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주면 맞춤댓글..포털 '게릴라 조작단'에 무방비

이선희,이석희 2018. 1. 2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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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십만원이면 메인에 노출"..댓글알바·바이럴마케팅 성행
아이디 수백개 확보해놓고 블로그·뉴스 댓글로 여론조작
정치·경제·사회이슈 왜곡..가짜정보 거르는 장치 필요

네이버, 수사의뢰 했지만…

지난 17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네이버 댓글이 인신공격과 욕설, 비하와 혐오의 난장판이 돼버렸다"며 인터넷 댓글 이슈를 정치쟁점화했다.

이에 네이버가 경찰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했지만 전문가들은 의견이나 경험을 가장한 가짜 콘텐츠와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댓글이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경제·문화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음과 네이버 등 주요 포털 사이트의 카페, 블로그, 뉴스 등 주요 서비스 분야에서 광고와 사실을 구분할 수 없는 글이 범람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댓글 조작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인터넷에서는 '댓글 조작 대행 사이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2일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댓글 알바(아르바이트)'를 검색하면 댓글 조작을 대행해주거나 댓글 조작 아르바이트를 제공하는 업체가 다수 노출된다. 대부분 업체는 '온라인 제휴 마케팅 업체'라고 자사를 소개하며 "포털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자연스럽게 노출시켜준다"고 홍보했다. G업체 관계자는 "네이버 아이디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원하는 카페나 뉴스를 알려주면 필요한 의견을 피력하는 댓글을 달아 줄 수 있다"면서 "보통 댓글 개수로만 계산하지 않고 카페나 블로그 글 포스팅과 패키지로 단가를 매긴다"고 했다.

'쉽고 편한 재택 알바' '앉아서 클릭만 해도 돈 벌 수 있는 알바'라고 소개하며 댓글 알바를 모집하는 곳도 많았다. A사는 "게임 후기, 영화 평점, 온라인 쇼핑몰 후기, 음식점 후기를 전문으로 한다"며 "주부나 학생들은 댓글 알바로 월 몇백만 원씩 가져간다"고 귀띔했다.

이곳들은 댓글 작성뿐만 아니라 블로그·지식인·인터넷 카페 등 다른 분야에도 홍보글을 서비스했다. 가장 활발한 수요가 있는 분야는 블로그 포스팅이다. 업체들은 인기 블로그를 사놓고 의뢰가 들어오면 여기에 글을 올린다. 이용자가 네이버 검색창에서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면 해당 블로그가 상위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이를 위해 수시로 블로그를 매입한다. 블로그 매매가는 통상 100만~500만원이고, 한 달 동안 임차할 때는 20만~30만원이다. G업체 관계자는 "일반인의 블로그를 빌려서 모든 메뉴에 광고성 글로 도배하면 오히려 순위가 떨어지기 때문에 메뉴 한 개만 골라서 광고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바이럴 마케팅사는 네이버 아이디도 수시로 매입한다. 안드로이드 개발자 카페 등 커뮤니티에는 '네이버 아이디 삽니다' 같은 글이 수시로 올라온다.

카페도 '가짜 정보'의 온상이 되고 있다. 특히 주부들이 자주 가는 '○○맘의 카페'나 주식 게시판, 중고장터 커뮤니티가 주요 타깃이다. 이곳에서 광고 업체들은 후기처럼 광고를 싣고 이에 동조하는 댓글까지 달아준다.

'바이럴 업체' C사 관계자는 "네이버에서 해당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그 키워드를 담은 게시물을 한 달 동안 네이버 카페에 노출해주는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한다. 화장품은 80만원, 정책은 30만원 수준이다"라고 했다. 한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네이버에서 검색했을 때 제일 위에 뜨는 메뉴가 블로그와 카페여서 홍보할 때 이 분야 바이럴 마케팅에 돈을 쓴다. 최근에는 공공기관도 정책을 홍보할 때 블로그 노출을 요구한다"고 했다.

후기나 실제 의견을 가장한 '가짜 정보'가 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네이버와 다음은 아이디 매매를 이용규약에서 금지하고 있지만 개인의 신고가 없는 한 알 길이 없다.

또한 전자상거래법은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한 업체에는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지만 업체들에는 '솜방망이' 처벌이다. '가짜 정보'가 유발하는 사회적 혼란에 비해 처벌은 미미한 셈이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뉴스나 카페에서 달리는 댓글은 이용자가 타인의 의견을 참조하는 중요한 지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의견이 맞는지 파악하고 여론 형성 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가짜 댓글은 좌시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선희 기자 /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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