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가상화폐 때문에..돈맥경화 허덕이는 상장사
국내 상장사들이 주식 시장에서 제때 돈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4분기 들어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 상장사 중 유상증자 또는 회사채 발행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회사는 8곳으로 집계됐다. 올해 3분기까지 실패 건수는 6건이었다.

21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10월 이후 유가증권 상장사 3곳과 코스닥 상장사 5곳 등 총 8개 기업이 계획대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했다. 그간 한 달 반 만에 한 번꼴로 발생하던 자금 조달 실패 이슈가, 요즘 들어 열흘에 한 번꼴로 생겨난 셈이다.
상장사 관계자들은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자금조달 실패의 원인을 가상화폐에서 찾는 분위기다. 기업마다 속사정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가상화폐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자금 조달 창구로서 주식 시장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10월 30일 자동차 부품 등을 생산하는 부산주공(005030)은 9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려다 흥행 실패로 38억원만 발행하는 데 그쳤다. 2020년 10월말 만기까지 보유하면 4% 이자를 주는 조건이었지만, 투자자들의 흥미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11월 28일 디스플레이용 광학필름 등을 제조하는 상보(027580)는 당초 구주주를 대상으로 17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려 했지만, 청약률이 22%에 그치며 37억원만 손에 쥐었다. 이후 미청약금액은 대표주관사가 인수했다.
이달 12일 스마트팩토리 관련 회사인 크레아플래닛은 주주우선공모 형태로 유상증자를 시행했으나, 청약률이 42%에 그쳤다. 이후 15일 크레아플래닛은 실권주에 대해 일반공모를 진행했지만, 청약률이 49%를 기록하면서 한 차례 더 실패를 맛봤다.
한 상장사 대표이사는 “가상화폐 시장에서 큰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연일 전해지면서 신규 투자금을 주식 시장에서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상반기만 해도 요즘과 같지는 않았는데 최근 들어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맏형격인 비트코인은 10월 들어 급등세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빗썸 기준으로 10월 1일 480만원대이던 1비트코인 가격은 11월 1일 740만원대를 넘어선 데 이어, 현재 2200만원에 육박한 상태다. 가상화폐 2인자인 이더리움 역시 10월 들어 회복세를 나타내더니 11월을 기점으로 폭등했다. 11월 1일 34만원대에서 거래되던 이더리움은 현재 100만원을 넘어섰다.
국내 IB(투자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가 분위기인 만큼 아주 급한 자금이 아닌 경우에는 조달 일정을 늦추거나, 특정인을 대상으로 제3자배정 발행으로 계획을 변경하려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며 “가상화폐 시장에 쏠린 관심이 조금은 사그라져야 발행 시장도 살아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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