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 순회지도 눈가리고 아웅..산업체가 학교 위에 군림
정상적 지도점검하자 업체 "이래서 취업률 나오겠나" 조롱

(부산ㆍ경남=뉴스1) 조아현 기자 = 특성화고 취업지원담당 교사 A씨는 불과 열흘 전 학생들을 파견할 산업체 현장을 방문해 표준협약서를 작성하다 노골적인 갑질 행위의 피해자가 되어야했다.
당시 교사 A씨는 특성화고 학생을 한 의료기기 생산제조업체에 파견하기 위해 해당 업체 소속 인사부장과 면담을 나누던 중이었다.
A교사는 특성화고 졸업을 앞둔 학생이 업체 품질관리 직종에서 근무하도록 의뢰했지만 정작 현장실습 표준협약서에는 '생산·품질관리'라고 표기된 것을 발견했다. A씨는 혹시모를 꼼수에 방어하기 위해 수정을 요청했다.
현장실습에 파견된 학생이 처음에는 품질관리 분야에서 근무하다 갑자기 업체 편의에 따라 생산직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산업체에 현장실습을 나간 학생들이 기업의 값싼 노동력으로 전락해 상처입는 광경을 수 없이 목격한 경험에서 나온 합리적 의심이었다.
교사 A씨가 표준협약서에 '생산'이라는 단어를 삭제해달라고 요구하자 업체 측은 반발했다.
이때부터 A씨는 업체로부터 '왜 그렇게 빡빡하게 구느냐'부터 시작해 '이런 식으로 해서 (특성화 고등학교)취업률이 나오겠느냐' '학교 취업률이 도대체 얼마냐'라는 이야기까지 들어야 했다.
인사부장은 심지어 교사를 상대로 '교원자격증'을 운운하며 무시하는 듯한 모욕적인 언사도 서슴지 않았다. 화가 솟구쳐 얼굴이 시뻘개질 정도였다.
교사 A씨는 "산업체 현장에서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근로기준법 지침을 올바르게 지키고 정상적으로 이행하면 오히려 이상한 취급을 받는다"며 "취업률이 높은 학교 일수록 경우 전공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무조건 업체에 내보내는 경향이 강하다"고 증언했다.
또 "학생들의 취업지원을 담당하면서 아이들의 노동인권과 기본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후진국스러운 태도가 여실히 느껴졌다"며 "아이들이 현장실습을 나가면 정말 사회의 보호를 못받겠다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성화고에서 취업을 담당하는 교사들은 고용노동부와 교육부 지침상 현장실습중인 학생이 하루 7시간, 주 5일 근무는 물론 야간근무금지 규정을 지켜야 하는데도 위반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고 증언한다.
부산시교육청은 이같은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1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산업체에 파견된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장실습 전수 점검에 들어가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는 의구심마저 들게한다.
시교육청은 특성화·마이스터고가 파견업체를 방문해 실태조사를 하고 학생을 파견한 전후로 학교장과 학부모 대표를 보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도록 공문을 내려보냈다.
하지만 점검 집단에 현장실습의 적절성과 안전성, 노동인권 보호상태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는 찾아볼 수 없다.
특성화고 교사 B씨는 "산업안전 전문가도 없고, 노동 전문가도 없고 지도감독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도 없다"며 "학교는 산업체에 취업을 부탁하면서 읍소하는 입장인데 '갑'에게 가서 점검을 하라고 하니 실효성은 애초부터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꼬집었다.
또 "그저 학교에 맡길 것이 아니다"며 "지도감독을 할 수 있는 교육청이 나서거나 학교와 교육청이 크로스로 점검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부산청소년 노동인권네트워크 관계자는 "학교는 아이들이 산업체에서 겪는 불만을 이야기해도 참아라고 하는 식"이라며 "취업률 경쟁 시스템을 없애고 직업교육훈련촉진법과 표준협약서를 지키지 않는 곳은 학교장까지 처벌해야 하지만 이같은 징계는 지금껏 전혀 이뤄지지 않고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시교육청 관계자는 "담당 장학사 5명이 특성화·마이스터고 37곳에서 학생들을 파견한 산업체를 모두 현장 점검할 수 없어 학교를 방문해 표준협약서 서류를 토대로 점검할 예정"이라며 "순회지도에 대한 전문성 부재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에서 할 수 있도록 별도로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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