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공사 '4대강 문서' 원본도 불법 폐기하려 했다

고영득 기자 2018. 2. 1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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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국수자원공사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주요 서류의 원본까지 불법 폐기하려 했다는 의혹이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외비’로 분류된 대통령 지시사항이 담긴 보고서도 파기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수자원공사의 기록물 파기 의혹과 관련해 현장점검한 결과, 수자원공사가 일부 원본 기록물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파기하려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앞서 국가기록원은 지난달 18일 한 용역업체 직원이 수자원공사가 기록물을 폐기업체로 반출해 파기하려 한다는 내용을 공개하면서 파장이 일자 조사를 벌여왔다.

국가기록원이 이번에 점검한 기록물 407건 중 302건은 원본 기록물로 공공기록물법에 따라 기록물 관리를 해야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수자원공사는 개인 PC에 파일을 보관하는 등 공식 기록물로 등록하지 않고 기록물 평가심의 절차 없이 파기 대상에 포함시켰다.

구체적으로 ‘소수력발전소 특별점검 조치결과 제출’ ‘해수담수화 타당성 조사 및 중장기 개발계획 수립’ 같은 내부 수기결재를 받은 기록물을 따로 등록·관리하지 않고 파기하려 했다. 또 기록물 등록 대상인 ‘4대강 생태하천조성사업 우선 시행방안 검토요청’ 등 수기결재를 받은 ‘업무연락’ 문서, ‘문비(수문) 수치해석 검증을 위한 워크샵 자문서’ 원본, 당시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에서 송부한 기록물도 파기 대상이었다.

아울러 수기결재는 없으나 ‘경인 아라뱃길 사업 국고보조 필요성’을 언급한 보고서에는 ‘VIP 지시사항’도 들어 있었다. 유료도로를 비수익 시설인 경관도로로 전환하면서 생길 손실액을 보존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보고서 맨 상단에는 ‘대외 주의’가 표기돼 있었다. 이 서류와 함께 경영진에 보고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Vice 보고용’이라고 적힌 또 다른 문서 역시 ‘대외 주의’로 분류돼 있었다.

‘대외주의’라고 표시된 ‘경인 아라뱃길 사업’ 관련 문서.  국가기록원 제공

이 밖에도 수자원공사는 사전에 국가기록원으로부터 기록물 부실 관리에 대한 지적을 받고서도 주요 기록물 무단 파기를 일삼았다. 앞서 국가기록원은 지난달 수자원공사를 포함한 12개 기관들의 국책사업 관련 기록관리 실태점검 결과를 보고했다. 하지만 수자원공사는 국무회의 보고 이후에도 기록물을 무단 반출했다. 수자원공사는 국무회의 보고 당일인 지난달 9일부터 18일까지 총 5차례에 걸쳐 기록물 반출과 파기를 반복했고, 특히 1차~4차에 걸쳐 16t 분량의 기록물을 폐기목록 작성과 심의절차 없이 이미 파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핵심적인 업무, 일정 규모 이상의 국토 형질이나 자연환경에 미치는 사업, 국민의 관심사항이 되는 사건·사고 기록물은 영구 보존해야 한다. 국가기록원은 2009년 2월 국토해양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기관장들에게 4대강 사업 기록물 보존기간을 ‘영구’로 책정하라고 공문까지 보냈으나,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 기록물 보존기간을 3~10년으로 하향 책정했다.

국가기록원은 국토교통부와 경찰청 등 관계기관에 이번에 확인된 수자원공사의 기록물 파기 관련 자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이학수 수자원공사 사장을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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