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흔한 빨간 벽돌집, 뭘로 만드는 줄 아세요?
집 지을 때 쓰는 건축 재료는 눈에 보이는 것만 50가지가 넘습니다. 건축주가 재료 특성과 시공법을 모두 꿰기는 힘들지만 기초 지식만 알고 있어도 마음고생할 확률은 줄어듭니다. 땅집고는 3년 연속 건축명장에 뽑힌 김양길 제이아키브 대표와 함께 건축 재료 시공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과 주의 사항을 살펴봅니다.
[김양길의 재료를 말한다] 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벽돌’
일반적으로 건축 재료는 건축물이 세워진 장소나 기후, 위치, 역사와 연관이 깊다. 최근 각광받는 벽돌은 자연친화적인 재료로 색상, 모양, 치수가 지역에 따라 다양하다.
“기존에는 석재를 깎거나 다듬어 건축재료로 사용했다. 자연상태의 돌을 절단하여 사용하면 벽돌보다 훨씬 단단했지만, 석재가 풍부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진흙과 짚을 태양에 말려 만든 벽돌이 흔한 건축재료로 사용되었다. B.C 4,000년경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은 조적기술을 발전시켜 돌과 벽돌로 궁전, 사원과 같은 건축물을 짓기 시작했다.”[건축재료 처방전 감(GARM)- 벽돌편에서]
우리나라에서 벽돌은 3세기 이전부터 쓰였다. 고구려인들은 무덤을 지을 때 주요 기초를 닦거나 방수(防水) 목적으로 벽돌을 썼다. 지금같은 형태의 벽돌은 1626년(인조) 축조된 남한산성의 일부, 1796년(정조) 축조된 수원화성과 성내 건물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근대로 넘어오면 서울 중구 중림동 약현성당(1886년)과 한국 최초 고딕 양식인 명동성당(1898년)이 있다.
근대화가 진행된 1960~1980년대는 소규모 공장에서 벽돌을 생산했다. 이 때는 구조재와 치장재 기능을 동시에 했다. 이후 콘크리트구조가 보편화하면서 벽돌은 구조재 자리를 내주고 치장재로 주로 쓰였다. 벽돌은 다양한 쌓기 방식을 활용하면 건물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 재료다. 건축 기술이 발전하면서 소규모 건축물뿐만 아니라 고층 빌딩 외관, 비정형 건물에도 실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재질에 따른 질감과 색상
벽돌은 흙을 원료로 하는 점토 벽돌과 시멘트가 주재료인 콘크리트 벽돌로 나뉜다.
점토벽돌은 점토, 황토, 백토, 고령토 등 흙을 재료로 불순물을 제거하고 1200도 이상 고온(高溫)에서 구워낸다. 원료를 담는 틀, 굽는 방식, 안료, 유약 등으로 원하는 질감과 색깔을 만들 수 있다.
점토벽돌의 장점은 강도가 세지만 가볍고 시공하기 쉽다는 것이다. 구멍이 있는 유공(有空) 벽돌은 단열 성능을 높이는데 유용하다. 반대로 어떤 흙(원재료)이 쓰였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석탄재를 섞어 만드는 경우도 있어 친환경 논란도 제기된다.
콘크리트 벽돌은 시멘트와 모래, 자갈 등을 원료로 한다. 벽돌틀에 부어 낱개로 찍어내거나 한덩어리로 생산한 뒤 썰어서 사용하기도 한다. 원하는 크기와 색상의 선택 폭이 넓고 소량 주문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반면 무겁고 강도가 약해서 시공할 때 어려움이 있다.
사암, 현무암, 화강석 등을 컷팅해 벽돌을 만들거나 중국 등에서 예전에 사용했던 벽돌을 재가공해 쓰기도 한다.
■쌓기 방식에 따른 패턴 변화
벽돌의 기본적인 쌓기 방식은 ①영(영국)식 쌓기, ②화란(네덜란드식)식 쌓기, ③미(미국식)식 쌓기, ④불(프랑스)식 쌓기가 있다. 네 가지 방식은 벽돌을 구조재로 사용할 때 쌓는 방식이다. 대부분 1.5B (B는 brick의 약자) 또는 2.0B 두께다.
우리나라의 표준 벽돌 규격은 190mm(길이) X 90mm(깊이) X 57mm(높이)이며, 길이 방향으로 한켜(한줄)를 쌓을 때 0.5B이고 길이쌓기이다.
