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국정원 특활비 수수' 주범으로 MB를 지목한 까닭?
MB 직접조사 불가피..영포빌딩 문건 분석도 완료

(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최은지 기자 = 검찰이 MB정부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와 관련해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78)을 5일 재판에 넘겼다. 단 검찰은 김 전 기획관을 조력자로 봤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판단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활비 외에도 민간인 불법사찰, 다스(DAS) 실소유 의혹,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정원 특활비 수사과정에서 처음으로 공소장에 주범으로 적시된 이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의 압박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5일 김 전 기획관을 뇌물수수·국고손실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기획관은 2008년 2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하며, 김성호·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으로부터 각각 2억원씩, 총 4억원의 특활비를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국고손실)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전 기획관이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특활비를 받은 것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김 전 기획관에게 '국정원에서 돈이 올 것이니 받아두라'고 직접 지시한 내용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김성호 당시 국정원장에게 특활비 지원을 요구했고, 김 전 원장은 김주성 당시 기조실장을 통해 청와대 부근에서 1만원권으로 현금 2억원을 캐리어에 담아 김 전 기획관에게 전달했다. 또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에도 특활비를 요구했고 김 전 기획관 측에서 국정원 예산관으로부터 5만원권으로 현금 1억원이 든 쇼핑백 2개를 건네받은 것으로 조사했다.
검찰 수사는 김 전 기획관이 구속된 이후 본격적으로 입을 열면서 탄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외에도 복수의 관계자를 통해 혐의 입증에 필요한 진술 등을 재차 확인했다. 현재 검찰은 특활비를 건넨 쪽과 받은 쪽 모두 부인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혐의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기획관은 주범이 아닌 조력자 역할을 한 방조범으로 기소했다. 김 전 기획관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 지시에 따라 돈을 수수한 점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며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검찰이 중요사건 수사결과를 내세우면서 전직 대통령을 공소장에 적시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김 전 기획관을 방조범으로 기소하면서 주범을 명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명시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이날 발표에 대해 "전적으로 김 전 기획관에 대한 공소사실일 뿐이다. 중간수사발표나 우리의 수사 방향을 담기 위한 의도는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 4일에도 MB정부 시절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혐의가 있는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을 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김 전 비서관에 대한 공소장에는 이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비서관 공소장에 이 전 대통령을 적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김 전 비서관이 국정원에 요구해서 5000만원을 전달받고 이를 장석명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게 전달했다. 장 전 비서관이 이를 류충렬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을 통해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에게 전달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다"면서도 "다만 이런 과정에 대해 이 두 사람 외에 지시한 사람이 있는지, 있다면 그게 누구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수사를 계속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적시하면서 자택 및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직접 조사 등이 임박했고 불가피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방식에 대해서는 여러 상황과 필요성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잘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향후 이 전 대통령이 어떤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는지 등에 대해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검찰은 특활비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의원에 대한 조사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이 전 의원은 지난달 26일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4시간 가량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이어 지난달 말에는 한 병원에서 각막이식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사가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의원에 대한) 재조사가 과연 의미가 있는지 싶다. 지난 조사가 중간에 중단됐지만 본인이 어떤 입장인지 명확하게 알았다"면서 "본인이 진술을 안한다고 좌초되는 수사가 아니다. 본인 입에만 의존하는 수사가 아니다"며 재조사 및 신병처리 등에 대해 여러 상황을 고려중임을 시사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다스 수사도 영포빌딩 압수수색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문건 수십 박스를 확보했고 최근 분석을 마무리했다. 검찰이 이를 바탕으로 다스와 이 전 대통령 간의 연결고리를 확인했다면 검찰의 수사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yjra@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