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사랑하는 사이' 이준호, 그냥 사랑하게 될 배우 [인터뷰]

조혜진 기자 2018. 2. 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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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때, 입버릇처럼 ‘그냥’이라는 말을 담게 된다. 작품 속에는 완전한 이강두의 모습으로 이준호가 자리했고, 그는 이강두를 그리기 위해 작정하고 강두의 삶에 빠져 살았다. 이준호는 ‘그냥 사랑하는 사이’가 지닌 메시지의 묵직함을 느꼈고, 담고 있는 메시지를 고스란히 전하고자 이강두가 되기 위해 상상 이상의 노력을 수반했다. 배우 이준호를 ‘그냥’ 사랑하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준호는 지난달 30일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극본 류보라·연출 김진원, 이하 ‘그사이’)에서 쇼핑몰 붕괴 사고로 삶 전체가 흔들리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뒷골목에 스며들게 된 이강두 역으로 열연했다. 그는 이강두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들며 첫 미니시리즈 주연임에도 안정적인 연기로 호평받았다.

당연하게도 그 뒤엔 이준호의 노력이 숨어있었다. 지난해 6월 처음 대본을 받았다는 이준호에겐 첫 주연이라는 부담감 보단 설레는 마음이 자리했다. 촬영을 고대했다는 그는 “우리 드라마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시작점이 슬프고 커다란 사고다. 이후 남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 지난 사람들을 잊지 말자는 취지가 강했기 때문에 강두를 편하게 할 수만은 없었다. 강두는 희생자의 가족이기도 하고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아픔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생각하다 보니 쉽게 다가갈 수가 없었다”고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고민했던 지점을 털어놨다.

이준호는 좀 더 작품에 몰입하기 위해 촬영지인 부산에서 홀로 지내며 이강두 캐릭터처럼 있는 힘껏 피폐해지려 애썼다. 그는 “나 자신을 어떻게 힘들게 해야 할까 고민했는데 방안에 박혀있는 것 밖에 없더라. 그래서 피폐해질 수 있는 공간을 찾다가 5개월간 살 원룸을 구했다. 호텔은 다 치워주고 깨끗하고, 너무 좋지 않나. 그게 오히려 (몰입에) 안 좋을 것 같아서 일부러 안 갔다”고 했다. 이준호는 “그래서 자연스럽게 (집을) 혼자 치우게 됐는데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안 치우게 됐다. 그때마다 ‘이게 강두의 삶이야’하면서 합리화했다”며 소소한 일화를 덧붙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무겁지 않게 중간중간 농담을 덧붙였지만 강두가 되기 위한 이준호의 노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준호는 1일 1식을 하고 예민한 상태를 유지하려 했으며, 기분이 좋은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 수개월 간 노래조차 듣지 않았다. 또 그는 “물론 배우는 내면적인 것들을 표현해야 하지만 보여지는 모습도 중요하지 않나. (강두가) 벼랑 끝에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다”며 햇빛도 차단하고 근육 운동도 피하면서 ‘적당히 좋아야 하는’ 이강두의 몸을 만들기 위해 7kg을 감량했다고 밝혔다.


완전히 이강두에 스며들어 살았던 그는 5개월 간 이강두의 입장에서 바라본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이강두가 과거 쇼핑몰이 붕괴된 자리, 새롭게 건설되는 바이오타운에 세울 추모비를 깨부쉈던 장면에 대해 “강두가 추모비를 봤는데 ‘이 돌덩이가 1800만 원 짜리라고?’ 생각이 들었을 거다. (그 추모비에) 남은 자들에 대해 하나도 신경 안 쓴 게 보였을 거고, 남은 자들에 대한 아픔을 이딴 돌에다가 새긴다고 회복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아 화가 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개인적으로 성재에 대한 괴로움도 생각했다. 최고의 아픔을 준 사고 속에서 만난, 모든 트라우마의 시발점이라고 느낀 성재의 존재를 부수고 싶었던 것 같다”고 홀로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강두의 환청과 환시 속 주인공 성재를 언급하며 강두가 느꼈을 복합적 감정에 대해 전했다.

