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와대 불상'에 절하는 데라우치 총독 사진이 나왔다

2017. 12. 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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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경내에 있는 통일신라시대 석조여래불상(서울시 유형문화재)이 일제강점기인 1913년 경주에서 서울 예장동 왜성대 조선총독 관저 근처로 옮겨진 직후 열린 개안식 행사사진들이 처음 세상에 나왔다.

청와대 불상을 담은 옛 사진들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찍은 것들로, 데라우치 마사다케(1852~1919) 초대 총독이 고개 숙여 배례하는 장면 등이 담겨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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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 2월 경주서 옮긴 불상 개안식 사진 발견
정인성 교수가 도쿄대박물관에서 발견해 공개
데라우치 총독의 불상 앞 배례 장면 생생하게 포착
불법반출 불상 사유화 문화재밀반출 면죄부 줘

[한겨레]

데라우치 총독이 옮겨온 경주불상 앞에서 배례하는 장면. 1913년 2월 서울 남산 총독부 관저 부근에서 개안식을 열면서 찍은 것이다. 총독의 뒤에 참석한 승려들도 보인다.

청와대 경내에 있는 통일신라시대 석조여래불상(서울시 유형문화재)이 일제강점기인 1913년 경주에서 서울 예장동 왜성대 조선총독 관저 근처로 옮겨진 직후 열린 개안식 행사사진들이 처음 세상에 나왔다. 청와대 불상을 담은 옛 사진들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찍은 것들로, 데라우치 마사다케(1852~1919) 초대 총독이 고개 숙여 배례하는 장면 등이 담겨 눈길을 끈다.

정인성 영남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최근 일본 도쿄대 박물관 소장유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불상의 옛 개안식 사진 2점을 발견했다며 3일 사진들을 <한겨레>에 공개했다. 이 사진들은 1910년대 조선 고적조사를 벌였던 건축사가 세키노 타다스의 자료들 속에서 찾아낸 것들이라고 한다. 정 교수는 “당시 세키노와 함께 조사하며 사진 촬영을 전담했던 식민사학자 야쓰이 세이이츠가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눈덮힌 서울 남산 기슭의 총독관저 옆 계곡에 안치된 경주 석불.

공개된 사진 2점은 식장에서 데라우치 총독이 배례하는 장면과 예물이 놓여진 불상을 측면에서 찍은 장면을 각각 담고있다. 모두 별도의 보존용 종이에 끼워진 것이 특징이다. 데라우치 총독이 등장하는 사진의 경우, 눈이 덮힌 바위 앞에 안치된 불상 앞에 예단 탁자를 놓은 채 머리를 조아리고 배례를 하는 데라우치와 지켜보는 일본 승려 2명의 뒷모습이 보인다. 실제로 데라우치는 1913년 2월16일치 일기에서 관저 앞 절벽 아래 안치된 불상 앞에서 승려 마루야마 화상의 주재로 야마가타 정무총감, 아카시 장군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안식을 열었다고 기록해, 사진의 장면과 부합된다. 데라우치가 경주에서 반출된 불상을 별도의식까지 치르며 맞아들였고, 야쓰이 등의 관학자까지 불러와 사진을 찍었음을 보여준다.

다른 사진에서는 상대만 있는 대좌 위에 앉은 당당한 불좌상의 모습과 그 아래 개안식 예물로 올린 접시의 과일들과 촛대를 볼 수 있다. 사진을 끼운 보존지에 ‘조선총독저신라석불개안식’‘데라우치총독예배’라는 설명을 적어 총독이 주도한 개안식임을 일러준다.

‘조선총독저신라석불개안식’이라고 쓰여진 불상사진 보존지(커버). 데라우치 총독이 예배했다는 문구도 그 아래 적혀있다.

정 교수는 “불상은 1912년 11월 총독의 경주 순시 당시 환심을 사려는 현지의 일본인 유지에 의해 몰래 반출됐고, 개안식 뒤에도 이 사실이 오래 묻혀있다가 21년이 지난 1934년 3월 <매일신보>에 총독부박물관이 불상 소재를 찾았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면서 “사진들은 데라우치가 개안식을 통해 불법반출된 불상을 사유화하고, 조선 유적지에서 암약하던 일본인들의 문화재 밀반출 행위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청와대 불상은 1939년 북악산 기슭의 청와대 자리에 새 총독관저가 지어지자 다시 옮겨져 현재에 이른다. 지난 9월 서울시문화재위원회가 불상의 국가보물지정건의안을 의결한 뒤로 문화재청 전문가들이 지정여부를 가리기위한 조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정인성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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