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지하철 에티켓] 배려받지 못한 휠체어..노약자 엘리베이터 '일반인 점령'

2018. 1. 2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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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약자를 위해 지하철에 마련된 각종 시설들을 일반인이 사용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지하철역과 열차 내부에는 임산부석ㆍ노약자석 외에도 약자를 위해 마련한 공간이 많다.

40대 직장인 최모 씨는 "출퇴근시간이나 몸이 아플때, 이용객이 없을 때 노약자 엘리베이터의 유혹이 강한 게 사실"이면서 "하지만 교통약자들을 위한 공간이다. 멀쩡해보이는 젊은 사람들이나 40~50대 이용객이 타는 것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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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ㆍ유모차칸 몰라요”, “노약자용 승강기는 만원”
-‘약자 자리 비워둬야’ vs ‘비워두기 보다는 웃으며 양보’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교통약자를 위해 지하철에 마련된 각종 시설들을 일반인이 사용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지하철역과 열차 내부에는 임산부석ㆍ노약자석 외에도 약자를 위해 마련한 공간이 많다. 휠체어와 유모차를 주차할 수 있도록 좌석없이 비워둔 전용칸, 계단과 에스컬레이터 사용이 어려운 보행약자를 위해 마련한 엘리베이터가 그렇다. 주 사용자인 교통 약자를 위해 비워두자는 것이지만 무작정 배려하라고만 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휠체어ㆍ유모차칸 ‘비워둬야 한다’ 인식 낮아= 지하철 휠체어ㆍ유모차 칸은 휠체어나 유모차를 사용하는 승객들이 편하게 거치시킬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을 말한다. 하지만 대중교통 탑승에 어려움을 겪는 교통 약자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다보니 ‘비워두지 않아도 되는 자리’, ‘서서 갈 때 기대면 좋은 명당’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잦다. 좌석의 의미가 널리 알려진 노약자석과는 달리 어떤 자리인지 조차 모른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유모차 사용 경험이 많은 주부들도 의미를 모르는 건 마찬가지였다. 윤모(38ㆍ여) 씨는 “지하철에 유모차를 위한 공간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없는 칸이 대부분이더라. 유모차 칸을 찾아 왔다갔다 하기도 민망해 아무 칸에나 탔다“고 말했다.

한국과 달리 해외에는 유모차를 위한 파킹공간이 칸마다 마련돼 있는 곳도 있다. 독일의 경우 칸마다 유모차 지정좌석(공간)이 비치돼 있다. 유모차 지정좌석을 만들기 위해 좌석 하나를 줄여 빈 공간을 만들어야하지만 감수했다. 덕분에 독일 지하철에서는 유모차를 끌고 나온 부모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대여섯 명으로 가득차는 비좁은 지하철 엘리베이터(좌). 휠체어ㆍ짐수레ㆍ유모차를 갖고 탑승하면 가득차는 지하철 엘리베이터. [사진=김유진 기자/kacew@heradlcorp.com]

▶일반인이 더 많이 사용하는 노약자용 엘리베이터=교통 약자를 위한 시설이 목적을 상실한 경우는 또 있었다. 지하철역에 설치한 엘리베이터다. 본래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 사용이 어려운 교통 약자를 위해 설치됐다. 보통은 누른 뒤 몇 십 초 후에야 문이 닫히게 설정된 경우가 많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하지만 계단과 엘리베이터만 있는 경우엔 얘기가 다르다. 계단 사용을 꺼리는 지하철 사용객들이 엘리베이터로 몰리기 때문이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내린 승객들이 우르르 엘리베이터로 몰려가면 정작 교통 약자들은 뒤로 밀려나기 일쑤다.

서울 지하철 1호선 만난 정모(82) 씨는 “계단은 고사하고 에스컬레이터도 너무 빨라 겁이 나 못 탄다”며 “꼭 엘리베이터만 타는데 요즘 노인들이 좀 많나. 타려고 가보면 50대 60대가 먼저 가서 줄 서 있다. 두 세 차례 왔다갔다 하는 걸 기다려서야 탄다”고 말했다. 40대 직장인 최모 씨는 “출퇴근시간이나 몸이 아플때, 이용객이 없을 때 노약자 엘리베이터의 유혹이 강한 게 사실”이면서 “하지만 교통약자들을 위한 공간이다. 멀쩡해보이는 젊은 사람들이나 40~50대 이용객이 타는 것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말했다.

▶오늘 당신은 교통 약자인가요?=교통 약자에 대한 배려 시설을 둘러싼 시민들의 시선은 엇갈렸다. 배려는 의무가 아니라며 무작정 강요할 수 없다는 목소리와 교통 약자를 위한 시설은 최대한 비워두는 게 맞다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섰다.

노약자석이 부족해 일흔 노인과 여든 노인이 자리다툼을 하는 세상이지만 힘 닿는 데까지 다른 이에게 양보할 것이라고 답하는 ‘어른’도 있었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유모(67) 씨는 “똑같이 나이 먹었어도 나는 아직 정정하다. 나보다 힘 없는 노인이나 임산부들에게 양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유 씨는 “젊은 사람들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젊어도 힘들고 지치는 날이 있다”며 “약한 사람 앉으라고 있는 자리에 약한 사람이 앉으면 되는 거고, 더 약한 사람 만나면 양보하면 되는 거 아니냐. 그러면 괜히 자리만들고 엘리베이터 고치고 할 필요가 없다. 복잡할 게 뭐냐”며 웃었다. 법으로 강요할 수 없는 ‘에티켓’ 문제의 해법이 유 씨의 대답 속에 있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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