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의사자, 살면 피의자?..보건의료계 '발끈'

"화재 사고에서 죽으면 의사자고, 살아 남으면 피의자냐? 환자 진료와 간호에 최선을 다한 사람들을 범법자로 내몰아서는 안된다"
경찰이 밀양 세종병원 이사장 및 병원장, 총무과장 뿐만 아니라 화재 당시 생존한 의료인력에 대해서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보건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의사, 간호사와 간호 조무사뿐 아니라 병원 관계자 모두에게 구조 의무가 있다"며 "구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면 '업무상 과실 치사상'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화재 당시 밀양세종병원 근무자는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총 13명으로 이중 의사를 포함한 3명이 숨지고 10명이 구조됐다.
수사 결과에 따라 생존한 의료인들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형법 제268조에 따르면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백찬기 대한간호사협회 홍보국장은 "세종병원 화재사고는 병원의 과실이 크다"며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은 단순히 고용된 사람으로서 이들에게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화재사고에서 죽으면 의사자고, 살아 남으면 피의자인 것이냐"고 꼬집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간호조무사협회에 따르면 당시 밀양세종병원에 근무중이였던 간호조무사들은 현재 입원 치료중이다.
이 중 1명은 허리수술 등을 할 정도로 중상이며 또 1명은 외상후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대학병원으로 옮겨 치료중이다. 한 간호조무사는 창문 밖에만 한없이 내다보고 주변 소리에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불 꺼진 병실에서 이불 속으로 숨어 버리는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입원 중인 간호조무사 역시 중상은 아니지만 상처 및 외상 후 스트레스 등이 심각한 수준이다.
간호조무사협회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업무상과실치사상' 운운하는 것은 이들을 사지로 내모는 부정적 효과만 있을 뿐"이라며 "정부와 경찰은 입원치료중인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고, '업무상과실치사상' 해당 여부는 면밀한 조사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승기 기자 a1382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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