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륭의 원사이드컷] 대표팀의 442, GOOD & BAD

괜찮은 평가전 이었다.

자메이카를 상대로 대표팀은 지난 몰도바 전과 다른 라인업을 구성했다. 선발 명단 중 절반 정도는 신태용 호가 출범한 이래 꾸준히 주전으로 활약한 선수들이었다. 1월은 동아시아권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에게 프리시즌이다. 선수들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휴가를 보냈지만, 동아시안컵에 출전했던 선수들의 겨울방학은 더 짧았다. K리거가 주축인 이번 대표팀 선수들 대부분, 본격적으로 팀 훈련을 재개한 지 3주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다. 대표팀의 코칭스텝은 현재 선수단의 핏 상태를 정상치의 65~70% 사이라고 말했다. 

자메이카 전 베스트 11. 김진수,장현수,최철순,김신욱,정우영,이재성,이근호는 이미 신태용 호의 주축이다.

2-2 무승부의 결과가 아쉽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컨디셔닝 등 전체적인 부분을 고려했으나 계획에서 벗어난 경기는 아니었다. 지난 8월 신태용 감독이 대표팀에 부임한 뒤 벌써 5개월이 지났다. 새 감독 체재에서 치른 11번째 경기, 유럽 활동 선수를 제외하고 치른 5번째 경기, 그리고 월드컵을 4개월 여 앞두고 국내 선수 위주로 진행하는 전지훈련.

그동안 대표팀 소집을 통해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신의 메세지를 전달했고, 그 메세지를 이해하여 경기장에서 표현하고자 노력한 선수들이 터키에 합류했다. 아직 높은 수준은 아니겠지만 선수들은 감독이 자신에게 어떤 것을 요구하는지,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을 잡았을 것이다. 메이저 대회를 준비하는 대표팀에게 10개월은 결코 짧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시간이다. 지금은 구상된 전체적인 팀의 틀 안에서 선수 개인의 스타일이 잘 적용되는지 재확인 하는 기간이다. 윙어와 포워드, 센터백과 풀백 등 자신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포지션의 동료와 플레이 스타일을 체크하는 시간이다. 현재 대표팀이 구상하는 우선적 틀은 4-4-2 포메이션이다. 

최근 A매치 3경기 5골을 기록 중인 김신욱

# 4-4-2 포메이션

지난 11월, 콜롬비아와 세르비아 전 부터 대표팀은 442 포메이션을 활용했다. 그리고 이 두 경기를 통해 대표팀은 우리보다 전력이 강한 상대를 만나는 월드컵에 대한 힌트를 찾아냈다. 지난 동아시안컵 때는 경기마다 다른 포메이션으로 접근했지만 가장 중요했던 일본 전은 역시 442 로 플레이했다. 같은 포메이션이라도 포지션 별 선수 조합에 따라, 또는 두어가지 약속된 전략적 동선에 따라 팀 스타일은 달라진다. 대표팀이 현재 활용하는 442는 공격보다는 수비에 우선 순위를 둔 전술이다. 투톱 조합에 활동량 많고 중앙 성향을 지닌 네 명의 미드필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수비 상황에서 간격 유지까지. 지난 콜롬비아와 세르비아 전에서 확인된 대표팀의 장점이자 특징이다. 자연스럽게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 될 때 좋은 장면을 많이 만들어냈다. 팀의 무게 중심 자체가 공격 방향으로 쏠리지 않았기에 공수 전환이 발생해도 수비적인 밸런스는 유지됐다. 

하지만 어제 대표팀이 상대한 자메이카의 전력은 우리보다 강하지 않았다. 대표팀은 킥오프부터 동점골을 내준 75분 까지 경기를 주도했다. 여러차례 득점 기회를 만들었고 과정을 거쳐 득점했지만 생각보다 골을 쉽게 내줬다. 상대보다 공을 더 오래 갖고 있고, 경기 흐름을 리드하다보니 전체적인 팀 밸런스가 앞으로 쏠려 있었다. 특히 이런 성향은 미드필드 쪽에 두드러졌다. 

