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탄생 100주년 '조선족 중국인'으로 기억되는 그의 이름

박동해 기자,유경선 기자 2017. 12.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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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30일, 100년 전 오늘, 시인 윤동주가 세상에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땅은 부정할 수 없는 타국의 땅이 됐음이 당연하지만, 한국인의 감정을 가장 잘 담아 낸 시인으로, 그리고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은 윤동주가 '조선족 중국인'으로 기억되고 있다는 사실은 당혹스러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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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정 일환" 주장에 "아직 판단 어렵다" 반론도
유족 "동주 형님 무덤에서 뛰어나올 일"
중국 용정시 윤동주 시인 생가에 세워진 비석(유성호 한양대 교수 제공)© News1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유경선 기자 = 12월30일, 100년 전 오늘, 시인 윤동주가 세상에 태어났다. 그가 만 스물일곱의 나이로 생을 마치고 70년이 흐르면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등 여러 수식어가 그의 이름 앞에 붙었다. 그런데 그중엔 '중국 조선족 애국 시인'이라는 익숙지 않은 명칭도 있다. 옛 북간도, 지금의 중국 용정시에 남아있는 그의 생가와 묘지에 큰 글씨로 남아 있는 이름이다.

그가 태어난 땅은 부정할 수 없는 타국의 땅이 됐음이 당연하지만, 한국인의 감정을 가장 잘 담아 낸 시인으로, 그리고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은 윤동주가 '조선족 중국인'으로 기억되고 있다는 사실은 당혹스러운 현실이다.

이에 많은 전문가와 학자들은 윤동주를 조선족 중국인으로 규정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중국의 '동북공정'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유성호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처음 2011년에 '중국 조선족 애국 시인'이라는 표지석이 생가 앞에 섰는데 중국의 동북공정의 연장선으로 보인다"라며 "올해 가 보니 묘소 앞에도 윤동주를 '조선족'으로 규정한 비가 설치됐다. 그의 삶과 죽음을 전부 그런 식으로 규정해놓은 것 같았다"라고 밝혔다.

다른 편에서는 이를 중국의 동북공정 작업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어렵고 '조선족애국시인'이라는 말이 어떻게 출연하게 됐는지 정확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응교 숙명여대 기초교양학부 교수는 "(그런 표현은) 중국 내 조선족들이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 중국 정부와 합의한 결과일 수 있다"라며 "사실 윤동주가 삶의 대부분을 현재의 중국에서 살았고 많은 가족이 중국에서 살다 간 만큼 현재 조선족들도 그를 '조선족 시인'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중국 측 작가들이나 사람들을 만나보면 사실 아직 윤동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라며 "중국 정부가 의도를 가지고 그런 이름을 붙인 것은 아닌 것 같다. 다만 그런 이름을 누가 붙였고 왜 그렇게 붙여졌는지는 자세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윤동주에 대한 설명, 그의 국적을 '중국'이라고 기재하고 있다. © News1
물론, 양측 다 윤동주를 '중국인'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유 교수는 "사실 윤동주가 생존했을 당시에는 지금처럼 국경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북간도에 국적을 바꿔서 간 것이 아니었다"라며 "그때는 조선족이라는 단어 자체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유 교수는 "윤동주가 시 '별 헤는 밤'에서 '폐·경·옥'이라는 중국 소녀들의 이름을 부르며 '이국 소녀'라고 분명히 부르고 있다"라며 "윤동주는 메모조차 중국어나 일본어로 남기지 않았는데 사후에 국경을 적용해 조선족 시인으로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학자들은 이런 현실에도 정부나 학계에서 윤동주가 바르게 기억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에 안타까워했다. 김 교수는 "오히려 윤동주가 왜곡되고 정치적으로 이용만 당하고 있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한편, 윤동주의 6촌 동생인 가수 윤형주씨는 "북간도는 예전부터 우리 민족이 살던 땅이고 항일투쟁하고 교육을 받던 곳인데, 해방 이후 벌어진 상황을 해방 전에 죽은 윤동주에게 적용하는 건 논리가 맞지 않는다"라며 "중국 시인이라고 불리는 걸 알면 동주 형님이 무덤에서 뛰어나오실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씨는 "(한국 정부가) 윤동주가 우리 민족의 시인이라는 것을 중국에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안 하고 있다"라며 "윤동주로 박사 된 사람이 300명이 넘는다는데 왜 단 한소리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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