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옛날 짜장

소백산을 휘감는 죽령로를 따라 경북 영주에 닿았다. 출장차 왔다. 콧구멍이 시원하다. 귓구멍은 한적하다. 답답하고 번잡스러운 서울을 나설 때는 유독 부지런을 떤다. '하나라도 더 먹어야지.' 끼니엔 때가 없다. 차갑고 신선한 공기에 소화제라도 탄 걸까. 먹고 뒤돌아서면 또 배가 고프다.
영주에 사는 지인을 따라 오래된 중국집으로 갔다. "옛날 짜장의 성지 같은 곳"이라고 했다. 짜장 한 그릇이 나왔다. 까맣고 되직한 짜장을 보자마자 나무젓가락을 쪼갰다. 면을 들췄다. 노랗고 잘빠진 서울 중국집의 면과는 달랐다. 손으로 치대 균일하지 않지만 얇게 뽑아낸 고집이 좋았다. 뽀얀 면타래를 풀어 짜장에 비볐다. 여느 수타면과 달리 뭉쳐져 입속에서 걸리는 것 없이 빨려 들어갔다. 씹을수록 입꼬리가 당겨졌다.
평소 면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일행은 "서울에선 이런 짜장면 절대 못 먹지"라며 신나게 젓가락질을 해댔다. 단맛이 거의 없는 소스와 폭신한 탄성이 있는 면 가닥에 놀랐다. 첨가제가 들어가 탄탄한 면발을 유지하는 '배달용' 짜장면과 달랐다. 대부분 중국집에서는 배달하는 동안 면이 부는 걸 막기 위해 첨가제를 넣는다. 이 집은 배달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면이 불었다는 불만이 있을 리 없고, 별다른 첨가물을 쓸 필요 없다. 즉, 주방장이 추구하는 맛이 시대 변화에 의해 떠밀릴 이유가 없다.

이 집 메뉴판에 '옛날 짜장'은 없다. 그저 우리가 그렇게 부른다. 주방을 지키는 주인은 오래전부터 하던 대로 조리할 뿐이다. 세상에 드무니 옛날의 것이라 귀하게 여긴다. 주인의 초심이 그대로 멈춰 있는 짜장면 한 그릇을 먹으며 새삼스레 생각했다. 갈수록 먹는 게 편리해지는 시대이지만, 변화의 속도와 품질은 반비례할 수도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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