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만 2억원..애 낳을 수 있겠어요?"

#경기도에 사는 김모씨(34)·이모씨(32) 부부는 지난해 3억원대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2억원 가까이 대출을 냈다. 부부가 맞벌이를 해서 버는 돈은 세후 월급으로 약 500만원. 매달 200만원이 넘는 원리금을 갚고 생활비·공과금·노후연금 등을 내고 나면 저축할 수 있는 돈이 거의 없다. A씨는 당장 애를 낳을 계획이 없다. 육아를 할 경우 A씨 혼자 외벌이를 해야 하는데 그의 월급으로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A씨는 "정부가 뜬구름 잡는 정책만 내놓는데, 본질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출생아 숫자가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운 가운데 신혼부부들이 결국 아이를 못 낳는 이유는 교육비와 양육비에 대한 부담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얽매여 살고 싶지 않은 '가치관'을 이유로 들거나 '난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못 낳는 신혼부부도 있었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10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출생아 숫자는 전년동월대비 11.7% 감소한 2만79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0월 출생아 숫자는 10월 기준으로 200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5년 기혼여성(15~49세) 1만1009명과 미혼남녀(20~44세) 2383명을 조사해 발표한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 기혼여성들은 자녀 교육비 부담(21.8%)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어 '계획만큼 또는 많이 낳았다(21.7%)', '고연령(20.8%)', '양육비 부담(12.4%)' 등의 순이었다.
실제 머니투데이가 신혼부부들을 취재한 결과 이들의 출산을 가로막는 가장 큰 부담은 '사교육비' 였다. 결혼 4년차 직장인 박모씨(35)는 "초등학교나 중학교만 들어가도 아이 한 명당 사교육비가 매달 100만원이 넘는다고 들었다"며 "경제적 사정이 앞으로 크게 좋아질 건 없는데 그렇게 많이 부담하면서 아이를 낳기는 두렵다"고 말했다.
결혼 6년차 직장인 유모씨(37)도 "아내와 아이를 안 낳기로 결정했는데, 주위에서 보면 사교육비가 월 200만원이 넘더라"라며 "주택 구입에 대한 대출을 갚기도 빠듯한데 애를 낳을 여건이 안된다고 현실적으로 판단했다"고 토로했다.
천정부지로 뛰는 집값과 노후준비에 대한 불안을 이유로 드는 경우도 있었다. 아들 하나만 낳은 직장인 최모씨(42)는 "원래 두 명을 낳고 싶었는데, 아직 집도 못 샀는데 매년 뛰는데다 노후준비도 같이 하기가 버거워 결국 포기했다"고 답했다.
부부의 가치관이 맞아 출산을 하지 않기로 한 경우도 있었다. 직장인 박정호씨(31)는 "애를 낳아서 얻는 행복도 있겠지만 주변 부부들을 보면 잃는 행복도 많은 것 같다"며 "자유롭게 여행도 못 다니고 영화도 못 보더라. 그냥 서로 사랑하면서 자유롭게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이를 못 낳는 '난임 부부'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건강보험 통계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난임 대상자는 21만여명으로 여성이 16만1000명으로 최근 10년간 65% 늘었다. 또 남성은 4만9000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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