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갔다가 병 얻었다면..의사가 하는 말 녹음부터

한정수 기자 2017. 12. 2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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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Law&Life-병원에서 '병'을 얻다 ②] "진료 기록 챙기고 시간대별 경위서 작성해야"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의료 사고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의료분쟁중재원에 따르면 2012년 503건이던 의료분쟁 조정 신청은 지난해 1907건으로 3배 넘게 늘어났다.

낫게 해줄 거라 기대하고 찾았던 병원에서 건강이 오히려 나빠지거나 최악의 경우 가족이 숨지기라도 한다면 당혹감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그럴 경우 신속한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의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 기록과 진료 기록부 등의 사본을 챙기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능한 많은 자료를 확보해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 사고가 병원 측 과실로 발생한 것일 경우, 병원 측에서 먼저 문서를 위·변조할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확보한 증거들은 추후 조정 절차나 민·형사상 소송 등을 진행할 때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의료법상 환자가 자신의 진료 기록 등을 요청하면 병원은 이를 거부할 수 없다.

사고 직후 담당 의사와 면담을 한 내용을 녹음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고 즉시 진료 상황과 병원 처치 내용 등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편이 좋다. 이 역시 추후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피해자 가족들이 사건에 대한 상세한 경위를 시간대별로 최대한 구체적으로 작성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의사나 병원 측에 폭력적 행동을 하는 등의 행위는 삼가는 편이 좋다. 추후 문제를 해결할 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른 병원에서 받은 검사나 진단이 첫번째 병원의 책임을 입증할 자료가 될 수 있다.

자료 확보가 끝났다면 먼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찾는 것이 좋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의료 사고를 조정으로 해결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2년 4월 출범한 단체다. 피해자가 중재원에 의료 사고 관련 자료와 함께 신청을 하면 중재원은 해당 병원에 관련 제도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다. 병원에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중재원이 감정을 실시하고, 그 감정 결과를 토대로 양 측을 중재한다.

만약 병원이 참여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 원칙적으로 각하 처분이 내려진다. 이 때는 중재원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다만 지난해 11월 '신해철법'(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돼 사망이나 1개월 이상 의식불명, 1급 장애 등의 결과가 발생했을 때는 병원의 의사와 관계 없이 절차가 시작된다.

중재원을 통한 해결이 어려울 경우 변호사를 선임해 민·형사상 소송으로 나아가야 한다.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형사 고소를 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낼 수 있다. 두가지를 모두 병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의료 사고는 전문적 분야로 병원 측 과실이 있다는 점을 법적으로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철저한 준비 없이 형사 고소를 했다가 무혐의 처분이 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 경우에는 민사 소송에서도 승소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와 관련한 전문성이 부족한 수사 기관에서 병원 책임을 입증하는 것보다 법원에서 민사적 책임을 입증하는 편이 더 용이한 면이 있다"며 "때로는 민사 소송만 제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다"고 밝혔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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