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횡령' 혐의도 벗어야 등기이사 유지할듯

송진식 기자 2018. 2. 1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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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영복귀에 이재용 부회장 강한 의지… 삼성전자 행동규범 지킬 것인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응답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353일 만에 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비록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지만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대법 판결 때까지 이 부회장이 재판 준비만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행여 대법에서 파기환송 결정이라도 나오면 재판은 더 길어질 수 있다. 그가 경영일선에 복귀할지, 복귀한다면 시점은 언제가 될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이유다.

경영 복귀 여부를 떠나 재판과 관련된 이 부회장의 최종 ‘처신’은 온국민의 관심사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경우 2008년 4월 삼성특검에서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되자 회장직을 떠났고, 이후 집행유예 판결을 거쳐 사면을 받은 뒤인 2010년 3월에야 경영에 복귀했다. 아버지와 달리 이 부회장의 경우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되고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고 복역하는 동안에도 사내이사직을 유지해 왔다. 본인의 무죄 주장과 경영 참여에 대한 이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의 처신은 모든 재판이 끝난 뒤에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에는 형사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총수들이 계열사의 이사로 취임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민주당 박광온 의원 발의)이 발의됐다.

구속 뒤에도 급여 받은 이재용 지난해 2월 17일 구속수감된 이 부회장은 1년가량의 복역기간 중 회사에서 보수를 받았을까. 공시자료를 보면 삼성전자 사내이사들의 보수는 크게 월급 개념인 ‘급여’와 ‘상여’로 나뉜다. 이사회에서 책정한 2017년 이 부회장의 급여는 1억5900만원이다. 삼성전자의 공식적인 답변은 “이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에는 보수를 받지 않았다”다. 하지만 이 답변은 사실과는 조금 다르다. 삼성전자의 2017년 반기보고서를 보면 이 부회장은 상반기 중 8억4700만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명시됐다. 이 중 3억1800만원이 급여였고, 5억2900만원이 상여로 지급됐다. 주목할 부분은 급여다. 3억1800만원은 이 부회장의 월급여(1억5900만원)의 정확히 두 달분이다. 삼성전자의 설명대로라면 2월 17일 이후에는 보수가 지급되지 않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2월 17일부터 28일까지도 보수가 지급된 셈이다. 이 기간 중 급여만 따져도 4000만원 이상으로 웬만한 직장인의 연봉 수준을 능가한다. 물론 이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부터 2월 말까지는 유급인 연차휴가를 썼을 가능성도 있지만 어쨌든 구속 이후 보수를 받지 않았다는 건 ‘정확한’ 해명은 아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 개인의 근태 상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설과 추석에 급여의 100%를 상여로 지급한다. 2017년 설은 마침 1월 말에 있어서 이 부회장은 설상여금도 받았다. 그 외 4억7700만원은 목표 인센티브, 성과 인센티브 등 각종 인센티브 명목으로 지급됐다. 2017년에는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되기도 하는 등 이 부회장의 경영 외 활동이 많았지만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하만 등 대형 인수·합병을 추진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기여한 점을 감안해 인센티브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알려진 재산만 1조원이 넘는 이 부회장이 돈이 아쉬워 구속 전후 시점까지 보수를 계속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만큼 경영활동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재계는 해석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본인이 무죄를 주장하는 상황이라 사내이사직 유지 및 보수 수령도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다만 구속 이후에는 과거 수감 중인 총수들이 보수를 받았다가 문제가 된 사례 등을 감안해 수령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이 부회장은 수감 중에도 ‘왕성한’ 경영활동을 보였다. 구속 직후에는 논란의 근원지였던 미래전략실이 전격 해체됐고, 삼성전자는 추가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에는 50대 사장단을 중심으로 한 ‘세대교체’ 인사가 있었고, 1월 31일에는 삼성전자 주식 액면분할 발표가 있었다. 모두 총수인 이 부회장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대법에서 확정판결을 받을 때까지 적극적으로 경영에 관여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 삼성전자 정관을 보면 사내이사 자격 문제의 경우 상법에 준해 따르도록 돼 있고, 상법에서는 집행유예 등 실형선고에 따른 이사 재직이나 활동에 대한 제약이 전혀 없다. 삼성전자가 그간 미뤄왔던 대규모 투자나 고용계획을 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이 같은 배경에서 제기된다.

문제는 확정판결 이후다. 실형을 선고 받는다면 그 즉시 수감돼 형기를 마쳐야 하므로 이사직을 상실하게 된다. 집행유예가 선고될 경우 유죄가 인정된 항목에 따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취업제한’ 규정에 해당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항소심을 선고받은 5일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으로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 김창길 기자

대법 판결에 따라 이사직 유지 갈릴 전망 특경법에서는 배임·횡령, 사기, 공갈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금융회사나 공공기관, 해당 범죄행위와 유관된 기업체에 취업하는 것을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만일 이를 어기고 취업했을 경우 법무부가 해당 기관이나 기업체에 해고를 요구하게 된다.

이 부회장의 경우 뇌물공여죄와 함께 특경법상 횡령 및 국외 재산도피 혐의로 기소됐다. 항소심에서는 횡령은 유죄로 인정된 반면 국외 재산도피 혐의는 무죄 판단을 받았다. 대법에서도 항소심과 동일한 판단으로 집행유예를 받는다면 이 부회장은 특경법상 횡령으로 처벌 받은 것이 되므로 같은 법 취업제한 규정에 따라 삼성전자의 이사직을 유지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법무부의 판단을 받아봐야 하지만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라 결론을 예단할 수는 없다.

결국 대법에서 무죄판결을 받지 않는 이상 이 부회장이 이사직을 계속 유지하며 경영에 참여하려면 적어도 특경법상 횡령죄에 대해 추가로 무죄를 판결 받아야 한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 판결 직전 1심에서 인정됐던 횡령액 80억원가량을 모두 변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일부 죄를 인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 부회장은 모든 혐의에 대해 여전히 무죄를 주장 중이다. 이 때문에 대법 판결과정에서 횡령 혐의를 둘러싸고 특검과 변호인단 간 치열한 법리공방도 예상된다.

국회에서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사법처리된 총수들이 계속해서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2017년 1월 재벌 총수 등 이사가 형사사건으로 실형을 선고 받은 경우 이사로 재직할 수 없게 하는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특경법에서 취업제한 조치를 두고 있기는 해도 제한범위가 한정돼 횡령·배임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데 따른 취업제한 강화안이다.

상법 개정안에서 규정하는 취업제한 조치는 특경법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강력하다. 개정안에서는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 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날로부터 5년이 지나지 않았거나,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그 유예기간이 끝나거나 면제된 날로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금고 이상 형의 선고유예를 선고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경우 등에는 이사로 아예 재직할 수 없게 했다. 이 법안을 기준으로 이 부회장의 항소심 결과를 적용한다면 이 부회장은 집행유예 기간인 4년과 집행유예가 끝난 후인 2년을 더해 총 6년간 기업체의 이사로 재직할 수 없게 된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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