4-4-2 포메이션은 플레이 성향에 상관없이 라인 간격이 콤팩트 해야 한다. 그것이 깨지는 순간, 팀 밸런스는 전후, 좌우로 빠르게 무너진다.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스웨덴, 멕시코, 독일이라는 강팀을 상대해야하고, 우리가 최약체로 평가받지만 그렇다고해서 270분 동안 우리가 공만 쫓아다니진 않을 것이다. 경기당 10분이라도 우리가 공격적으로 주도하는 리듬이 있을텐데, 대표팀은 그 상황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한다. 

# GOOD

정우영, 손준호, 이창민, 이재성. 중앙 성향이 짙은 네 명의 미드필더가 중원을 구성했다. 여기에 현재 좌우 풀백 경쟁에서 반발 앞서있는 김진수, 최철순이 조합을 맞췄고 최전방에는 서로를 잘 아는 김신욱과 이근호가 위치했다. 경기 시작 4분만에 실점했지만 대표팀은 전반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최전방 김신욱의 존재는 맥카시를 비롯한 세 명의 자메이카 중앙 수비를 피곤하게 했고, 좌우로 폭 넓게 움직이는 이근호는 상대 센터백과 윙백 사이의 블록을 파괴했다. 정우영과 이재성을 중심으로 공이 연결되었고 중앙 지역 점유율이 높아지자 좌우 풀백은 과감하게 전진하여 사이드 플레이를 시도했다. 

이재성은 대표팀의 키플레이어다.
우수한 킥에 의한 반대 전환, 이어지는 양질의 크로스. 대표팀의 사이드 플레이는 훌륭했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패스를 주고 받는 속도가 빨랐다. 후방 부터 기분 좋은 긴장감 속에서 볼 리듬이 만들어졌고 반대 전환을 통한 스윙 작업도 괜찮았다. 무엇보다 패스를 한 선수가 곧바로 추가 동작을 실행하다보니 공이 전개되는 방향에 대한 선택지가 많아졌다. 특히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에서 가능성 있는 장면을 몇 차례 선보였는데, 투 터치 이하의 볼처리가 많았지만 결코 조급하게 공을 처리하지 않았다.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선수들은 공이 오기 전 고개를 들어 주변 상황을 인식했고, 공을 한번에 살짝 돌려놓고 움직이거나 바쁜 상황에서도 동료 발밑에 낮고 빠른 패스를 시도하는 등 침착한 콤비네이션을 시도한 것은 긍정적이었다. 

"사이 사이에 끼어!!!"

전반 막바지 무렵, 신태용 감독의 목소리가 그대로 전달됐다. 신태용 감독의 이 메세지가 오늘 미드필드 플레이의 핵심이었다. 자메이카가 다섯 명의 수비를 배치한 덕분에 대표팀의 중원에는 더욱 여유가 있었다. 중원에서 숫자가 많았기에 대충 서 있어도 기본적인 형태가 나왔지만 신태용 감독의 주문대로 상대 선수 사이사이에 가장 잘 끼어 있던 선수는 이재성이었다. 이재성은 팀의 측면과 중앙, 전방과 후방을 연결하는 핵심 유닛 역할을 수행했다. 공격 상황에서 모든 콤비네이션의 중심이였고 대표팀이 터뜨린 두 골의 기점이 되었다. 

차근차근 성장한 이재성은 지난해 K리그 MVP를 차지했고 이제는 대표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 중 한 명이 되었다. 리그앙과 프리미어리그 구단이 1월 이적 시장에서 이재성 영입에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으나 최근 프랑스 쪽은 막판까지 저울질 끝에 다른 선수를 영입했고, 잉글랜드 쪽은 우선 관찰 대상에 그를 올려놓고 월드컵을 기다리고 있다. 

