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문방구가 논란의 한가운데 선 이유는?
2015년 문구 소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지만 영업사정은 그대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학교 앞 문방구 생존권 보장을 위한 대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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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앞 문방구가 사라지고 있다. 가뜩이나 매출도 적은데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추는 문방구 때문에 문구업계 상인들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사진=연합뉴스 |
#직장인 정지용(가명·33)씨에게 학교 앞 문방구는 추억 그 자체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삼삼오오 오락기 앞에 앉아 게임을 하던 기억이 선명하다. 집에 가기 전 출출한 배를 채우러 문방구에 들러 떡볶이와 슬러시를 사먹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엔 동네 문방구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하나둘씩 사라지는 문방구를 보고 있자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추억의 문방구가 사라지고 있다. 통계청 도·소매업 조사에 따르면 문방구 수는 2010년 16,756개에서 2017년 3월 기준 9,918개로 감소했다. 가뜩이나 매출도 적은데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추는 문방구 때문에 문구업계 상인들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갈 곳 잃은 문방구.. 폐업은 당연한 결과?
문방구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의 놀이문화가 변했기 때문이다. 80~90년대 학생들에게 최고의 놀이터는 문방구였지만 최근 스마트폰으로 삼삼오오 모여 게임하고 소통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굳이 문방구를 찾는 아이들이 줄어들었다.
또 다른 이유는 대형문구점과 대형마트 문구코너 입점, 온라인 문구시장 등장으로 학생들이 동네 문방구를 굳이 찾아야할 이유도 없어졌다. 지난해 온라인으로 거래된 사무·문구류의 총액은 3334억 1600만원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문구류 구매가 크게 증가했다. 이에 비해 오프라인 문구류 시장의 거래액은 1,600억 9,400만원으로 온라인 문구시장 거래액의 절반도 채 미치지 못했다.
학생 수 감소도 문방구가 사라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11세 학령인구는 2011년 3,098명에서 2015년 2,736명으로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 수 감소는 문구류 소비감퇴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학습준비물 지원제도’가 시행되면서 문방구를 찾는 학생들의 발길은 더욱 뜸해졌다. 학습준비물 지원제도는 일선 학교에서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기본 학용품 및 학습 준비물을 최저가 입찰을 통해 일괄 구매해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제도다.
현재 소득에 관계없이 전국 73만 명에 이르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고 학생 간 위화감 조성을 막고자 마련됐다. 좋은 취지로 만든 제도지만 학생들이 학습 준비물을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어지자 영세 문구점은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최저가로 학습 준비물을 대량 입찰에 붙이다보니 동네 문방구는 대규모 유통업체와 가격경쟁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추억의 장소’ 문방구, 논란의 중심에 서다
결국 동반성장위원회는 2015년 9월 문구 소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란 대기업이 중소상인의 영역을 지나치게 침범했을 때, 사업을 축소하거나 자제하도록 권고하는 제도다.
이 규제로 대형마트는 2014년 문구 품목 매출액 기준으로 자율적 사업 축소를 권고 받았다. 대표적인 규제 내용은 학용문구 매장규모 축소, 학용문구 묶음 단위로 판매, 신학기 학용문구 할인행사 자제 등이다.
하지만 학교 앞 문방구 상인들은 문구 소매업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 이후에도 영업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규제가 강제성 없는 자율 권고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문구업을 전문으로 하는 대형 문구점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문구업계는 학교 준비물 예산의 일부를 상품권 형태로 돌려서 문방구와 상생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어려운 문구업계 사정을 감안해 소규모 구매물량에 대해서는 학교 앞 문방구를 이용할 수 있게끔 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한 관계자는 “학교 앞 문방구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서는 학습준비물 지원제도 입찰방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며 “현재 상태로는 대형업체와의 입찰에서 영세 문구점이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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