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온 편지]29.그들은 왜 영국으로 오나
|
런던은 오래전부터 세계에서 손꼽히는 관광지였습니다. 2016년 6월 브렉시트 투표 이후 영국 경제에 대한 불안한 전망에 파운드 가치가 하락하면서 영국을 여행하는 비용이 싸지자 영국, 그중에서도 모든 관광 명소가 집결돼 있는 런던으로 더 많은 관광객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한화만 봐도 현재 1파운드를1500원대 초중반에서 살 수 있습니다. 3년 전만 해도 1파운드당 1900원대에 육박하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싸졌죠.
|
영국 통계청(ONS)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브렉시트 투표 이후인 작년 1월부터 10월까지 10개월 동안 약 3330만명이 영국을 방문했습니다. 그 어떤 해 1~10월 보다도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찍었죠. 같은 기간 외국인들이 영국 호텔, 쇼핑, 음식 등에 쓴 돈도 209억 파운드로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영국은 자국에 돈을 쓰러 오는 관광객은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습니다. 반면 영국에 와서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점점 문을 닫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탈퇴 결정으로 그 기조가 더욱 공고화해졌죠.
영국이 유럽연합 회원국일 때는 EU 회원국 간 노동, 서비스,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회원국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가난한 동유럽과 남부 유럽의 값싼 노동력이 영국으로 대거 유입됐죠. 영국의 저숙련자 임금이 다른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고 복지혜택도 좋기 때문입니다.
유럽 노동자들은 영국에서 호텔, 식음료, 유통 등 대체로 임금이 낮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는 서비스직에 주로 많이 종사합니다. 런던 호텔을 가면 매니저급은 영국인이더라도 하우스키핑 직원이나 호텔 내 카페 웨이터, 프론트 데스크 고객응대 담당자 등은 외국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백화점, 쇼핑센터를 가더라도 영국인 직원보다 다른 유럽 출신 직원들을 더 많이 접합니다. 풀험이나 첼시 등 전통적인 런던 부촌 거주 지역에 있지 않는 이상 런던에서 순수한 영국인들로 둘러싸인 곳에 지역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영국이 브렉시트를 필두로 영국에서 돈을 벌면서 살고 싶은 외국인들에게 더욱 적대적인 정책을 펴는 것이 과연 영국으로 오려는 외국인들의 열망을 꺾을까요?
런던 호텔에서 일하는 헝가리 출신 마리아 올라(31)씨는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의 이민법이 까다로워지면 영국에서 평생 살고자했던 계획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능하면 영국에 머무르고 싶다고 했죠. 무엇보다 임금이 헝가리보다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EU회원국 출신 가운데 영국에 거주한지 5년이 넘으면 영국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 여성은 영국과 EU 간 브렉시트 협상이 더디게 진행되고, 그 기간 거주 기간을 5년 채울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민권을 신청해 영국에 계속 머무르겠다는 계획인거죠.
런던 유스턴에 있는 대영도서관에서 만난 독일인 아르고 헤더(29)씨. 그는 독일에서 대학을 나와 미국에서 MBA를 딴 뒤 미국에 있는 기업 소니에서 2년, 영국 미디어기업 스카이에서 3년을 일하고 현재 런던에서 다른 일자리를 찾고 있었습니다. 대영도서관에서 취업을 돕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IT 비지니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죠. 독일은 유럽 최고의 부국이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전 세계가 휘청거릴때도 견조한 경제를 자랑했던 국가입니다. 지금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일자리도 많은 국가 그룹에 속하고요. 헤더씨 역시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한 경력을 살리면 독일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더욱 쉬울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독일보다는 영국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또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는 “독일은 정적인 분위기가 있다”며 “독일 젊은이들은 런던의 풍부한 문화, 다양한 민족이 공존해 살면서 만들어내는 다이나믹한 에너지에 끌린다”고 하더라고요.
호텔에서 만난 미국 여성 앨리슨 매디(34)씨는 미국 뉴욕 출신으로 스타트업의 창업을 돕는 컨설턴트 입니다. 영국 클라이언트 미팅 차 런던에 는데 영국에서 정규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알아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미국 뉴욕에서 대학을 나와 뉴욕에서 10년 넘게 살았습니다. 뉴욕과 런던은 코스모폴리탄으로 비슷한데 왜 굳이 런던에서 새롭게 시작하려고 하냐고 묻자 뉴욕은 사람들이 항상 바쁘고 여유도 없고 신식 건물이 개성없게 즐비하며 런던만큼 흥미롭지 않다고 했습니다.
런던은 거리를 걸으면 수백년된 건물과 신식 건물이 주는 오묘한 조화, 넓은 공원, 사람들의 여유가 좋아 보인다고 했습니다. 집 임대료는 런던이 비싸지만 식비나 교통비 등을 비교하면 뉴욕보다 런던이 좀 더 저렴하다고 했고요.
호주에서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마케팅 관련 일을 하던 줄리 혹스(29)씨는 무작정 호주에서 하던 일을 관두고 런던에 왔습니다. 런던에 와서 일자리를 구하면 구직 정보도 더 많이 얻고, 인터뷰를 잡기도 더 수월할 것 같아서 일단 왔다더군요. 그녀는 무엇보다 젊을 때 호주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어 런던에 왔다고 했습니다. 다른 국가도 많은데 왜 런던을 택했느냐고 물었더니 일단 영국은 영어를 써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없고 유럽과의 교통 네트워크가 잘돼 있어 다른 유럽 국가로 저렴하게 여행다닐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선택했다고 했습니다.
런던은 흔히 알려졌듯 하루에 햇살과 비와 안개를 모두 경험할 정도로 날씨가 변덕스럽습니다. 특히 겨울 날씨는 잦은 비바람에 해가 짧아서 우울할 정도로 스산합니다. 특히 부동산, 교통비 등 물가도 비싸고요.
이런 점들에 익숙해질 수 있다면 문화인프라, 산업인프라, 복지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런던은 사람을 끄는 매력이 분명히 있습니다. 브렉시트로 영국이 외국인 이민자에게 더욱 적대적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런던으로 오고 싶어하는 이들, 특히 젊은이들의 열망이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함정선 (mint@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평화 올림픽' 韓 때아닌 부도위험지표 상승, 왜?
- 집값 상승 기름 부을라..용산개발 머뭇거리는 서울시
- 삼성 뇌물수사' 朴·이재용'→'MB·이건희'로..부정청탁 여부가 관건
- [현장에서]김동연 부총리, 가상화폐 '엇박자 메시지'
- [평창]눈꽃요정..디자이너가 밝힌 '피켓걸' 의상의 비밀
- IMF총재 글로벌증시, 반가운 조정..'약세장 진입론' 반박
- [회계로 읽는 증시]<9>대우건설 매각 실패의 단초 '빅 배스'
- 항공업계, 사드 여파 속 최대 실적..LCC 치열해진 선두 경쟁
- '비선실세' 최순실, 450일 만에 1심 선고..섬성 뇌물 인정규모 관심
- 트럼프 또 감세 자화자찬..420만 美근로자 보너스·임금 상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