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성의 씨네 IN&OUT] "그날의 함성 있었기에.." 배우들 출연 자청

김신성 2018. 1. 1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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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더 특별한 영화 '1987' / 대공수사처장役 김윤석 박종철 후배 / "작은 배역이라도" 오달수 먼저 연락 / 치안본부장役 우현, 이한열 실제동료 / 당시 장례식 이끌어.. "감회 남달라" / 명동성당 등 내부 촬영 처음 허가

“굉장히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이기 때문이다. 많은 나라들이 수백년에 걸쳐 얻어낸 민주주의를 우린 불과 수십년 만에 이뤄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박스오피스 1위 영화 ‘1987’의 장준환 감독이 털어놓은 연출의 변이다.

압도적인 몰입감, 배우들의 열연, 강한 울림 등 3박자를 두루 갖춘 ‘1987’은 1987년 1월부터 6월까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6월 민주항쟁’을 스크린에 담아낸 첫 번째 한국영화다. 남영동에서 조사를 받던 한 대학생의 의문사부터 각자의 자리에서 신념을 건 선택을 한 사람들의 행동이 모여 마침내 광장의 거대한 함성으로 확산되기까지, 가슴 뜨거운 6개월의 시간을 담담하게 펼쳐낸다.

김윤석, 하정우, 이희준,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등 수많은 배우들이 릴레이처럼 등장한다. 대사를 치는 배우만 무려 125명이다. 암울했던 당시를 관통해 온 모두가 주인공이란 얘기다.

‘1987’은 명동성당과 남영동 인권센터에서 촬영해 영화의 리얼리티를 배가시켰다. 명동성당은 당시 각종 집회가 열리고 민주화를 촉진하는 성명서가 발표된 곳이다. 명동성당 내부에서 촬영이 허가되기는 이번 ‘1987’이 처음이다. 남영동 인권센터 역시 입구와 복도, 테니스장, 소각장 등에서 최초로 영화 촬영을 허가했다.

1987년을 이끈 시대의 주역들과 출연 배우들의 특별한 인연도 눈길을 끈다. 사건의 은폐를 지시하는 대공수사처장 역의 김윤석은 고(故) 박종철 열사의 고교 2년 후배다. 연기파인 그도 촬영에 임하는 진정성과 무게감이 달랐을 것이다. 김윤석은 “지난해 내가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은 ‘1987’에 출연한 것”이라며 “후배로서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라는 대사를 하게 될 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김윤석은 제작진도 미처 챙기지 못했던 당시의 신문기사를 찾아와 의견을 제시하는 등 열정적으로 캐릭터 구축에 나섰다. 실존 인물과 외모를 최대한 닮게 보이기 위해 이마의 앞머리 선을 위로 올려 매서운 눈빛이 도드라지게 하고, 마우스피스를 껴서 고집과 권위가 읽히는 뚜렷한 입매를 만들어냈다.

일간지 사회부장으로 짧게 얼굴을 비친 오달수 역시 박종철 열사의 후배다. 그는 “작은 배역이라도 맡고 싶다”며 제작진을 찾아가 먼저 출연의사를 밝혔다. 박종철 삼촌 역으로 얼굴을 내민 조우진, 성명서를 발표하는 김승훈 신부 역의 정인기 역시 자원해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 투쟁에 앞장선 고(故) 문익환 목사의 아들 문성근이 당시 정권 실세인 안기부장 역을 맡은 점도 재밌다. 영화의 끝부분 영상에서 오열하며 “박종철 열사여, 이한열 열사여!”를 외치는 인물이 문익환 목사다.

경찰 총수인 치안본부장 역의 우현은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 집행부 학생으로, 광장 한가운데 섰다. 고(故)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과 49재 행사를 이끌었다. 그는 “가장 치열한 대학생활을 보냈기 때문에 영화가 제작된다는 것만으로도 남다른 감회가 있다”고 말했다.

‘1987’의 주제곡이자 엔딩을 장식하는 민중가요는 ‘그날이 오면’이다. 연세대 87학번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한열합창단이 직접 부르며 녹음에 참여했다. 당시를 겪었던 목소리답게 큰 울림을 안긴다.

80년대 타자기와 ‘마이마이’도 반갑다. 걸어다니면서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그때만 해도 대단히 혁신적인 일. 마이마이의 인기와 영향력은 실로 막대했다. 87년 신입생 연희 역의 김태리가 듣는 노래는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이다.

박찬욱 감독은 ‘1987’에 대해 “영화 이상의 어떤 것이다. 증언이고 절규고 함성이다. 촛불세대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30년 전 광장에서 친구를 만나는 기적은 영화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것”이라고 감상소감을 남겼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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