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물급 '묵암당 진영' 日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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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년 만의 귀향.'
이번에 환수된 묵암당 진영은 지긋한 노승의 풍모가 역력한 것으로 미뤄볼 때 스님의 말년인 1780년대에 그려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묵암당 진영은 1920년대 일본 교토박물관의 한 전시회에서 '조선 승려의 초상화'로 세간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어, 이전에 일본으로 넘어간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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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최근 국내로 환수된 묵암 대사의 초상화 ‘묵암당 진영’. 당대 스님 진영은 정형화된 형식화가 많은데, 이 그림은 묘사가 매우 자연스럽고 세밀하다. 일본의 원 소장자는 “오랫동안 소중히 여겼으나 고향인 송광사라면 반환이 가능하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동국대박물관 제공 |
타향에 머물던 보물급 문화재 1점이 최소 한 세기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조선 후기 대표적 고승인 묵암 대사(1717∼1790)의 초상화 ‘묵암당 진영(默菴堂 眞影)’이 본가인 전남 순천시 송광사로 전격 환수됐다.
송광사 성보박물관(관장 고경 스님)은 3일 “일본 개인 소장자가 갖고 있던 묵암당 진영을 오랜 협의 끝에 송광사로 모셔오기로 결정했다”며 “묵암 스님이 입적하기 직전에 남긴 것으로 알려진 이 그림은 송광사는 물론이고 한국 불교 전체의 소중한 보물”이라고 밝혔다.
묵암 최눌(默菴 最訥)은 한국의 삼보(三寶) 사찰인 송광사에서도 손꼽히는 학승으로 화엄학의 대가로 이름을 떨쳤다. 임진왜란 때 서산 대사(1520∼1604)와 함께 송광사를 지켰던 부휴 대사(1543∼1615)의 적통으로 불교 해설서 ‘제경회요(諸經會要·동국대도서관 소장)’, 시문집 ‘묵암집(默庵集·규장각 소장)’ 등 다수의 문헌을 남겼다. 묵암을 기리는 비와 부도는 지금도 송광사에 남아 있다.
전남 순천 송광사 성보박물관장인 고경 스님과 정우택 동국대 교수가 서울 중구 동국대박물관에서 ‘묵암당 진영’을 살펴보고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그렇다면 이 그림은 언제 송광사에서 자취를 감춘 것일까. 명확한 기록이 남아 있질 않아 확실하진 않으나, 가장 짧게 잡아도 1910년대로 추정된다. 송광사 측은 “일제강점기 직전에 송광사는 조국을 되찾으려는 의병 활동을 지원하는 근거지로 유명했다”며 “당시 일본 헌병의 습격으로 사찰 건물이 파손되고 많은 문화재를 약탈당했는데 이때 함께 사라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묵암당 진영은 1920년대 일본 교토박물관의 한 전시회에서 ‘조선 승려의 초상화’로 세간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어, 이전에 일본으로 넘어간 건 분명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묵암당 진영은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데다 불교 회화적 측면에서도 값어치를 따질 수 없는 문화재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조선 시대 승려 초상화는 대부분 19세기 것으로, 18세기에 그려진 작품 자체가 희귀하다. 게다가 이 그림은 묵암 대사를 눈앞에서 마주한 듯 정밀하고 섬세하다. 정우택 동국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표정은 물론이고 신체 비례가 자연스럽고 배경 곳곳에 금니(金泥·금가루 채색)를 적절히 사용했다”며 “실재감이 뚜렷하고 그림 테두리마저 세련되게 묘사한 보기 드문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상단에 세로로 드리운 띠 ‘풍대(風帶)’도 눈여겨봐야 한다. 조선의 불교 회화에서 이런 장식은 주로 부처나 보살을 그릴 때만 나타난다. 김민영 불교학자는 “현존하는 스님 진영에서는 전례를 찾을 수 없다”며 “묵암 대사가 당대에 얼마나 존경받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송광사는 조만간 100여 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묵암당 진영을 모시는 대규모 봉헌법회를 열 계획이다. 고경 스님은 “어렵사리 스님을 다시 모시게 된 만큼 정성을 다해 다양한 행사로 뜻을 기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묵암당 진영은 8일까지 열리는 동국대박물관 특별전 ‘나한’에서 일반 관객도 직접 볼 수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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