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한류로 착각하게 한 'K팝 열기'
“일본은 축구가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줄 알았더니….”
지난 9일 낮 일본 도쿄 조후 인근의 도비다큐역은 여성 인파로 몸살을 앓았다. 평소 지나가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 역 부근에서는 이날 가볍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부터 편의점, 화장실까지 길게 늘어선 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처음 그 변화를 짐작할 만한 힌트는 걸어서 7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이었다. 이날 동아시안컵 남자 개막전이 열리기에 축구 팬들이 한꺼번에 몰린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었다. 실제 축구장을 향해 걸어갈 수록 삼삼오오 뭉친 여성들이 늘어났다. 또 길거리에는 축구용품을 판매하는 매대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반전은 축구장으로 넘어가는 육교에서 일어났다. 최근 개관한 실내체육관인 무사시노아레나와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으로 갈라지는 길목에서 흐름이 바뀐 것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무사시노아레나 쪽으로 몰려갔다. 복잡한 현장을 정리하던 한 일본 경찰은 “한국 가수인 JYJ 김재중이 팬 미팅을 연다”며 “일본에서 워낙 인기가 많은 가수라 생긴 일”이라고 귀띔했다.
이날 김재중의 팬 미팅 티켓은 1만800엔(약 10만5000원)이라는 고가에 현장 판매로 제한됐지만 일찌감치 매진(1만8000석)될 정도로 큰 인기몰이를 했다. 같은 시각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동아시안컵 1차전에는 그 절반인 9103명이 입장하는 데 그쳤다.
<도쿄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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