우리나라에서 벽돌을 치장재로 쓸 땐 0.5B 길이쌓기(길이방향)가 보편적이다. 쌓는 방법에 따라 ①마구리쌓기, ②세워쌓기, ③옆세워쌓기, ④비워(영롱)쌓기, ⑤통줄눈 쌓기 등으로 나뉜다. 줄눈은 ①세로줄눈 없이 맞대음, ②가로세로 줄눈 간격 달리하기, ③줄눈을 내밀거나 들이는 방식 등으로 시공해 패턴을 달리할 수 있다.
마감 부재와 접합부의 디테일(마감상세)에 따라 ①같은 부재로 가공과 쌓기 방식, ②창호테두리의 금속사용, ③상부 플러싱의 사용 등으로 다양한 외장을 연출할 수 있다.
설계 의도에 맞춰 쌓기와 줄눈, 접합부 마감을 하면 벽돌 고유의 고즈넉한 모습을 모던하게 변화시키거나 다른 부재의 날렵한 선이 가미돼 역동적인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시공 과정에서 주의할 점
벽돌 시공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서적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다. 시공에 앞서 기본적으로 습득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새 공법이 나오거나 사이즈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제안하는 몇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①각종 보강재의 사용 구조용 앵글 보강재는 벽돌이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설계된 경우에 사용된다. 고층 건물의 수직하중을 보강할 때 사용한다. 설계대로 보강재를 사용하지 않으면 건물의 안전성에 영향을 미친다. 긴결철물과 연결 보강재는 구조체와의 이탈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사용한다. 벽돌끼리 연결되는 긴결 철물, 구조체와 연결되는 삼각철물 등이 주요한 자재들이다.
②창호의 방수 구조체와 창호간의 방수는 필수로 여겨진다. 과거에는 벽돌을 먼저 시공하고 창호를 끼워넣었는데, 이는 누수 위험이 크다. 골조(구조체)를 완성한 다음 창호를 먼저 설치하고 방수(탄성방수제) 시공 후 벽돌 작업을 하는 것을 권한다.
③백화(白化)의 방지대책 백화란 가용성 알칼리 산화물이 이산화탄소와 결합해 표면에 하얀 탄산염이 막을 이루는 현상이다. 시공 후 오랜 시간이 지나고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백화현상을 명쾌하게 해결하는 방법이 나온지는 않았다. 다만, 예방법으로는 충분히 건조된 벽돌을 사용하고, 벽돌을 쌓은 후 양생(최소2일)기간에는 비나 눈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양하고, 상·하부에 통풍구를 설치해야 한다.
④발수 벽돌 시공 후에는 성능 좋은 발수제를 충분히 뿌려야 한다. 벽돌을 오래 사용하고 누수 위험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다.
■가격과 구입량 계산
벽돌 가격은 재질과 사이즈, 색상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일반 점토벽돌은 가격이 저렴한 편이지만 원자재 가격이 비싼 백토벽돌이나 두 번 구워내야 하는 전벽돌은 그렇지 않다. 사이즈 변경하려고 컷팅을 하면 가격이 비싸진다. 장당 250원짜리가 있는 반면, 수입품은 1500원까지 올라간다.
벽돌 사용량 산출은 대부분의 마감재처럼 M2(㎡)로 가늠한다. 규격벽돌 줄눈 10mm로 기준을 삼으면 M2당 75장이 소요된다. 400~500㎡를 규격벽돌로 시공한다고 치면 3만~3만7500장이 필요하다. 다만 벽돌 크기에 따라 필요한 갯수는 달라진다. 시공비용은 장당 650원부터 통용된다고 보면 된다. 벽돌 크기나 시공법, 현장 난이도에 따라 다르다.
총 공사비는 벽돌 구입비(자재,운임)+시공비(쌓기,줄눈시공)+부자재(시멘트 및 철물, 부재 하중에 따른 설계 및 현장상황에 따라 소요량 계상, 전체 시공비의 약 20%)를 합산하면 된다.
벽돌은 현재에도 쉼없이 발전하고 있고, 다양한 개성을 가진 재료로 변화시키기 위해 소량 생산하거나 수공예처럼 한장한장 만드는 실험도 활발하다. 무궁한 가능성을 가진 건축 재료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건축 외장재는 한번 결정되면 쉽게 바꿀 수 없는 부분인 만큼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김양길은 ㈜제이아키브의 대표이며, 한국건축가연합에서 주관하는 건축명장을 세 차례 받았다. 건축가들과 협업해 경기 판교신도시에 30여 채를 비롯해 중소규모 주택 70여채를 지었다. 완성도가 높은 주택 상당수가 언론에 소개됐다. 건축재료 시공방법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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