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현판' 철거 두고 싸움 난 이순신 가문

아산/김석모 기자 2018. 1. 2.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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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 소유권 가진 15대 종부, 박정희 친필 내릴 것 요구하며
"안 되면 난중일기도 전시 중단"
충무공파 종회는 "현판교체 반대" 유물 국가 기증 밝히며 소송 진행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후손들이 장군의 사당인 현충사 현판 철거를 두고 둘로 갈려 대립하고 있다. 현판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사진〉이 새겨져 있다. 후손들의 대립이 풀리지 않으면 현충사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던 '난중일기' 원본 전시가 중단될 위기다.

현충사는 이순신 장군이 무예를 연마하던 곳으로, 충청도 유생들의 요청에 따라 1706년(숙종 32년)에 건립됐다. 1707년 숙종은 '현충사(顯忠祠)'란 현판을 내렸다. 1966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현충사 성역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숙종이 내린 현판 대신 친필 한글 현판을 새로 지은 본전(本殿)에 걸었다. 숙종의 사액(賜額·임금이 직접 이름을 지어 내림) 현판은 성역화 사업 이전 사당으로 사용되던 건물에 걸려 있다.

/현충사 관리소

현판 교체를 주장한 것은 덕수이씨 충무공파 이순신 가문의 15대 맏며느리인 최순선(62)씨다. 국보 제76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난중일기' 소유권을 가진 최씨는 "현판을 교체하지 않으면 충무공 유물 전시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덕수이씨 충무공파 종회(宗會)에서 "현충사를 새롭게 지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내린 현판도 역사적 유물"이라며 반대에 나섰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해 9월 시작됐다. 최씨가 현충사를 관리하는 문화재청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현충사 현판을 내리고 숙종의 사액 현판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현충사의 건립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면서 현충사에서 자라는 일본 고유종인 금송(金松)도 옮겨달라고 했다. 현충사 금송은 1970년 박 전 대통령이 기념식수했다. 문화재청으로부터 답변이 없자 최씨는 지난달 28일 '(종가가 소유한) '난중일기'를 포함한 충무공의 유물 일체는 현충사에 전시될 수 없다'는 내용의 전시 불허 서류를 보냈다.

덕수이씨 충무공파 종회는 최씨의 현판 교체 요구에 즉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종천(82) 종회 회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순신 장군을 대대로 기리기 위해 사당을 새롭게 꾸미고 친필 현판을 내려준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현판을 독단적인 판단으로 바꿔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충무공의 유물 소유권은 종손이 상속받아 왔다. 14대 종손인 이응렬씨는 1960년대 말 충무공 유물들을 국가에 위탁했다. 이후 15대 종손이 소유권을 넘겨받았지만 자손 없이 숨을 거두면서 아내인 최씨가 상속받았다. 덕수이씨 충무공파 종회의 재무 담당인 이창열(67)씨는 "국가적 재산인 충무공의 유물을 개인 한 명이 소유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현재 종회도 충무공 유물의 소유권을 가질 수 있도록 법원에 본안 소송을 진행 중이며, 소유권을 인정받으면 모든 유물을 국가에 기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충사가 관리하는 종가 소유 충무공의 유물은 '난중일기'를 비롯해 보물 제326호 이순신 유물 일괄(장검 2점, 옥로, 요대, 술잔), 보물 제1564호 이순신 관련 고문서(장계, 교지, 서간첩) 등 380여 점에 달한다.

문화재청은 현판 교체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지난해 11월 현판 교체 논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김종진 문화재청장은 "현충사 현판 교체와 관련해서는 의견을 수렴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현충사 관리소 관계자는 "현판 교체는 간단히 결정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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