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톡] kt 고영표의 아시안게임 꿈, 그리고 형 고장혁

김건일 기자 2018. 2. 2.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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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고영표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kt 고영표(26)는 처음으로 풀 타임 선발투수로 나선 지난 시즌 두 자릿수 승수도, 규정 이닝도 못 채웠다. 25경기에서 8승 12패 평균자책점 5.08. 선발투수로는 신통치 않은 성적이다. 패전은 리그에서 2번째로 많다. 그런데도 kt 팬들은 고영표의 발견에 열광한다. 리그 내 다른 팀들은 고영표를 경계 대상으로 꼽는다. 연봉이 5,200만 원에서 1억1,500만 원으로 올랐을 만큼 고영표는 한 단계 도약했다.

"당장은 12패에 5점 대 평균자책점. 그저 그런 투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세부 지표를 보면 다르다. 아 난 능력이 있는 투수구나. 좋은 투수구나라는 믿음이 생긴다. 그 믿음이 있었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했기 때문에 잘 끝난 시즌이었다."

고영표에게 2018 시즌은 팀으로나 스스로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팀은 탈꼴찌 및 성적 상승을 선언하고 이번 겨울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고영표는 외국인 투수 둘을 받치는 3선발을 맡아야 한다. 팀은 그에게 두 자릿수 승수를 기대한다. 또 아시안게임 출전이라는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 병역 혜택이 걸려 있어 고영표뿐만 아니라 병역을 해결하지 못한 여러 선수들이 이 대회 출전을 노리고 있다. 선동열 대표 팀 감독은 병역 혜택을 고려하지 않고 최고의 선수들로 대표 팀을 꾸리겠다고 선언한 터라 고영표에겐 리그 전체 선수가 경쟁자다.

-다가오는 아시안게임이 걸려 있어 중요하다. 다만 경쟁 선수가 많아서 쉽지 않다.

△난 레이스를 하면서 누구를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간다. 잘 되면 되는 거고.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안 되는 것이다. 마음을 놓으려 한다. 개인적으로는 중요한 대회다. 난 kt를 떠나고 싶지 않다. 팬들이 내 야구를 2년 동안 더 볼 수 있는 기회 아닌가. 최선을 다해서 안 되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기회가 와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날 보고 행복해하는 사람에게 베풀 수 있다. 마음 높고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난 나를 믿는다.

-자신감이 상당하다.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다 보니까. 지난해 개막 첫 경기에서 승을 했다. 그전까진 나 자신에게 물음표였다. 이게 맞나 저게 맞나 싶었다. 그런데 두산과 첫 경기가 너무 잘 됐다. 또 완봉승해서 자신감이 붙었다. 그러면서 멘탈이 많이 잡혔다. '별거 있어? 이렇게 던지는 것이구나.' 1군에서 3년 있으니 됐다. 선배들의 힘이 크다. 그들을 보고 배웠다. 선배들은 각자의 기술이 있고 폼이 있는데 왜 난 없을까. 그러면서 나에게 집중을 하면서 내 폼을 찾았다. 지난 시즌 후반기 3연승을 했을 때 느낌이 왔다. 삼진 9개를 잡은 날도 있다. 이게 내 것이구나. 그래서 올해 나에게 믿음이 간다.

-구체적인 목표가 있나.

△좋았던 경기를 꾸준히 하는 것. 어떻게 보면 제일 어렵다. 기복을 줄여야 팀에서 안정적으로 볼 수 있지 않나. 니퍼트, 피어밴드가 나오면 믿음이 간다. 나도 그런 생각을 심어 주고 싶다. 내가 퀄리티스타트하고 좋은 투구를 한다면 자연스럽게 승이 쌓이고 평균자책점이나 FIP가 떨어질 수 있다. 만약 지난 시즌 기복을 줄였다면 평균자책점이 4점 대로 들어갈 수 있었고 패를 덜했을 수도 있었다. 기복을 줄여야 한다.

-왼손 타자에게 약했다.(우타 상대 피안타율 0.274/좌타 상대 0.325) 다음 시즌 보완책은.

△지난해에 많이 도약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널뛰기도 있었고. 팀이 침체됐을 때 생각이 많았다. 구위도 떨어졌다. 그러면서 좌타자에게 더 약해졌다. 김재환 선배님, (나)성범이 형에게 특히 많이 맞았다. 좌타를 잡기 위한 무기는 패스트볼이다. 바깥 쪽 체인지업보단 몸 쪽으로 들어가는 패스트볼 말이다. 내가 체인지업을 던지기 전에 셋업 하는 공이 필요하다. 체인지업은 자신 있다. 다음 시즌엔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다. 왼손 타자 나왔을 때 안 될 것 같다 이런 걱정은 전혀 없다. 피안타율은 당연히 높을 것이다. 하지만 난 자신 있다. 구체적으로는 패스트볼 최고 구속을 140km 이상으로 올려서 구위로 밀어붙일 생각이다.

