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만이 내 세상'에 담긴 이병헌 연기 철학 [인터뷰]

이채윤 2018. 1. 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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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 사진=BH엔터테인먼트
이병헌 / 사진=BH엔터테인먼트
이병헌 / 사진=BH엔터테인먼트

[스포츠투데이 이채윤 기자] 최근 영화 '내부자들' '마스터' '남한산성' 등에서 강렬하고 묵직한 연기를 선보였던 이병헌이 카리스마를 제대로 벗었다. '그것만이 내 세상'을 통해 한물간 전직 복서 역을 맡아 한층 친근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아온 것.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제작 JK필름)은 주먹만 믿고 살아온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와 엄마만 믿고 살아온 서번트증후군 동생 진태(박정민), 살아온 곳도, 잘하는 일도, 좋아하는 것도 다른 두 형제가 난생처음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오랜만에 캐릭터 변신을 한 이병헌은 "변신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읽어서 출연을 결정했다. 옛날 드라마에서 나의 모습을 아는 사람들 빼고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의외로 다가갈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을 때는 캐릭터보다 이야기를 먼저 보니까 큰 변신을 하겠다는 생각을 안 했다. 영화에서 이런 장르를 선택한 것도 내가 봐도 의외이긴 하다. 휴먼 드라마를 오랜만에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굵직한 작품으로 안정된 흥행 성적을 보였던 이병헌은 이번 영화 또한 감이 좋다고 밝혔다. 그는 "흥행 숫자에 대한 것은 그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너무 좋게 봤다. 무거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가 아니지만 정말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영화다. 메시지를 굳이 찾자면 하찮게 생각하거나 작게 생각하는 것들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하는 주먹 하나 믿고 평생을 살아왔지만 지금은 자존심만 남은 '한물 간' 전직 복서다. 한때 WBC 웰터급 동양 챔피언까지 거머쥔 잘 나가는 복서였지만 현재는 스파링 파트너와 전단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인물. 겉으로는 거칠고 투박하지만 은근히 속정 깊은 반전 매력을 지녔다. 이병헌은 이러한 캐릭터를 위해 정돈되지 않은 듯한 헤어스타일과 아무거나 주워 입은 듯한 패션으로 외적인 부분에 변화를 줬으며, 맛깔나는 코믹 연기와 깊은 감정까지 소화해내며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이병헌은 "작품에 들어갈 때 어떻게 전략을 짜고 어떻게 연구할지 생각을 하지 않는다. 디테일을 연구하면 중심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 이야기에 젖어들고, 그 캐릭터에 젖어드는 순간 디테일은 저절로 생긴다. 캐릭터나 상황에 젖어들었다고 생각하면 그다음에는 말투나 표정 등의 디테일이 나오고 심지어 감독보다 내가 더 그 상황에 빠져들어 그 상황에 더 맞는 대사를 요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영화가 주는 정서가 현장에서도 영향을 끼친다. 촬영할 때 내가 신나지 않으면 관객도 그걸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신나게 한 판 놀아야 관객들도 2시간 동안 신나게 놀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연기하다가 대본하고 다르게 쏟아내는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어 혼자 치킨 먹다가 혼자 흥분하는 장면이라든지 게임하다가 열받아서 방에 들어가서 말하는 것 등이 다 애드리브다. 그게 더 사실적이라고 생각해서 앞뒤 생각 안 하고 말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이병헌은 예상치 못하게 현란한 브레이크 댄스를 선보여 관객들을 빵 터트리게 했다.

그는 "원래 춤추는 게 대본에 있었다. 그냥 댄스도 아니고 '왜 브레이크 댄스지?'라는 생각을 했다. 살짝 선을 넘는 코미디가 되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그 장면 촬영 당시 이미 중간 이상 진행됐던 터라 내 캐릭터에 대해 자신감이 붙었을 때였다. 이 캐릭터에 젖어들기 전에는 '내가 이렇게 하는 게 오버 아닐까?' '이게 맞을까?' 고민했지만 어느 정도 선을 타고 가면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또한 이병헌은 함께 호흡을 맞춘 박정민에 대한 극찬도 빼놓지 않았다. 평생 알지도 보지도 못했던 서번트증후군 동생 진태와 한집에서 살며 '좌충우돌 케미스트리'를 발산한 그는 극의 중심이 진태가 되는 것에 대해 "양보를 하고 욕심을 내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영화는 각자 해야 할 롤이 있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것을 양보를 한다거나 내가 더 욕심을 내서 더 보여줘야겠다 이렇게 시작하다 보면 결국 조화가 깨지기 마련이다. 이 영화는 전체 시나리오를 봤을 때 관객들에게 큰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은 진태다. 그것을 박정민이라는 배우가 굉장히 잘 해냈다"고 칭찬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병헌은 올 여름 김은숙 작가의 신작 '미스터 션샤인'으로 9년 만에 안방극장을 찾는다. 최근 쉴 틈 없이 열심히 일한 그에게 올해 계획을 묻자 "늘 지내왔던 대로 보낼 것 같다. 해마다 머릿속에는 '어떤 작품이 나오고,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그 영화에 대해 사랑해줄까' 하는 생각을 한다"며 "드라마 끝나면 몸이 힘든 상태가 될 것 같아서 어느 정도 공백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미국에서 꼭 들어가야 할 좋은 작품이 오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채윤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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