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에너지-가까워지는 석유·석탄 시대의 종말
[편집자주] 세계 정치·경제 판도는 올해도 격변이 예상된다. 우선 세계 곳곳의 대선과 총선 일정이 빼곡하다. 리더십 빅뱅은 정치뿐 아니라 경제와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오는 2월 새 지도부를 맞는다. '점진적인 금리인상'이라는 통화정책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지만 FRB가 주도해온 통화긴축 바람이 유럽 등 다른 지역으로 더 확산될 전망이다. 중앙은행들의 행보는 글로벌 금융시장 향방을 좌우할 결정적인 변수로 꼽힌다. 올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종을 울린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일어난 지 10년째 되는 해이기도 하다. 중앙은행들의 행보에 더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에너지시장의 재편 움직임도 올해 주목해야 할 화두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들의 석유 의존 탈피 움직임이 전기차 등 친환경에너지 기술과 맞물려 화석에너지 시대의 종말을 재촉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국제부는 올해 주목해야 글로벌이슈를①증시 ②경제 ③금리 ④정치 ⑤에너지로 나눠 정리했다.

올해는 석탄·석유 등 화석에너지 대신 재생에너지가 본격적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탈(脫)석유’를 외치는 산유국들이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렸고, 민간 기업의 참여도 본격화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7 세계 에너지수요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에너지 수요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 8.2%에서 2040년 17.0%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OECD 국가들의 석탄과 석유 비중은 각각 5.1%포인트, 8.6%포인트 하락하고, 원자력 에너지 비중도 9.7%에서 9.1%로 0.6%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EA는 "화석에너지가 바이오에너지 및 신재생에너지로 대체되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이 가까워지면서 주요 산유국도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국가 경제의 지나친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비전 2030' 계획을 추진 중이다. '석유의 맹주'가 석유 없이도 살 수 있는 새로운 국가로 거듭나겠다는 다짐이다. 이 계획의 핵심 내용 중 하나가 신재생 에너지 개발이다. 태양광·태양열·풍력 등을 새로운 에너지로 자원화하겠다는 목표다.
석유 의존도를 낮추려는 건 중동 산유국뿐만이 아니다. 사우디와 함께 셰일 혁명으로 세계 국제유가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미국도 친환경 에너지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석유산업을 대표하는 지역인 텍사스에서는 지난해 11월 스커리카운티의 플루밴너 풍력발전 단지가 완공되면서 풍력발전 용량이 사상 처음으로 석탄발전을 앞질렀다. 텍사스 역사상 처음이다. 내년 말에는 텍사스의 풍력발전 용량이 2만4400MW로 늘어나는 반면, 석탄발전은 1만4700MW로 줄어 격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2030년쯤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석유 소비국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도 재생에너지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IEA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2016년 세계 1위 재생에너지 투자국으로 올라섰으며, 세계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의 40%를 담당했다. 지난해 수도 뉴델리를 중심으로 심각한 대기오염 이 발생했던 인도 역시 기타 재생에너지 수요가 연평균 13.2%씩 늘어나는 폭발적 신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눈에 띄는 민간 투자도 늘었다. 지난해 12월 1일, 호주 남부 애들레이드에서 북쪽으로 약 200㎞ 제임스타운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리튬이온 에너지 저장시스템(ESS)이 가동을 시작했다. 전기자동차로 유명한 미국의 테슬라가 만든 시설로, 인근 풍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저장했다가 최고조 시간대 공급하는 장치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배터리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하다. 완전 충전 시 24시간 동안 80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자랑한다. 남호주 ESS 사업은 테슬라 창업자이자 CEO(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의 역작이다. 머스크는 100MWh 저장 능력을 갖춘 리튬이온 ESS 시설을 100일 안에 짓겠다고 공언했고, 실제로 63일 만에 완공시켰다.
앞서 지난해 10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텍사스에 연간 100만MWh 규모의 풍력발전소를 건설했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이 미국에서 운영 중인 태양광·풍력 발전 단지가 18곳으로 늘었다. 아마존은 세계에 완전히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하려는 장기 목표를 추진 중이며 미국을 넘어 해외에 친환경 전력 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이 있다.
다만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완전히 넘어서기까지는 20여 년이 더 걸릴 전망이다. 풍력발전과 ESS 시설이 남호주의 에너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것도 아니다. 여전히 화력발전이 주연이며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는 조연이다. 미 경제 전문 매체 쿼츠는 "리튬이온 ESS가 세계 최고의 예비 전력일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해야 한다"고 전했다. 텍사스에서도 풍력발전 용량이 석탄발전을 앞섰을 뿐, 실제 전력 생산량은 여전히 석탄발전을 밑돈다.
IEA는 세계 석유 수요는 2040년까지 지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자동차와 발전 부문의 석유 수요는 줄지만, 석유화학, 항공, 선박 등에서의 수요는 계속 늘 것으로 예상된다.
유희석 기자 hees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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