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는 왜 아동수당 안 주나요?
ㆍ‘소득 상위 10% 제외 0세~만 5세 월 10만원’ 예산안 통과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운좋게 좋은 직장 다니며 3살, 1살짜리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월급여는 부부가 합쳐 1000만원 정도다. 하지만 전세자금대출 이자, 아이 봐주시는 이모님 비용, 생활비 등을 빼고 나면 한 달에 200만원 남짓 남는다. 이렇게 모아도 1년에 2400만원 정도인데 전세는 1년에 1억씩 오른다. 누구를 위한 10%인지 모르겠다. 소득으로는 남들보다 많이 번다는 것을 알지만 부모님께 증여받은 내집으로 월소득 500만원으로 먹고 살 수 있는 가정은 혜택받고, 저희처럼 개천에서 용나서 힘들게 살아오신 부모님 봉양하면서 중산층이 되어보겠다고 열심히 저축하는 집은 혜택이 없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세금은 정직하게 많이 내고 있는데 정작 국가에서 주는 지원에서는 배제된다고 하니 세금 내는 게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최근 아동수당을 소득 상위 10%에게는 제한하고 지급하겠다는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뒤에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에 올라온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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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상보육 정책 개선을 요구하는 인터넷 카페 회원들이 2012년 서울 청계광장 옆에서 아동수당 도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
“우리가 소득 상위 10%라고?”
문재인 정부는 지난 8월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만 0세~만 5세 자녀를 둔 부모에게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월 10만원의 수당을 모두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금수저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예산안 통과가 시급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 논리를 수용하면서 갑자기 소득 제한이 생겨났다. 내년의 아동수당 예산은 당초 1조1000억원에서 소득 상위 10%를 제외하면서 3912억원이 깎여 7096억원만 통과됐다. 이후 아동수당 선별 지급을 둘러싸고 맞벌이 가구를 중심으로 ‘흙수저 중산층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했다’는 등의 비난여론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예산안 통과 이후 영유아를 둔 자녀의 부모들 사이에서는 ‘소득 상위 10%’ 기준을 두고 “우리가 상위 10%에 해당하는지 몰랐다”며 우스갯소리마저 나왔다. 아직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가구 중 상위 10% 기준은 월소득 723만원이다. 3인가구 기준 세전 소득이다. 대기업 맞벌이 가구는 물론 중소기업 맞벌이 가구도 여기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소득이 높지만 소득 파악이 어려운 개인사업자나 자영업자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맹점도 있다. 여기에 재산 조사까지 거친다면 탈락자가 더 많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소득을 기준으로 나누면 경계점에 있는 사람들의 불만이 항상 제기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소득 상위 10% 기준에서 상위 10.1%에 해당하는 사람은 아동수당을 받고 9.9%에 해당하는 사람은 받지 못하게 되는데, 실제 소득 차이는 얼마 되지 않을테니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매년 대상자를 가려내기 위해 소득과 자산 조사를 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막대한 행정력과 비용이 들어가는 구조가 됐다. 보건복지부는 실제 산정규모 도출을 위해 정교한 기준 마련이 필요해 내년 초 별도의 연구·조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게다가 아동수당 상위 10%에 속하는 이들에게는 당초 폐지하기로 했던 자녀세액공제가 부활돼 1000억원 안팎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예산이 한정돼 있다는 이유로 삭감했으나 비용은 또 비용대로 들어가는 셈이다.
이 문제를 지적하는 학자들은 보다 근본적으로 ‘아동수당은 권리’라고 강조한다. 권리이기 때문에 소득이라는 장치로 차등 지급하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수당은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사회가 제공하겠다는 사회적 책임의 문제이기 때문에 소득의 많고 적음에 따라 할 일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수당을 받는 사람과 받지 않는 사람 사이에 계층갈등을 유발하게 되고, 그러면 이 제도를 유지하고 확장하는 데 의문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야당이 주장한 거지만 그 논리에 넘어간 민주당이 아동수당 제도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줄 것은 주고 세금을 더 내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모두 지급하되 과세하는 대안도 있어
아동수당은 사실 다자녀 빈곤가정에 소득을 보장해주기 위해서 시작된 제도다. 최영 중앙대 교수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국제사회보장리뷰에 실은 ‘세계 각국 아동수당제도의 성격 및 유형’ 보고서를 보면, 초기 아동수당 제도는 19세기 후반 유럽에서 다자녀 노동자 가구의 부족한 임금을 보충하기 위해 시작됐고, 1926년 뉴질랜드에서 최초로 도입됐다. 이후 벨기에(1930년), 프랑스(1932년), 영국·캐나다(1934년), 스웨덴(1948년) 등이 도입했다.
이후 점차적으로 아동수당은 모든 아동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로 인식되어 왔다. 참여연대가 지난 7일 성명서를 낸 맥락도 ‘권리’ 차원에서 이해된다. 참여연대는 “아동수당은 모든 아동의 생존권과 건강한 발달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인 정책”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아동수당을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미국, 멕시코, 터키뿐이며, 20개국이 소득기준에 따른 배제 없이 전 계층에 아동수당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저출산 문제 해결 차원에서 아동수당 도입이 강조됐다. 프랑스에서는 둘째아이에게는 아동수당을 더 지급하기도 한다.
물론 소득을 기준으로 끊는 국가도 있다. 뉴질랜드, 스페인, 호주가 소득이나 자산 등 일정 기준 이하에게만 지급한다. 주로 유럽 국가들인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스웨덴, 덴마크 등은 기준 제한을 두지 않고 모든 이들에게 지급한다.
논란이 일자 모든 이들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하되 수당에 과세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세계적인 불평등 연구 석학인 앤서니 앳킨스 영국 런던정경대 교수가 제안한 내용으로, 국내에서도 2015년에 출간된 <불평등을 넘어>라는 책에서 “아동수당은 모든 유아에게 지급되어야 하며 이를 소득으로 보아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한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아동수당은 ‘보편성’이 있기 때문에 소득 90% 기준에서 시작한 건데 아쉬움이 남는다”며 “제한 없이 모두에게 지급하고 과세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임지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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