이강두는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다리 부상으로 축구도 못하게 됐다. 어머니는 그의 재활을 돕던 중 병이 깊어져 돌아가시고, 어린 동생과 자신만이 남게 돼 돈 되는 일은 다 하고 보는 인물이었다. 예상치 못한 사고 탓에 기구한 사연을 갖게 된 이강두는 하문수(원진아)와 만난 후에야 곪은 상처를 돌아보고 치유해나간다. 강두에게 있어 떼어놓을 수 없는 문수라는 존재에 대해 그는 “소금이다. 강두한테는 이 사람밖에 없는 거다. 할멈(나문희)도 떠나고 모두가 떠날 때 날(강두를) 잡아준 사람”이라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강두는 그냥 살아있으니 사는 거다. 사는 게 불만이라 살아있는 게 열이 받아 시비를 걸고, 싸움을 하면서 내가 살아남은 것에 대한 분노를 세상에 표출했던 애다”라고 이강두가 버텨온 삶들에 대해 말했다. 이어 “그러다 문수라는 애를 만나서 갑자기 사랑하게 되는 거다. 걷잡을 수 없이 좋아하는데 결국에는 걔도 아픔을 가진 애였던 거다. 그러니 얘는 더 나랑 같이 있으면 안 되는 걸 느낀 것 같다”고 극 중반, 이강두가 하문수를 더 멋진 사람에게 보내주려 했던 심정을 짐작했다.

이어 이준호는 “감독님한테 계속 다음에 어떻게 되는지 물어봤다. 감독님이 ‘강두는 문수를 밀어내게 될 거야. 사랑하니까’라고 하셔서 속으로 ‘사랑하면 계속 있어야지’ 했었다. 그런데 그게 이기적인 거더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할멈과의 대사 중 ‘내 주제를 봐라 내가 이딴 모습으로 살고 있는데 누굴 좋아할 수 있겠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할멈이 돌아가신다는 걸 듣고, 선생님 얼굴을 보는데 그 자리에서 울컥하더라”며 “강두가 다행인 건, 그렇게 험한 일들을 하고 살아왔지만 생각은 올곧았던 애였던 거다. 더러운 짓을 해도 최소한은 지키는 올곧은 심성을 가진 사람이었기에 ‘이렇게 살고 있는 나로서는 누군갈 사랑할 수 없다’는 죄책감까지 가지고 있던 거다. 그래서 그때 그 대사를 치는데 이런 상황이 너무 화나고 슬프더라. 우는 게 대본에 없는데 그만큼 강두가 너무 비참하고 나락이라 자연스럽게 눈물이 났다”고 설명했다.


문수와 할멈부터, 아픈 강두에게 간을 주겠다고 나선 마리(윤세아), 상만(김강현)까지. 이강두는 이준호가 연기를 하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을 만큼 안타까운 상황 속에 자리한 인물이지만, ‘인복’ 하나만큼은 타고났다. 이에 대해 이준호는 “강두라는 인물은 정말 인복이 좋다”고 수긍하며 “그 나락에 떨어진 강두일지라도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있기에 살지 않나. 사람과 하는 사랑이 진짜 살 길이라고. 사랑과 사람,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겐 사소할 수 있지만 그들한테는 전부라고 생각을 했다. 강두는 힘들게 살아왔지만 올곧게 자란 아이였다. 상만이 간 받으라고 할 때도 처음엔 거절하지 않나. 최소한의 선을 지켰기 때문에,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진심을 다해 살아왔기 때문에 사람들이 강두 곁에 있는 것 같고, 강두도 잘 살아왔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이준호는 작품의 제목에 등장하는 ‘그냥’이라는 단어에 집중했다. 그는 “그냥이 뻔할 수도 있지만 진짜 평범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단어이지 않나. ‘그냥 사랑하는 사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이들은 ‘그냥 사랑하는 사이’이기도 힘들었다. 그냥 사랑할 수 있는 삶을 못 살았기 때문에 그냥이 주는 의미가 굉장히 크다는 걸 알았다. 그들이 평범함을 알게 된 후 ‘살아남아서 다행이다’하면서 이제야 편하게 살게 되는 것이지 않나. 문수가 왜 좋냐고 물을 때 ‘좋은데 이유가 왜 있나 그냥 좋은 거죠’라고 답한 장면도 있는데 결국엔 강두의 마음이 그거였다. 그냥 살아가고 싶었고, 그냥 살고 싶었다. 그래서 그 단어가 저한테 너무 와 닿고 무거웠다”고 했다.

