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귤에 붙어 있는 그거 뭐지? 이름 모를 '그거'를 알려주마

홍성윤 2017. 12. 1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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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는 서브컬처-55] "그거 있잖아, 그거." 누구나 한 번씩은 겪는 일이다. 생활 속에서 흔히 접하는 물건이지만 이름을 몰라 '그거'나 '이거'로 부르는 경험 말이다.

몰라도 상관없고 알아도 딱히 내세울 곳 없는, 대단찮은 물건일 뿐이다. 하지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내게로 와 / 꽃이 되었다'라는 김춘수의 시처럼, 모든 것에는 이름과 의미와 쓸모가 있는 법이다. 보잘 것 없던 것들의 이름을 알면 남다르게 보이기까지 한다. 열심히 외워서 연말 회식자리에 불필요한 지식을 뽐내보자.(소개팅에선 뽐내지 말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귤에 붙어있는 '하얀 거'

'귤락'이다. '알베도'라고 하기도 한다. 귤을 먹을 때 속 과육과 껍질 사이의 붙어있는 하얀 실 같은 섬유질 부분을 일컫는다. 식감을 위해 제거하고 먹는 경우가 많지만 실은 먹는 편이 건강에 좋다고 한다. 귤락에는 헤스피리딘이라는 화학물질이 풍부한데, 헤스페리딘은 혈관의 탄력과 밀도를 유지해주고 모세혈관 파열을 예방한다. 고혈압 환자나 당뇨병 환자, 혈관이 약한 고령자에겐 귤락을 떼지 말고 먹을 수 있도록 알려주자. 귤락에는 비타민C, 식이섬유도 풍부해 혈중 콜레스트롤을 낮추는 효능도 있다.

◆배달피자에 있는 삼발이 '그거'

피자를 배달시켜 먹어본 사람이라면 피자 중앙에 다소곳이 꽂혀서 오는 플라스틱 삼발이를 알 것이다. 무심코 버리는 물건이지만 이름은 굉장하다. 무려 '피자 세이버(Pizza saver)'다. 피자 세이버가 없으면 피자의 열기와 습기로 인해 종이 상자가 우그러져 피자 표면에 맞닿게 된다. 골판지 상자는 결코 매력적인 토핑이 아니다. 이름처럼 피자를 구원하는 존재다. 1983년 미국 뉴욕에 사는 카멜라 비탈레(Camela Vitale)라는 양반이 발명하고 특허 출원을 낸 '포장 세이버(package saver)'가 시초다.

◆운동화 끈 끝에 '그거'

'에글릿(aglet)'이다. 운동화 끈 끝 부분은 금속이나 플라스틱으로 단단하게 고정돼 있다. 끈의 올이 풀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과 동시에 운동화 구멍에 쉽게 넣고 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에글릿이란 이름은 '바늘'을 뜻하는 라틴어 'acus'에서 파생된 옛 프랑스어 'aiguillette(aguille)'에서 유래했다. 에글릿의 역사는 유구한데, 쇠붙이나 유리, 돌 등으로 만들어진 초기 단계의 에글릿은 단추가 발명되기 이전 로마 시대 때 옷을 여미는데 사용됐다. 확실하진 않지만 많은 출처에서 에글릿은 1790년대 영국의 하비 케네디(Harvey Kennedy)라는 발명가에 의해 대중화됐다고 밝히고 있다.

◆빵봉지 묶는 철사 '그거' 빵봉지에 끼우는 '그거'

철사끈은 '트위스트 타이', 봉투 입구를 조여 밀봉해주는 C자형 클립은 '브레드 클립'이다. 브레드 클립은 '브레드 태그/브레드 리본/브레드 타이'라고도 한다.

트위스트 타이는 끝을 함께 뒤틀어 고정하기 때문에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단순히 빵봉지 뿐만 아니라 전선, 꽃다발 등 다양한 물건들을 정리하고 한데 묶어놓는 용도로 쓰인다.

