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화 속 가을 명산 | 설악산 '토왕폭'] 단원 김홍도가 '설악 제1경'으로 꼽은 명풍경
설악동 소공원 가는 길 도로변에서 바라보이는 토왕성폭포土王城瀑布는 하늘에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듯 신비롭기 그지없다. 들머리를 장식하는 설악 제1경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 토왕폭에 대한 평가는 조선의 명화가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1745~1806?)에게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단원은 1788년 가을 정조의 어명으로 금강산 및 관동팔경 사생여행길에 나선다. 사생여행 중 첫 번째 작품이 원주 청허루淸虛樓요, 두 번째가 평창 청심대淸心臺다. 이후 오대산, 대관령, 경포대를 거쳐 동해안을 따라 울진으로 내려섰다가 다시 방향을 돌려 낙산사를 거쳐 설악으로 들어선다.
설악산에 들어서자마자 단원의 눈을 꽉 붙잡은 풍경이 ‘토왕폭’이었다. ‘신광폭포神光瀑布’라는 이름도 지닌 토왕폭은 노적봉, 선녀봉, 솜다리봉 등 여러 기암괴봉과 암릉이 돌병풍을 이룬 골짝 맨 안쪽, 그도 산마루에서 거대한 물줄기를 흘리는 풍경은 당연히 감탄스러웠을 것이고, 그래서 그의 화첩 ‘설악산 편’ 첫 번째 경관으로 등장했으리라.
‘김홍도 필 60폭 금강산화첩’ 5권 중 2권에 8번째 그림으로 전해지는 ‘토왕폭’ 산수화는 단원이 화폭을 펼치고 스케치했으리라 여겨지는 장소에 서면 지금의 산경山景과 똑같이 느껴지리만큼 쏙 빼닮은 진경산수화다. 쌍천 도로에서 바라보이는 풍광 그대로인 것이다. 폭포 오른쪽은 노적봉, 왼쪽은 선녀봉을 연상케 하고, 아래쪽 소나무 숲은 지금 비룡폭 들머리의 우거진 소나무 숲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림 맨 오른쪽은 지금 케이블카가 운행하는 권금성 부근으로 연상할 수 있다. 2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설악의 풍광은 별 차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전망대 서면 토왕폭 전모 한눈에 조망
상중하 3단 320m 길이의 토왕폭은 겨울이면 클라이머들의 도전 대상이요, 그 주변 골짜기의 암봉과 암릉은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암벽과 암릉 등반을 위한 겔렌데이기도 하다. 일반 탐승객들은 비룡폭 위쪽 탐승이 허용되지 않아 아쉬움이 많았지만 2015년 12월 비룡폭 상단 능선 상에 토왕성폭포전망대가 만들어져 좀더 가까이서 토왕폭의 전모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토왕폭전망대로 접근하려면 소공원에서 비룡폭 가는 길을 따라야 한다. 비룡폭 탐승로는 소공원매표소를 지나 케이블카터미널 직전 왼쪽 쌍천을 가로지른 비룡교 콘크리트다리를 건넌다. 이후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쌍천을 따르는 숲길로 30분쯤 가면 화장실이 들어선 널찍한 공터가 나오면서 탐승로가 오른쪽으로 꺾어진다. 예까지는 노약자도 부담 없을 만큼 유순하고 평탄한 길이다.
이곳에서 야트막한 언덕을 넘어 골짜기 안으로 들어서면서 산 풍광이 180도 바뀐다. 골 양옆으로 바위벼랑을 이룬 토왕골은 어디를 둘러보아도 아름답고 암반을 따라 흘러내리는 옥빛 계류 또한 곱기 그지없다. 첫 번째 경관이 와폭과 담이 절묘하게 이어지는 육담폭포라면, 두 번째 경관은 단순하면서도 자연미가 빼어난 비룡폭이다.
토왕폭전망대는 비룡폭 아래 통제소 뒤쪽 가파른 산사면을 거슬러 올라야 한다.
‘400계단 길’이라 일컬어지는 전망대길은 온통 인위적인 시설물이어서 지루하고 힘겹긴 하지만 그래도 전망대에 서는 순간 고행 길을 이겨낸 보람을 느낄 만큼 웅대한 풍광에 감탄케 된다. 돌병풍 한가운데 비단자락을 흘린 듯 물줄기를 떨구는 토왕폭은 수직의 상단, 부드러운 와폭을 이룬 중단 그리고 또다시 하단 수직폭포가 한줄기로 이어지면서 아름답고도 세련된 풍광을 자아낸다.
토왕폭전망대는 소공원에서 약 2.8km 거리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소공원을 들어서려면 신흥사 문화재관람료를 내야 한다. 성인 3,500원. 주차료 5,000원.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033-636-7700, seorak.knps.or.kr
교통
속초 시외버스터미널과 고속버스터미널을 경유해 설악동 소공원 주차장까지 시내버스가 수시로 다닌다.
숙식
설악동 B·C지구에는 다양한 등급의 숙박업소가 여럿 있다. 또한 각 지구 도로변에 식당가가 조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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