▲ kt 고영표 ⓒ한희재 기자

승, 패, 평균자책점 등 타이틀이 걸린 이른바 클래식 지표가 아닌 9이닝당 볼넷 허용률, 볼넷과 탈삼진 비율 등 세부 성적을 놓고 보면 고영표는 리그에서 손꼽힐 만한 투수다. 고영표는 지난 시즌 141⅔이닝을 던지면서 탈삼진 125개, 볼넷 16개를 기록했다. 9이닝당 볼넷이 1.02개로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1위인 제이크 브리검(넥센, 1.63개)의 기록과 압도적인 차이가 난다. 탈삼진/볼넷 비율은 7.81개로 이 부문 1위 라이언 피어밴드(kt, 4.26개)의 기록을 크게 따돌린다. 규정 이닝을 채우지 못했다고 해서 외면할 기록이 아니다. 고영표는 지난 시즌 막판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접은 바람에 규정 이닝을 못 채웠는데 단 2⅓이닝 모자랄 뿐이다.

세이버매트릭스 기록 가운데 하나인 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는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을 뜻한다. 수비수의 관여 없이 볼넷, 탈삼진, 피홈런 등 오로지 투수의 책임이 있는 기록만을 활용해 평균자책점으로 계산한 것이다. 평균자책점에 비해 FIP가 높으면 수비의 도움을 받았다고, 반대로 평균자책점보다 FIP가 낮으면 운이 나빴거나 수비의 도움을 비교적 못 받았다고 해석한다. 세이버매트릭스가 중요해진 현대 야구에서 투수 평가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항목이다.

프로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고영표는 FIP가 3.88이다. 지난해 MVP 양현종(KIA, 3.94)보다 높다. 2⅓이닝을 채웠다면 헨리 소사(LG, 3.52), 메릴 켈리(SK, 3.69)에 이어 리그 3위다. 평균자책점과 차이가 크다. 볼넷이 적고 탈삼진이 많은 결과다. 다시 말해 kt 수비진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고영표에게 FIP는 생각보다 큰 기록이다. 고영표는 특히나 야구 공부, 세이버매트릭스를 깊게 공부하는 선수다.

-스스로의 FIP 기록을 어떻게 생각하나.

△FIP가 진리는 아니지만 위안을 삼는다. 물론 내가 득점권 피안타율이 높고, BABIP도 높고 하니 5점대 평균자책점이 나왔다. 하지만 FIP를 보면 더 좋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난 볼넷을 적게 주고 삼진을 많이 잡았다. 규정 이닝을 못 채웠지만 25경기 이상 뛰었던 국내 선발투수 가운데에선 FIP가 1위다. 다음 시즌엔 더 낮출 수 있다. 수비가 도와주지 않을까(웃음).

-9이닝당 볼넷 기록이 굉장히 낮다.

△마인드가 크게 작용했다. 경기 때 '난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하고 '그냥 맞아 보자'는 마음으로 던진다. 내가 볼넷을 상당히 싫어한다. 예전에 난 제구력이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자신감도 없었다. 마운드에서 타자와 싸우기보다는 나 자신과 싸움에 얽매였다. 그래서 경기력이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해엔 그런 마음을 비우고 던졌다. 볼이 되더라도, 데드볼 되더라도, 볼넷 주더라도 되겠지라는 긍정적인 멘탈.

-BABIP(인플레이 타구의 안타 확률)가 높은 편이다(0.368). 이에 대한 생각은.

△친다고 해서 다 안타가 아니다. 내 BABIP가 높긴 해도 0.370이다. 다시 말해 0.630은 아웃이 됐다 뜻이다. 내가 가운데로 계속 던져서 맞더라도 아웃될 확률이 높다. 그러니 볼넷을 줄이다 보면 연속 3안타를 줘도 이후엔 아웃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계산을 했다. 차라리 3볼까지 가지도 말고 맞자. 맞으면서 자신 있게 던지자. 그러다 보니까 '여기에 던져야지' 이런 생각을 안 하게 됐다. 특정한 위치에 던질 수 있는 능력도 없다. '여기에 던지자'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나서 볼넷이 줄었다. '여기에 던져야 하지' 하면 저기로 간다. 몰린다. 마음에 손끝까지 전달된다. 난 그래서 편안하게 하다 보니까 볼넷이 줄었다. BABIP는 높지만, FIP는 낮게 나왔다. 아, 또 피어밴드가 많이 알려 줬다. 코너로 던지지 말고 가운데로 낮게 보고 던져라. 가운데로 던지다 보면 꽉 찬 공이 들어가기도 한다.

