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구글 접속했는데 일본이라고 뜨는 '오류' 속출

엉뚱한 검색결과에 '분통'..오류 신고해도 "기다려라"

사진 설명 = 서울 소재 A기업에서 구글에 검색하면 구글 재팬으로 연결된다. 하단을 보면 구글이 사용자 위치를 ‘일본’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에 위치한 A사 직원들은 구글 접속을 할 때마다 당황스럽다. 회사 인터넷으로 구글에 접속하면 일본 구글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유튜브·구글 플레이 등 구글의 주요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구글이 사용자 위치를 일본으로 인식하고 일본 유튜브나 일본 구글플레이로 연결한다. 회사 인터넷 IP주소에는 문제가 없다. 국가의 인터넷주소 자원을 관리하는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에서 회사 IP 주소를 확인하면 '한국 권역'으로 나온다.

A사 관계자는 "회사에서 유튜브에 접속하면 일본 광고가 뜨고, 구글에서 검색하면 일본어로 나와서 매우 불편하다"며 "구글에 수차례 문의 메일을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과 대응이 없어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구글의 위치 인식 오류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구글은 사용자 위치에 기반해 검색 정확도를 높이는 게 특징이지만 정작 잘못된 위치 인식으로 엉터리 검색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용자들이 오류를 발견해 구글에 신고해도 답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11일 구글 서비스에 대한 문제를 신고하거나 궁금증을 공유하는 '구글 포럼'에서는 사용자 위치를 잘못 인식한다는 게시글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구글플레이가 대만으로 인식한다' '유튜브에서 자꾸 일본 결과가 나온다'며 위치 인식 오류에 대한 해결방안을 묻는 내용들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도 '구글에 접속하면 원치 않는 일본 구글로 강제 디렉팅된다'며 불만을 호소하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일이 구글에서만 발생하는 이유는 구글 검색이 기본적으로 사용자 위치를 기반으로 하는데, IP 주소 등을 잘못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 검색은 기본적으로 컴퓨터 IP 주소, 위치기록, 검색한 최근 위치를 사용해 컴퓨터 위치를 자동으로 감지한다. 사용자 위치를 사용해 가장 관련성 높은 검색 결과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부산에서 '커피숍'을 검색하면 부산 내 커피숍이 검색된다.

이 때문에 구글이 사용자 위치를 잘못 인식하면 검색 결과가 전혀 달라진다. 예를 들어 한국 구글 사이트에서 '아마존'을 치면 아마존이 진출하지 않은 국내에서는 미국 아마존이 결과 상단에 노출된다. 하지만 아마존이 정식 진출한 일본에서는 일본 아마존이 검색된다.

구글 관계자는 "구글이 사용자 IP 주소를 잘못 인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IP를 신고해달라"고 안내하고 있다. IP 신고센터에 해당 IP 주소를 보내면 된다.

문제는 불편을 겪어야 하는 시간이다. 구글은 문제가 개선되는 데 통상 2주~한 달이 걸린다고 설명한다. 이용자는 최대 한 달 가까이 원치 않는 국가 사이트로 연결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또 신고한다고 문제가 개선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 구글이 신고에 대해 처리 결과를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3개월 전 IP 신고센터에 오류를 신고했다는 한 네티즌은 "최대 한 달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여전히 답변이 없다"며 "구글코리아에 전화해도 본사에 신고하라고만 하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했다. 구글코리아 측은 "IP 인식 오류는 구글 본사에서 맡은 문제여서 절차에 따라 IP 센터에 신고하고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검색이 핵심 서비스인 구글에서 위치 인식 오류는 검색 서비스 품질을 확연히 떨어뜨리는 중대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이 피해를 구제받을 방안이 없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위치 인식 오류는 검색 기능 품질을 저하시키는 중대한 문제"라며 "서비스 책임자인 구글과 구글코리아는 이용자들에게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됐다고 설명할 의무가 있는데 이러한 책무를 저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선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