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서비스 다운' 막을 수 있나
(지디넷코리아=손경호 기자)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를 유사수신행위로 보는 대신 투자자 보호를 위한 몇 가지 조건을 갖출 경우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거래소를 더 안정적으로 운영해야한다는 책임이 커지게 됐다.
거래소를 노린 해킹 등 이슈에 더해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는 거래소에서 제공하는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가 지연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이뤄지는 자금 거래 규모는 코스닥 전체 거래 규모로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장애에 대해서는 이들 거래소가 증권사 수준의 안정성을 가져가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거래량과 접속자 급증으로 인해 거래주문 체결이 지연되거나 호가창과 차트 사이에 가격차가 발생하고 있어 긴급복구나 점검에 들어간다는 안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문제는 24시간 내내 급등락을 거듭하는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제 때 원하는 가격에 매수, 매도를 하지 못해 손해를 보는 일이 생긴다는 점이다.
■ 투자자 몰리면 과부하 200배 수준까지 걸리기도
거래가 지연되는 1차적인 이유는 암호화폐에 대한 호재가 발생하면서 사용자들이 갑자기 쏠리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감당할만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경우다.
코인원 관계자는 "동시접속자가 1만6천명에서 2만명까지 들어오는데 이럴 경우 시세차익을 노린 단기투자에서부터 실시간으로 차트를 조회하려는 트래픽이 몰리면서 2배~3배가 아니라 200배~300배 수준으로 과부하가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주요 거래소들은 서버 용량을 늘리는 것에 더해 개발팀 단에서 소스코드를 개선해 속도를 높이는 작업을 병행하는 중이다.
거래소에서 거래 체결이 지연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암호화폐를 사고 판 거래기록들로 이뤄진 블록이 현재 블록체인에 연결되는 확인(confirm) 작업을 진행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주요 거래소 중 하나는 "비트코인 거래수가 급증해 입출금이 지연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지만 비트코인 블록체인 상 이슈라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안내한다.
다른 거래소도 "입금에 소요되는 시간은 각 암호화폐별로 다를 수 있으나 보통 10분~30분 정도 소요된다"면서 "다만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미승인 거래가 과도하게 쌓인 경우 컨펌이 지연될 수 있으며, 입금이 지연될 수 있다"고 안내한다.
■ 블록체인에 기록 올려 검증하는 시간도 고려해야
비트코인, 이더리움에 쓰이는 암호화폐 이더와 같이 퍼블릭 블록체인 상에 거래 내역이 기록되는 암호화폐들은 채굴기업이나 채굴연합이 컴퓨팅 파워(해시파워)를 제공해 블록체인에 거래기록을 올려야지만 승인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채굴자들은 더 높은 수수료를 제안하는 거래자의 블록체인을 우선적으로 올린다. 그만큼 일반 거래가 승인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셈이다.
■ 서비스 지연-중단으로 인한 손실, 일부는 거래소가 보전
투자자들 입장에서 보다 민감한 문제는 서버가 지연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시기에 제 때 암호화폐를 사고 팔지 못하게 되는 경우다.
이를테면 전날에 비트코인 가격이 급격히 올라 적정 가격에 팔려고 거래소에 매도 계약을 걸어놨었는데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서버가 다운돼 이튿날 복구됐지만 가격이 다시 급락한 상황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원하는 시점에 팔지 못한 투자자들의 원성은 거래소에 대한 항의로 이어진다.
반대로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암호화폐를 사려고 했다가 거래가 지연돼 제 때 사지 못한 경우에도 불만은 클 수밖에 없다.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이런 문제가 생기면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남아있는 로그 기록을 보고 우리 문제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다고 판단되면 어느 정도 보상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거래소는 "문의 접수 후 내부 정책에 따라 처리한다"고 밝혔다.
■ 암호화폐, 책임있는 투자가 더 중요해져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베이스 브라이언 암스트롱 공동 창업자는 지난 8일 자사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투자자들에게 "제발 책임있게 투자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코인베이스는 9월에 고객지원팀 규모를 이전 대비 64배나 늘리고 전화상담도 운영 중이며 투자자들이 몰리는 피크 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트랜잭션 수를 40배로 늘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소 서비스가 지연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정부에서는 암호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대신 자금세탁방지, 사용자 실명확인, 실명 은행계좌와 암호화폐 거래용 가상계좌가 1:1로만 매칭되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추가로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주요 거래소에 대해서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까지 받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 몫이다. 정부는 피해를 보상할 방법은 마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만큼 단순히 가격이 오른다고 투자할 것이 아니라 해당 암호화폐에 대해 투자자 스스로 충분히 알아보고 판단할 수 있는 눈을 기를 필요가 있다.
대신 이러한 책임있는 투자자들을 제대로 보호해 줄 수 있는 것은 거래소의 몫으로 남는다.
손경호 기자(sontech@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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