 삼림욕·아로마테라피 효과 등을 수차례 강조한 것은 소비자의 오인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재조사 결과 자료를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민사소송을 진행 중인 피해자들에게 최대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표시광고법은 법 위반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 내외부의 문제점을 확인했으며 지난 2016년 소위원회에서 판단한 것은 적절치 않았던 점을 통렬히 반성하고 피해자들에게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법이 허용하는 한 피해자들에게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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