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도 죽여도 욕먹는 채권단, '독박책임'서 벗어난다

김진형 기자 입력 2017. 12. 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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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구조조정 기업의 생사를 결정해온 채권단은 기업을 살려도, 죽여도 욕먹기 십상이었다.

살릴 경우 부실기업에 돈을 퍼줬다는 비판, 죽일 경우 산업은 고려하지 않고 금융논리만 앞세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동안 '기업구조조정을 금융에만 맡겨 놓고 정작 산업을 담당하는 부처들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해 왔던 금융당국과 채권단으로선 원하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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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구조조정시 산업정책적 고려해 최종 판단..효율적 구조조정에 장애 우려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3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그동안 구조조정 기업의 생사를 결정해온 채권단은 기업을 살려도, 죽여도 욕먹기 십상이었다. 살릴 경우 부실기업에 돈을 퍼줬다는 비판, 죽일 경우 산업은 고려하지 않고 금융논리만 앞세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우조선이 전자의 경우고, 한진해운이 후자의 사례다.

정부가 8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를 통해 발표한 기업구조조정 방향의 핵심 중 하나는 부실기업의 생사 판단시 산업정책적 고려를 하겠다는 점이다. 재무적 판단으론 청산해야 할 기업이라도 산업적으로 살려야 할 기업이라면 지원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기업구조조정을 금융에만 맡겨 놓고 정작 산업을 담당하는 부처들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해 왔던 금융당국과 채권단으로선 원하는 방향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앞으로 구조조정은 산업부가 주도하겠다"고 말하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덥썩 "구조조정에서 산업부가 좀 더 역할을 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맞장구를 친 이유다. 금융당국으로선 구조조정에 대한 '독박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부는 금융과 산업 측면을 균형있게 고려할 대상으로 고용ㆍ지역경제 등 국민경제 영향이 큰 기업, 산업전반이 구조적 부진에 직면한 경우, 국가전략산업 영위기업 등을 꼽았다. 이들 기업에 대해선 채권단의 재무실사와 더불어 산업내 현안기업의 경쟁력, 산업생태계, 업황 등을 종합 고려해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구조조정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

당장 실사결과,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게 나온 성동조선, STX조선이 이 방식으로 처리될 전망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일부 중견 조선사에 대해서는 외부 컨설팅을 거쳐 산업과 금융 측면을 균형있게 고려해 빠른 시간 내에 처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칫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기업에 연명치료만 지속하는 결과를 가져오거나 큰 기업은 죽일 수 없다는 '대마불사'만 이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채권단이 금융논리로만 구조조정을 해 왔다고 하지만 회생시킬 수 있는 기업이라면 살리는 것이 (채권단의) 자금회수에 유리하다는 것은 채권단도 알고 있다"며 "금융논리와 산업논리가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오히려 산업정책적 고려를 위해 컨설팅을 실시하고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 지역경제에 대한 보완대책 마련 등으로 구조조정의 원칙 중 하나인 신속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기업은 더 망가지고 회생시키기 위해선 그만큼 비용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김진형 기자 jh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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