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왼손잡이의 비밀, 아프리카 물고기가 밝힌다

최인준 기자 2017. 12. 9. 03: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if 카페]
- 좌·우 가리는 물고기
왼쪽 눈으로 먹잇감 찾는 시클리드의 뇌 분석 결과
우뇌 시신경이 좌보다 커
"인간 등 동물 행동 특성 이해하는 데 단서 줄 것"

'최상위 엘리트 스포츠 선수 중에는 왼손잡이 비율이 일반인 왼손잡이 비율보다 월등히 높다.'

지난달 22일 영국 왕립학회에서 발행한 국제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에는 이런 내용의 논문이 발표됐다. 일반인 중 왼손잡이의 비율은 10% 내외로 극히 적지만, 야구(LA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 탁구(중국 딩닝), 크리켓(인도 와심 아크람)처럼 일부 구기(球技) 종목의 상위 선수층에는 이 비율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논문 저자인 독일 올덴버그대 플로리안 로핑 교수는 "야구나 탁구처럼 날아오는 공을 맞혀서 치는 데까지 걸리는 이른바 '시간 압박'이 강한 종목일수록 왼손잡이가 강세를 보인다"며 "왼손잡이는 수가 적어 상대가 익숙하지 않아 짧은 시간의 승부에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왼손잡이는 과학자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흥미로운 주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베토벤, 마크 트웨인 등 예술가나 문인 중에는 왼손잡이가 많아 '왼손잡이는 창의적'이라는 통념까지 생겼다. 하지만 어떤 과정을 통해 사람이 왼손잡이·오른손잡이가 되는지 명확한 결론은 나지 않았다. 보통 사람의 뇌가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통념을 뒤집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왼손잡이는 태아 때 척수 유전자가 결정

독일 보훔루르대와 네덜란드 막스플랑크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지난 2월 국제학술지 'e라이프'를 통해 사람이 어느 쪽 손을 주로 쓸지를 결정하는 유전자가 태아 시절 척수에서 발현되며, 자궁에 있을 때부터 비대칭으로 발현된다고 발표했다.

1980년대 초음파 검사로 태아가 자궁 속에서 어떤 손을 주로 쓰는지 알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태아는 통상 임신 8주차부터 손이 자라며, 13주차부터 한쪽 손을 더 오래 빤다. 연구진은 태아 발생 초기에 뇌의 운동 피질과 척수가 연결되지 않는다는 연구에 착안해, 태아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게 척수일 것이라 예상했다. 초음파 검사를 해보니 임신 13주차에 오른팔을 더 많이 움직인 태아의 경우, 좌우 뇌의 크기가 별 차이가 없었지만 척수는 왼쪽이 더 발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 탄자니카 호수에 서식하는 물고기 시클리드는 한쪽 눈으로만 먹잇감을 찾아 그 방향으로만 먹잇감에 접근한다. 과학자들은 특정 방향을 선호하는 시클리드를 연구하면 인간에게 나타나는 뇌 비대칭의 기원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위키미디어

◇왼쪽 선호 물고기는 우뇌 시신경 발달

최근 과학계에서는 뇌가 작고 단순한 어류를 통해 뇌의 비대칭 연구를 하고 있다. 3억~4억년 전 척추동물인 어류가 뭍으로 올라와 인간으로 진화됐기 때문에 어류 연구를 통해 인간에게 나타나는 뇌 비대칭의 기원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혁제 상지대 교수는 독일 콘스탄츠대와 공동으로 아프리카 탄자니아 호수에 서식하는 물고기인 시클리드(Perissdous microlepis)를 통해 좌우 한쪽을 주로 택하는 행동이 뇌 신경 구조에 의해서 조절됨을 확인했다. 시클리드는 다른 물고기의 비늘을 뜯어먹고 사는데, 먹잇감의 오른쪽으로만 다가가 비늘을 뜯어먹는 물고기와 왼쪽으로만 움직이는 물고기로 나뉜다. 연구진은 왼쪽 눈으로 먹잇감을 포착하는 시클리드 27마리의 뇌를 분석한 결과 왼쪽 눈과 연결된 우뇌의 시신경이 좌뇌의 시신경보다 더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혁제 교수는 "시클리드의 눈과 신경은 좌우가 교차돼 있는데 왼손잡이형 시클리드는 왼쪽 눈으로 먹이를 봐야 하기 때문에 오른쪽 시신경이 더 크게 발달했다"며 "이 연구가 인간을 포함한 다른 동물의 좌우 선호 행동을 이해하는 데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오른손잡이 우세는 정보 증가 탓

최근 여러 연구를 통해 영장류는 물론 파충류·조류 등 많은 동물에서 손발의 좌우 편향성이 확인됐다. 침팬지 집단에서는 오른손잡이가 65~70%이고 고릴라는 75%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흰긴수염고래는 다른 행동은 모두 오른쪽으로 하지만 바다 밑에서 해수면의 먹잇감을 먹으러 상승할 때는 늘 왼쪽으로 회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동물들은 왜 한쪽으로 치우친 행동을 할까. 진화학자들은 인간의 경우 처리하는 정보가 많아지면서 좌뇌와 우뇌가 역할을 분담하도록 진화했다고 보고 있다. 프랭크 윌슨 미국 UC캘리포니아대 신경생물학과 교수는 "오랜 인류 진화 과정을 통해 우뇌가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대신 좌뇌가 정교한 손동작을 담당하도록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좌뇌가 관장하는 손발이 대부분 오른손잡이가 됐다는 것이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