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차태현 "'신과함께'가 신파? 누군가에겐 엄연한 현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2017. 12. 2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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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함께-죄와벌'에서 소방관 자홍 역 맡아
"현몽 꾸게 된다면? 어머니·아내 중 갈등돼"
배우 차태현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신과함께-죄와벌’이 영화화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캐스팅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미 원작 웹툰을 통해 각각의 캐릭터들이 보유한 팬덤이 있는 상태에서 소위 ‘싱크로율’을 맞추는 작업은 제작자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주인공 김자홍 캐릭터만큼은 제작사, 배급사 등의 만장일치로 차태현이 1순위였다.

‘신과함께-죄와벌’은 저승에 온 망자가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차태현은 불의의 사고로 죽은 뒤, 저승에서 49일간 재판을 받는 소방관 김자홍으로 분했다. “감독님이 어떤 공익광고를 보고 저를 캐스팅하셨다고 들었어요. 아무래도 평범한 이미지가 김자홍과 맞아떨어진 게 아닌가 싶어요. 사실 저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내가 김자홍이구나’ 싶었어요. 김자홍은 어두운 전사가 있지만 재밌기도 하고 확실히 새롭고 낯선 캐릭터에요. 근데 제가 나와서 한 번도 안 웃기고 끝나니까 일을 안 한 것 같고 이상하더라고요.”

원작에서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김자홍은 영화에선 소방관으로 등장한다. 효심 깊고 무던한 성격은 그대로지만 직업적인 설정의 변화로, 극적인 요소를 최대로 끌어올렸다. 바로 이 대목에서 원작 팬들과의 충돌이 일어났다. 원작 속 평범한 회사원의 김자홍에게 감정을 이입했던 팬들은 소방관이라는 뚜렷하게 정의로운 직업을 가진 설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차태현은 “오히려 바뀐 부분이 훨씬 좋았다”고 강조했다.

“만약 김자홍이 웹툰처럼 평범한 회사원이었다면 연기하는 입장에서 굉장히 힘들었을 거예요.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평범한 연기거든요. 또 영화를 보면 김자홍은 가장 수동적이고 정적인 캐릭터에요. 주로 가만히 서서 재판받고 저승차사 이야기 듣고, 그게 전부라서 몸으로 표현하는 것도 없고 감정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았어요. 김자홍의 감정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준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해요.”

영화는 김자홍은 저승차사 해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 강림(하정우)과 함께 49일 간의 저승여정을 보여준다. 7개의 지옥을 지나면서 김자홍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여주고, 이 과정에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투영하게 된다. 사실상 김자홍은 관객과 가장 가까운 캐릭터로서, 그가 느끼는 좌절과 환희 등 감정은 극을 운반하는 주요한 줄기인 셈이다.

여기에 부모님을 향한 효심, 자기성찰적인 원작의 메시지는 마지막까지 가장 큰 감동과 여운을 남기는 ‘신과함께-죄와벌’의 하이라이트다. 특히 김자홍이 어머니에게 남긴 전기밥솥과 편지 등이 눈물샘을 자극하지만, 신파가 오히려 극의 매력을 반감시켰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주변에서 ‘진짜 누룽지가 되는 밥솥이 있어?’, ‘누룽지 밥솥은 PPL이야?’라고 묻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 부분이 그렇게 보이나봐요. 전혀 아니에요. 아무래도 편집하는 과정에서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데 김자홍 캐릭터 설정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어요. 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서나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누군가는 신파로 치부한 스토리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너무 현실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특히 ‘신과함께-죄와벌’은 스케일 큰 볼거리들로 풍성하다. 컴퓨터 그래픽과 세트로 구현된 웹툰 속 7개의 지옥은 장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영상미로 시선을 빼앗는다. 차태현은 “폭력지옥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촬영 비화를 전하기도 했다. “돌이 무너지는 폭력지옥은 세트가 엄청 크고 높았어요. 심지어 바닥에 스프링이 달려 있어서 실제로 흔들거렸고 놀이기구 타는 것 같았어요. 모든 지옥의 세트장이 부수기 아까울 만큼 멋있었어요. 이걸 100% 컴퓨터 그래픽이라고 오해하시면 너무 억울할 것 같은데. 하하. 세트장에 가면 실제로 10m 높이 위에 재판장 석이 있고, 산도 있고, 모래도 날리고, 나태지옥의 물도 오픈세트에 큰 수조가 있었어요. 지옥이 바뀔 때마다 ‘이번엔 어떤 세트가 있을까’ 배우들끼리도 기대하곤 했죠.”

워작 웹툰 ‘신과함께’가 유독 오랜 시간, 수많은 독자들에게 ‘인생 웹툰’으로 사랑받은 건 독특한 세계관 덕분이다. 인간의 숭고한 의지와 순간의 소중함 같은 단순한 진리를 무겁지 않게 전달하며,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돼준 것.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도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졌을 테다. 차태현은 “굳이 환생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지만 현몽은 욕심이 난다”며 駕볜뭏?떨었다. “현몽의 기회가 한 번만 있다는 말을 듣고 엄청 고민하게 되던걸요. 어머니, 아내 둘 다 떠오르는데 괜히 얘기 잘못했다가 득 될 게 없어요. 그래서 명절 때 다 같이 한자리에 계실 때 나오면 되지 않을까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차태현은 ‘엽기적인 그녀’ ‘연애소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파랑주의보’ ‘복면 달호’ ‘바보’ ‘과속스캔들’ ‘헬로우 고스트’ ‘전우치’ ‘슬로우 비디오’ ‘사랑하기 때문에’ 등 주로 편안한 감동이 주는 작품들에서 돋보였던 배우다. 특히 죽음, 혼전임신, 스캔들 등 무거운 소재를 재치있게 다룬 작품들에서 차태현의 활약은 돋보였다. 차태현 역시 “희한하게 그런 작품이 많이 들어오는 게 사실이다. 죽음을 소재로 한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온다”며 맞장구를 쳤다.

“저도 궁금해서 관계자에게 물어본 적 있어요. 그랬더니 이제 제 나이가 그런 걸 조금씩 생각하기 시작하는 나이라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40대가 죽음에 대해 상상하고, 또 대비하기 시작하는 나이라고. 그런 작품들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겠죠. 하지만 저는 죽음에 대해서 아직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그래도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아이들에게 '왕년에 잘 나갔던 아빠'가 아닌, '지금도 꾸준히 활동하는 아빠'로 남고 싶어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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