중앙 '코어 라인' 의 공간은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 BAD

두 골을 다소 쉽게 내줬다. 켈리의 첫 골에 장현수가 많이 당황했을 것이다. 이런 형태의 공중볼 경합은 수비에게 유리하다. 킥의 진행 방향과 질을 통해 낙하지점을 미리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수비수가 공격수보다 반 박자만 미리 공중에 뜨면 공격수는 뒤늦게 점프를 시도하는 것이기에 적극적인 동작을 행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런 모습의 경합이라면 웬만한 공격수는 힘에서 밀린다. 다만 장현수의 반 박자 빠른 점프에도 켈리는 크게 밀리지 않았고, 두 선수 사이에 애매하게 접촉된 공은 하필 켈리 앞에 먹기 좋게 떨어졌다. 장현수에게 불운한 장면이었으나 월드컵에서는 켈리보다 훨씬 더 '잘 버티는' 공격수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442 포메이션은 수비-미드필드-공격 라인 사이의 콤팩트함이 생명이다. 대표팀이 수비적으로 무게감을 두었다면 오히려 수비 상황에서 큰 문제가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무게 중심이 전방에 있다보니 공격하다가 공을 빼앗겼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 위에서 공을 뺏긴 모든 장면에서 그 즉시 수비를 시작하여 상대를 방해했다면 위기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공이 살아 나와 한 칸만 전진해도 우리에겐 큰 부담이 되었다. 특히 공격 작업이 수월하여 중앙 미드필더 두 명이 모두 나가게 된 상황에서 이런 장면이 발생하면, 센터백만으로 속도가 붙은 상대 공격수를 상대해야 하기에 리스크가 더 컸다. 

비슷한 상황이지만 상대가 미드필드 중앙으로 전진패스를 투입할 때도 센터백과 중앙 미드필더 간격에 문제가 생기며 두번째 골을 허용했다. 물론 두번째 실점은 과정에서 자메이카가 왼쪽 측면으로 1차 빌드업을 했을 때, 윙백 로렌스(20번)의 중앙으로 연결한 원터치 패스 하나가 관련된 한국 수비진의 타이밍을 뺏어버렸다. 하지만 이 장면 외에도 중앙 미드필더 두 명의 시야와 밸런스가 똑같이 전방에 집중되어, 수비와 간격이 벌어지는 장면이 몇 차례 있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경기 중 가비와 코케의 위치를 생각해보자. 코케가 공격에 60% 밸런스를 맞추면 가비는 반대로 수비에 60%를 맞춘다. 가비가 공격적으로 가면 이번에는 코케가 수비를 먼저 신경쓴다. 미리 수비를 염두해 두어 무게 중심을 한 발만 뒤로 두어도 분명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의 시간은 흐르고 있다. 이제 월드컵까지 4개월 남았다.

이제 대표팀은 3일 뒤 라트비아와 터키 전훈 마지막 평가전을 갖는다. 자메이카 전에서 2골을 실점했지만 개선하기 어려운 상황의 실점은 결코 아니다. 월드컵에서 우리가 득점할 가능성이 높은 공격 패턴은 몇가지 정해져있다. 우리 대표팀이 칼날을 가는만큼 상대도 그것에 대해 준비할 것이다. 앞으로 남은 평가전을 치르면서 실점하지 않는다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매우 희박한 바램이다.

지난 콜롬비아 전 부터 대표팀의 실점 장면을 떠올려보자. 콜롬비아 전 세트피스, 세르비아 전 역습, 중국 전 크로스, 일본 전 페널티킥, 자메이카 전 코어 라인 공간 허용 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실점했다. 스파링 때 상대의 펀치는 다양하게 맞아볼 필요도 있다. 다만 한두번 맞은 곳을 서너번까지 허용하면 데미지 역시 커진다.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해서 실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소중한 우리 코어 라인의 공간, 더 이상 내주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