브레드 클립은 빵봉지를 빠르고 간편하게 (그리고 저렴한 제작 단가로) 밀봉해주는 용도로 쓰인다. 최초의 브레드 클립은 고(故) 플로이드 G. 팩스톤(Floyd G. Paxton, 1918~1975)이 발명했다. 그는 1952년 출장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땅콩 봉지를 밀봉하기 위해 기한이 만료된 신용카드를 즉석에서 클립 모양으로 잘라 사용했다. (누군가의 땅콩 봉지가 갑(甲)질을 낳은 것과는 다르다) 이후 비닐봉투라고도 하는 '폴리(폴리에틸렌)백'의 상용화에서 사업 기회를 찾은 그는 퀵록(Kwik Lok Corporation)이란 회사를 세우고 백 클로저(bag closure)라고 명명한 브레드 클립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한다. 현재 퀵록은 6개 국가에 제조 공장을 두고 연간 수십억 개에 달하는 클립을 생산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책 사이에 있는 줄 '그거'

'가름끈(bookmark)'이다. 갈피끈이라고도 한다. 인쇄물을 묶고 표지를 달아 책의 형태로 만드는 제책(製冊·제본이라고도 함)의 방식 중 양장제본에서 책머리(책등의 윗부분)에 가름끈의 끝을 접착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책을 어디까지 읽었는지 표시해두기 위한 책갈피 역할을 한다.

여담으로, 책갈피가 없어 페이지 모서리를 삼각형 모양을 접어서 표시하는 것을 두고 영어권에서는 강아지 귀(dog's ear)라고 표현한다. 빌린 책에는 하지 말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논밭 한 가운데 있는 하얗고 둥근 '그거'

'곤포 사일리지(Baling Silage)'라고 한다. 추수를 마친 들판에 거대한 마시멜로나 두루마리 휴지처럼 줄지어 놓여있는 그 물건의 이름이다. 지름 1~2m, 무게 100~500㎏내외의 원통형 모양을 하고 있는 곤포 사일리지는 탈곡을 끝낸 볏단을 동그랗게 말아놓은 것이다.

곤포(梱包·baling)란 단단히 다져 크게 묶은 더미나 짐짝, 혹은 그런 짐을 꾸려 포장한다는 의미고, 사일리지는 곡물이나 볏단을 밀폐 후 발효시켜 만든 숙성사료를 뜻한다. 그러니까 곤포 사일리지는 두 단어를 뜻을 합쳐 볏단을 단단히 압축한 뒤 밀폐 포장해서 만든 숙성사료가 되시겠다. 입에 붙는 이름은 아닌지라 정작 농가에서는 '덩어리'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베일러라는 농기계를 통해 원통형 혹은 직육면체 모양으로 뭉치고 발효제 등을 뿌린 볏짚을 랩핑기로 돌돌 싸매면 '하얗고 둥근 그거'가 된다. 압축된 볏단을 굳이 비닐로 싸는 이유는 밀폐된 상태에서 발효·숙성 과정을 거친 사료는 수분과 섬유질이 풍부하고 초산균·유산균이 풍부한 사료가 되기 때문이다. 농가 입장에서는 사료 값 부담을 덜 수 있고, 내다팔 수도 있어(500㎏ 기준 5만~7만원) 2000년대 초반부터 빠르게 확산됐다.

하지만 곤포 사일리지가 이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곤포 사일리지를 만들 때 사용되는 비닐이 환경오염의 원인이 된다는 비판도 있다. 또 곤포 사일리지 도입 이후 철새의 먹이인 낙곡(수확할 때 떨어진 낟알)과 볏짚더미에서 겨울을 나는 벌레가 확 줄어들어 철새들이 굶주리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생선회 밑에 깔려있는 '그거'

'천사채(天賜菜)'다. 생선회를 시키면 회 밑에 깔려있는 반투명한 국수 같은 물질이다. 먹어도 될까 싶지만 엄연한 식품이다. 천사채는 다시마를 증류·가공해서 만드는데, 다시마 속 알긴산(해초산) 등이 주요 성분이다. 무미(無味) 무취(無臭)의 재료지만 오독거리는 식감과 낮은 칼로리 덕분에 샐러드 등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횟집에서는 주로 회의 양을 많아 보이게 만드는 장식용 재료로 쓰인다. 종래에 같은 용도로 쓰였던 무채보다 가격 변동이 작고 쉽게 구할 수 있어 지금은 천사채가 주류로 자리 잡았다. 회의 볼륨감(?)을 높여주는 역할 외에도 회가 건조해지거나 산화하는 것을 방지해주는 기능을 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생선회의 장식 재료로 사용된 천사채는 먹지 않을 것을 권장한다.

게티이미지뱅크(왼쪽). 1996 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공개된 최초의 스카이댄서 `톨보이`.

