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북한 비핵화 장으로 나오게 하는 게 향후 과제"
북한이 전날 남북 고위급회담 마무리 발언에서 ‘비핵화는 오늘 회담 의제가 아니다’고 항의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하는 궁극적 목적이 비핵화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 복원의 첫 단추를 끼웠지만, 향후 미국 등이 참여하는 ‘본게임’에서도 대화의 동력을 살려나가려면 본질을 회피하긴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어느 시점엔가 대북정책을 놓고 한·미가 이견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에 “우리가 현실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이라고 인정한 뒤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제재와 압박이 높아지다 보면 지나치게 긴장이 고조돼서 우발적 충돌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긴장을 적절히 관리해나가고 우발적 충돌을 막으면서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낼 것인가 사려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우발적 충돌이 있기 전에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왔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올림픽이 끝난 뒤 다시 한반도 정세가 긴장고조 상태로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이를 위해 북한 태도 여하에 따라 올림픽 이후로 미룬 한·미 연합군사훈련 문제도 신축적으로 논의하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 문제에 대한 논의 의사를 밝히지 않는 상황에선 제재 문제를 양보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 틀 속에서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안보리 결의 범위 속에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독자적으로 그 부분들을 해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북한과 대화가 시작되기는 했지만 북핵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은 국제사회와 제재에는 보조를 함께 맞춰나갈 것”이라며 “독자적 대북제재를 완화할 생각을 지금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 대표단이 올림픽에 참석하려면 한국 정부의 독자적 대북제재인 5·24조치를 일시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일각의 주문에 선을 그은 것이다. 다만 ‘지금은’이라는 단서를 달아 여지를 남겼다.
전날 남북 고위급대화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이제 첫걸음인데, 출발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너무 앞서가면서 이런저런 가정을 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며 “어제 같은 대화의 장이 평창올림픽 기간에도 다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어떠한 만남도 열어두고 있다”며 “정상회담을 하려면 여건이 조성돼야 되고, 어느 정도 성과가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 여건이 갖춰지고 전망이 선다면 얼마든지 정상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자 17명 중 13명이 외교·안보 분야를 물었고, 그중 6개 질문이 북한·북핵 문제였다.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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