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sumer >'돈 안되는 환자' 퇴짜 .. 非보험 시술만 매달리는 병·의원들

- ‘방학 성수기’ 내세워 진료거부 비일비재
눈 다래끼 불편해 안과갔더니
시력교정술 많다며 치료 거절
“보험진료할 거면 다른데로…”
영유아 아토피마저 외면 분통
진료거부 의료법 위반이지만
“예약 찼다” 말하면 처벌 불가
“저희는 비만 전문이라 침 치료는 안 해요.”
“성수기라 진료받으실 수 없습니다.”
각종 미용 성형 ‘성수기’인 겨울 방학철을 맞아 시내 곳곳의 병원들이 일반 환자들의 치료는 등한시한 채 각종 미용 시술과 수술에만 매달리면서 ‘일반 환자’에 대한 진료 거부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직장인 박모(38) 씨는 24일 삔 발에 침 치료를 하러 직장이 있는 강남대로 인근에 있는 한의원을 찾았다가 연달아 치료를 거부당했다. 문의하거나 찾아간 곳마다 ‘비만 치료 전문 한의원’이라거나 ‘비염 전문’, 심지어 ‘탈모 전문’ 한의원이라면서 진료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네 번째 찾아간 곳에서 침을 맞을 수 있었지만 그곳도 ‘탈모 전문’을 내세운 곳이었으며 묻지도 않고 발목에 주사를 놓았다. 그게 ‘봉침’이라는 것은 이 주사로 인한 추가 비용이 결제되면서 문의해 알게 됐다. 그는 “몇 군데에서는 아예 침이나 물리치료 기기가 없어서 시술하지 않는다고 거부했다”면서 “침을 놓지 않는 한의원이 한의원인가”라고 반문했다.
다른 직장인 김모(40) 씨는 최근 눈에 난 다래끼 때문에 안과 진료를 보려다가 역시 4∼5군데서 퇴짜를 맞았다. 전화로 문의하면 “어떤 치료를 받으려는 것인지”를 물은 뒤 병명을 듣고는 “지금은 성수기라 진료를 볼 수 없다”는 답도 돌아왔다. 시력 교정 수술 때문에 일반 환자는 진료 예약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김 씨는 “‘성수기’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병원 직원의 말에는 병원은 아픈 사람이 치료받으러 가는 곳이라는 개념이 없는 듯했다”고 말했다.
성형외과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주부 김미란(45) 씨는 10대 아들의 턱에 난 흉터를 보면 속이 상한다. 최근 가구 모서리에 부딪혀 턱이 찢어져 피를 흘리는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황급히 동네에 있던 성형외과를 찾았으나 서너 곳이 모두 ‘수술 예약이 찼다’면서 거절했기 때문이다. 몇 번의 거절 끝에 결국 성형외과가 아닌 신경외과를 찾아 몇 바늘 꿰매는 수술을 했지만 흉터는 남았다.
최대 회원을 가진 온라인의 한 ‘맘 카페’에는 유아의 아토피와 땀띠 때문에 대전의 피부과를 찾았으나 상담원이 “여긴 필러 같은 미용 시술을 하는 곳이니 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를 할 거면 다른 데를 알아보라”고 내보냈다면서 분개한 글도 올라왔다.
이처럼 성형외과나 피부과, 한의원, 치과, 안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등의 병원들이 의료 수가가 낮은 일상적인 질환에 대해서는 사실상 ‘진료 거부’를 하는 행태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대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진료 내역을 통보할 필요가 없는 피부 관리나 미용 수술, 재생 시술 등 비급여 시술에만 열을 올려 ‘환자의 치료라는 본연의 임무’를 저버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환자의 진료를 거부하는 것은 현행 의료법 위반이다. 의료법 15조에는 ‘의료인은 진료 또는 조산의 요구를 받은 때에는 거절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한 의료인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면허정지 1개월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진료 거부를 당한 경우 이를 보건복지부나 관할 보건소, 경찰서 등에 신고할 수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이와 함께 ‘진료 거부에 대한 정당한 사유’로 ‘병상, 의료 인력, 의약품, 치료 재료 등 시설 및 인력이 부족하여 새로운 환자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도 제시하고 있다. 그러니 ‘예약이 차 있다’거나 ‘시설이 없다’는 이유를 들 경우 예외로 인정되는 셈이다.
의료 관련 분쟁이 증가하면서 의료 소송이나 소송 전 중재 기관에서의 처리 건수도 증가하고 있지만 진료 거부의 경우 실제 의료 행위가 발생하지 않아 제대로 된 통계조차 나와 있지 않다. 또한 이 같은 예외 조항을 악용해 일부러 일반 환자를 위한 치료 기기를 갖추지 않는 경우에는 어떤 조치도 내려지지 않는다. 온라인에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관할 기관에 신고했으나 보건소에서 직접 나와 확인하고 병원 측에서 “거부하지 않았다”거나 “예약이 다 차서 그랬다”고 말하면 그것으로 끝이었다는 후기도 다수 올라와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의사는 “나도 강남에 개원하면서 더 이상 침 치료를 하지 않고 비만 처방에만 집중하고 있다”면서 “높은 임차료를 지불하는 대신 리스크가 적고 고가를 지불하는 비만 치료 환자들을 골라서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자신 역시 “치과에 가서 제대로 된 치료 대신 각종 시술을 권장 받고 비싼 진료 영수증을 청구받았다”면서 “아는 의사들끼리 소개받거나 임차료가 낮을 것으로 보이는 병원을 찾아다닌다”고 말했다.
의료소비자연대 강태언 사무총장은 “비급여 진료만을 통해 상업적인 이득만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병원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일일이 감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라면서 “의사 개인에게만 맡겨 둘 것이라 아니라 시스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
[문화닷컴 바로가기|소설 서유기|모바일 웹]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Consumer >'신해철法' 덕분에 의료분쟁 자동개시.. 조정 성공률 절반 넘었다
- "오죽하면 재방송 볼까"..'하얀거탑' 인기에 민망한 방송계
- 노선영 "동생은 이용당했고, 나는 제외당해" 격분
- 체조선수들 상습 성폭행 팀닥터 최장 175년형 선고
- [단독] 韓·中 스타커플 '송승헌-유역비' 결별
- 정현, 해외 베팅업체 전망서 호주오픈 우승 가능성 3위
- 10년 뒤 10배 성장, 달성땐 '59조원' 실패땐 '0원' 극단 도박
- 美신평사 가상화폐에 첫 등급..이더리움 'B', 비트코인 'C+'
- 정현, 호주오픈 준결승 진출로 상금 7억6천만원 '대박'
- 홍준표, 문재인 대통령에게 생일 축하난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