◆신장개업 가게 앞에 춤추는 풍선 '그거'

'스카이댄서' '튜브맨' '에어댄서' 등으로 불린다. 주로 사람이나 원통 모양으로 된 직물 외피에 송풍기를 이용해 바람을 불어넣으면 공기가 빠져나가며 춤추듯이 흔들린다.

지금은 온갖 신장개업 가게 앞에서 불철주야 춤추는 싸구려 광고물로 혹사당하고 있지만(농촌에서는 새를 쫓는 허수아비로도 쓰이고 있다), 원래는 화려하게 데뷔한 작품이었다. 최초의 '스카이댄서'는 트리니다드 토바고 출신의 예술가 피터 민스홀(Peter Minshall)과 이스라엘 출신의 예술가인 도론 가지트(Doron Gazit)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당시에는 '플라이 가이(Fly Guys)' 혹은 '톨 보이(Tall Boys)'라고 불렀다.

미국 텍사스주의 휴스턴에서는 2010년 시 조례를 통해 스카이댄서 사용을 금지했다. "도심 환경을 시각적으로 어수선하게 만들고 시민의 안전 및 생활의 질적 수준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등유펌프와 초기 형태의 등유펌프를 발명한 닥터 나카마츠.

◆슉슉 누르면 빨아올리는 등유펌프 '그거'

흔히 '자바라펌프'라고 알려져 있는 이 물건의 정확한 명칭은 놀랍게도 '간장 츄루츄루(醬油チュルチュル)'이다. 등유펌프를 개량해 특허 등록한 일본인 발명가 닥터 나카마츠(ドクタ-中松)의 작명 센스가 폭발한 덕분. 닥터 나카마츠(본명 나카마츠 요시로 中松義朗·89)의 행적 또한 비범하다. 닥터나카마츠창조연구소(ドクタ-中松創硏)의 대표이사이자 세계천재회의 의장인 그는 3000개가 넘는 발명품을 내놓고 도쿄 도지사·참의원 선거에 16차례나 도전한(그리고 모두 낙선한) 괴짜 발명가다.

그는 1942년 중학생 시절 간장을 옮겨 담기 위해 고생하는 어머니를 위해 고안한 수동 펌프(그때 만든 이름이 '간장 츄루츄루')를 5년 뒤 '사이펀'(サイフォン·사이펀 현상의 그 사이펀)이란 이름으로 실용신안에 출원, 등록했다.

이밖에도 그는 자신이 발명한 스프링 신발(플라잉 슈즈)을 신고 선거 유세를 다닌다든지(낙선), 강력한 전파 신호로 유권자의 두뇌에 영향을 끼쳐 투표장에 들어서면 저절로 '닥터 나카마츠'를 쓰게 만드는 기계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든지(물론 낙선), "북한의 미사일을 유턴시킬 수 있다"며 독자 개발한 미사일 방어체계 '닥터 나카마츠 디펜스'(DND)를 공개하는 등(물론 입증 불가) 기행으로 유명세를 탔다. 그야말로 '일본의 허경영'인 셈.

그는 2005년 황당무계하고 웃긴 연구에 수여되는 이그노벨상도 받았다. 34년간 자신이 먹은 모든 음식을 촬영하고 그 내역을 기록해 음식이 뇌의 기능이나 신체 컨디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카페에 있는 좁고 작은 빨대인지 뭔지 '그거'

'십스틱(sip stick)'이다. 발음에 유의할 것. 흔히 '커피스틱'으로 부른다. 음료를 젓는 용도로 착각하기 쉬운데, '홀짝거리다/조금씩 마시다'(sip)라는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빨대 맞다.

뜨거운 음료에 바로 입을 대고 마실 경우 입술이나 혀를 델 수 있다. 반면 십스틱의 경우 빨아올리는 과정에서 뜨거운 음료가 납작한 통로를 지나며 빠르게 식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 밖의 '그거'

사무실에 있는 형형색색 집게 그거는 '더블 클립', 양말을 사면 한 짝씩 고정해주는 금속 그거는 '양말 코핀', 군번줄은 '볼체인', 포장용 초밥이나 편의점 도시락에서 장식이자 음식을 구분해주는 용도로 쓰이는 초록색 그거는 '인조대잎(일본어로는 바란(葉らん)이라고 함)', 자동차 문에 붙어있는 파란색 그거는 '도어가드'라고 한다.

[홍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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