이야기를 하는 중간중간 강두를 ‘나’라고 표현하는 이준호의 모습은 그가 역할에 얼마나 깊게 몰입했는지를 짐작케 했다. 하지만 그만큼 완벽하게 녹아들어 이강두를 그려냈음에도 이준호는 이강두 역에 대한 자신의 연기에 대해 “개인적인 만족도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어색한 것도 많고 아쉬운 건 많다. 아직 캐릭터에서 나오질 못해서 객관적으로 드라마를 볼 시간이 없었다. 시청자분들이 ‘준호가 강두 같다’는 말을 많이 해주셨는데 ‘최소한 시청자분들은 그렇게 봐주시는구나’ 생각이 들어서 그건 정말 좋았다”고 솔직한 마음을 밝혔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선 겸손 이상으로 한없이 냉정했지만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내비친 그였다. 지난 2008년 그룹 2PM으로 데뷔한 이준호는 10년 간 가수로서, 또 배우로서 살아가며 ‘그냥’ 평범한 삶이랑은 다른 일상을 겪어왔을 터. 화려하게 성공했지만 이로 인해 놓친 점들도 있을 것 같다는 말에 그는 “잃거나 놓친 건 딱히 없는 것 같다. 일단 지금 건강하게 계속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좋다. 이번에 연기하면서 더 ‘오랫동안 이 일을 하려면 더 건강해야지’라고 느꼈다”며 “물론 인간 이준호로서 내 시간을 가진 시간은 10년 중 얼마 없었을 거다. 하지만 결국 저란 사람은 이 일을 좋아한다. 또 주목받지 못했을 때의 외로움도 알다 보니까 지금 이렇게 할 수 있는 게 너무 소중한 걸 알았다”고 속 깊은 답변을 내놨다.

또 그는 “종방연 때 CP님과 그런 이야기를 했다. ‘이준호가 가진 장점은 진짜 진정성 있게 연기하는 거다. 그런데 그게 어렵고, 네가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 나중 되면 요령이 생겨 그저 그런 배우가 될 수 있다’고 하셨다. 제가 배우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도 가수로서도 우려하고 걱정하는 점이 그거다”며 “다행히도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생활이 저한테 있어서 좋은 자극이 돼서 평범한 이준호에 대해 딱히 아깝다고 생각 안 한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에게 부끄럽기 싫고 남들한테 폐 끼치기 싫어 가수로 활동할 때도, 작품을 할 때도 무조건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그는 최선을 다해도 잘 풀리지 않을 때 극복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준호는 “제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는데 몰입이 빠르다. 자려고 누웠는데 과거 안 좋은 일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럼 ‘그때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까지 가는 거다. 안 좋게 끝까지 떨어져 본 후에는 반대로 ‘어떻게 하면 좋게 될까’라는 생각도 끝까지 한다”고 말했다.

이준호는 “‘나는 쓸모없는 놈이야’ 이런 생각이 들다가도 ‘난 무대 위에서 내가 만든 노래로 노래할 거고, 이런 춤을 출거고. 나중에 배우 생활할 때도 이렇게 하고 싶어’ 생각한다. 미래 설계를 진짜 ‘꿈’으로 한 거다. 결국엔 마지막은 좋은 생각으로 마무리한다”며 “일본에서 쓰던 노래 가사 중에 ‘안 잡히던 꿈도 그리면 손에 잡힌다’는 가사가 있는데 그게 제 모토였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종영 기념 인터뷰였지만 그는 대화 내내 2PM, 가수로서의 자신에 대해 언급하며 두 활동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JYP에서 2PM이 재계약도 처음이었고 재 재계약도 처음이다. 회사의 역사로 보존시키고 싶고, 2PM이 역사이자 현재이고 싶다”고 말할 때는 그룹에 대한 단단한 마음을 짐작케 하기도.

어떤 활동이든 열심히 해왔고, 손을 뻗은 부분에 있어선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도 영역을 확장해나갔다. 그렇게 이준호는 그룹 활동부터 솔로 활동, 그리고 연기까지 꿈꾸는 것들을 손에 잡았고, 잡은 것들을 제 것으로 만들며 대중의 인정까지 받았다. 앞으로 만나게 될 그가 또 어떤 모습의 이준호 일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차곡차곡 쌓아온 신뢰는 배우이든 솔로 가수든 2PM 멤버든, 어떤 모습으로 만나도 믿고 볼 수 있는 이준호를 만들었다. 그의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일 터다.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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