-BABIP를 줄일 생각은 하지 않았나.

△난 미국 야구를 관심 있게 본다. 미국 야구 보면서 느낀 점은 탈삼진 300개, 200이닝 이상을 기록하는 투수를 보면 제구력 대신 힘을 신경 쓰는 것 같았다. '가운데로 던져도 맞아 나가지 않으면 된다' 이렇게. 카운트가 몰렸을 때에만 커맨드를 신경 쓴다. 그래서 제구보단 공의 구위가 투수에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이 느리든 빠르든 힘이 있다면 빗맞는 타구가 나오고, BABIP가 떨어진다고 개인적으로 정의를 내렸다. 재미있다. 세부적인 지표를 배우면서 야구를 하는 게.

-kt가 신생 팀이라 후배들이 많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까.

△많이 하고 싶지만 내 주장만 내세우면 안 되기 때문에 슬쩍슬쩍 이야기한다. 동생들은 승, 홀드, 세이브, 평균자책점. 최근엔 그나마 WHIP를 조금씩 보긴 하더라. 그런데 저 선수는 기록은 좋은데 실제로는 그렇게 좋지 않다. 반면 저 선수는 잘 던지는데 성적이 이거 밖에 안 나오네? 이런 의문점이 분명히 있다. '아 이 선수는 이것을 잘해서', '이 기록이 안 좋지만 투구 내용이 좋구나라는 것'을 후배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패가 많아서 안 좋은 투수, 승이 많으니까 좋은 투수. 홀드가 많아. 그런 식으로만 생각하면 거기까지다.

광주 출신인 고영표는 형인 KIA 고장혁과 프로 야구 형제 선수. 그는 형 때문에 야구를 시작했다. 먼저 야구부에서 야구를 하고 있던 형이 재미있어 보여 부모님에게 졸라 야구부에 들어갔다. 고장혁은 지난해 12월 경찰청에 입대했다.

-부모님은 어느 팀을 응원하나.

△부모님은 형을 더 응원한다. 물론 내 경기도 응원하지만. 형이 장남이고 형이 (상대적으로) 잘 풀리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어머니는 형을 많이 응원한다. 아버지는 묵묵히 지켜봐 준다. 나 역시 형이 잘 됐으면 좋겠다. 난 2016년까지 (연봉 협상에서) 할 말이 없었다. 내 성적도 그렇고 팀도 꼴찌였다. 서럽고 독기가 생겼다. (이번엔) 잘 대우받았고 스폰도 생겼다. 연봉 계약할 때 형 마음도 오죽할까. 꼭 이겨 냈으면 좋겠다.

-우연히 야구를 시작했는데 이젠 kt 주축 선수가 됐다.

△대학교 때 '꿈을 현실로 만드는 공식 R=VD'라는 책을 읽었다.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내용이다. 잠실 야구장에 갔다. 두산과 한화의 경기였나. 선발투수 안영명이 던졌다. 선발투수를 해보고 싶었다. 어릴 때 야구장에 가면 '와 야구한다' 이러는데 그땐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에 진지한 상태였다. 그런데 지난해 이루어졌다. 소름이 돋았다. 생각이 많이 났다. (고영표는 2017년 4월 6일 잠실 두산전에 프로 데뷔 첫 선발 등판해 6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프로 첫 선발 승이다.)

-팬들도 대단히 많아졌다. 완봉 기념 유니폼도 있다.

(내 등번호) 1번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늘었다. 완봉 기념 유니폼도 있고. 행복하다. 유니폼 내밀면서 사인 해달라고 할 때 특히 그렇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 사인을 하는지 생각이 들면서도 내 등번호와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사 가지고 온 것을 보면 행복하다. 비싸게 주고 산 유니폼 아깝지 않게 하려고 더 열심히 하는 것이다. 많아졌으니 팬들이 응원 많이 해 준 만큼, 그리고 1억 선수가 됐으니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야구로, 그리고 팬 서비스로 보답하겠다. 최대한 기회가 되면 다가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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