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MB 용사들 다시 뭉쳤다

구민주 기자 2017. 11. 2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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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김두우·김효재·하금열·이종찬 등 옛 MB 참모진 삼성동 정례 모임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여야 간 불붙은 ‘적폐청산’ 대 ‘정치보복’ 프레임 전쟁에 기름을 부었다. 11월12일 이 전 대통령은 바레인으로 출국하기 전 인천공항에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해 “정치보복이라는 의심이 든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100여 명의 취재진 앞에서 3분여의 짧고 굵은 ‘공항성명’을 발표한 후 곧장 비행길에 올랐다. 나흘 후 귀국한 이 전 대통령은 더 이상 언급이 필요 없다는 듯 굳게 입을 닫았다. 그러나 그가 던진 ‘정치보복’ 메시지는 그의 측근 참모들을 중심으로 연일 가열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마련한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재임 당시 청와대 참모들과 정례적으로 모임을 가져왔다. 이동관·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비롯해, 김효재 전 정무수석, 하금열 전 비서실장 등이 모임의 핵심 멤버로 꼽힌다. 최근 검찰 수사망이 좁혀지면서 이들은 더 잦은 회의를 갖는 것으로 전해진다. 바레인 출국 전날에도 5시간에 걸친 대책회의를 열어 대응 수위를 논하기도 했다.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출신인 이종찬 MB 정부 초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권재진 전 민정수석 또한 회의에 참석해 법률 대응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바레인을 방문하기 위해 11월12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에 앞서 ‘적폐청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MB, 옛 참모진과 법적 대응 논의

검찰수사가 점차 이 전 대통령의 턱밑까지 다다르면서, 그의 ‘입’ 역할을 하는 이들 참모진의 발언 수위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문재인 정부를 향해 가장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는 인물은 이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동관 전 홍보수석이다. 이번 바레인 순방길에도 동행한 그는 귀국 당시 검찰수사가 ‘정치보복’임을 다시금 강조하며, “(문 대통령은) 지지율에 취해 오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작심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2007년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캠프의 공보특보로 일하며 이 전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선 이후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 언론특별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이 전 대통령 퇴임 후에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대변인 역할을 자처했다. 올해 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대선 캠프에 잠시 합류하기도 했지만 정치권에선 변함없이 ‘MB맨’으로 불려왔다.

이 전 수석은 현재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MB 메신저’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과 함께 검찰의 다음 수사 대상으로 꼽힌다. MBC·KBS 등 공영방송 제작과 인사에 개입하고, 국정원에 명진스님에 대한 사찰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책회의의 또 다른 멤버로는 김효재 전 정무수석을 꼽을 수 있다. 언론인 출신인 김 전 수석은 2006년 말, 당시 대통령 예비후보였던 이 전 대통령과 처음 만나, 대선 실무를 준비하던 모임 ‘안국포럼’에서 활동하며 그와 인연을 쌓았다. 김 전 수석 역시 “검찰의 전병헌 전 정무수석 수사는 물타기”라고 지적하며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에 대한 작심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언론에 크게 이름이 거론되진 않지만 이종찬 전 민정수석 역시 모임 내에서 이 전 대통령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 당시 법률고문을 맡은 이 전 수석은, 이후 대선에서 ‘BBK 공세’를 앞장서 막아내며 주목을 받았다. 내부에서 그를 중심으로 다가올 검찰수사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권재진 전 민정수석 역시 법적 대응에 머리를 맞대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권 전 수석은 2010년 청와대 재직 당시 국정원에 좌편향 연예인의 활동 실태 파악을 지시한 의혹을 받아 현재 검찰수사 가능성이 강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 밖에도 김두우 전 홍보수석과 하금열 전 비서실장도 이 전 대통령 곁을 지키고 있는 핵심 멤버다. 김 전 수석은 지난 9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의 이 전 대통령 수사를 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앙금 탓이며 보수 궤멸을 위한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낳은 바 있다. 이명박 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인 하 전 실장의 경우 청와대 입성 전 SBS 사장이었으며, 재직 중이던 2009년 국정원의 요구를 받아 노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보도’를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핵심 참모들의 연이은 작심발언에 정치권 내 친이계 의원들도 하나둘 가세하고 있다. 친이계 좌장으로 불리는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는 11월13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가능성을 일축하며 “MB가 무슨 잡범이냐”고 발언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조해진 전 의원 역시 15일 라디오에 출연해 다스 논란에 대해 “광풍처럼 몰아치는 인민재판”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나라 위해 한 일”…친이계 의원들도 가세

이 전 대통령이 최근 측근들에게 ‘보수 결집’을 주문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친이계 인사들이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간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해 언급을 자제해 온 원내 인사들도 하나둘 정부와 검찰을 비판하면서 지지층 결집을 강화하고 있다.

범친이계로 꼽히는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11월16일 시사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의 수사 태도가 마치 ‘혁명군’과 같다”며 “5년 집권 계획을 세우기 바쁜 이 시기에 왜 이리 이전 정권 수사만 서두르는 건지 아쉬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역시 범친이계로 불리는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나라를 위해 한 일에 왜 이리 손을 대려는지 모르겠다”며 “국정원 자금 지원 역시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있던 관행인데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만 문제 삼는 건 정치보복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핵심 참모들과 정치권 내 친이계 인사들의 연이은 발언을 두고 일각에선 보수층 결집을 위한 전략적 행동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참모들은 “집권 5년 동안 노무현 정부에 대해 쌓아놓은 자료가 있다”고 밝히며 강한 반격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발언 방식이 되레 갈등만 키우고 향후 수사에 도움이 안 될 거란 목소리도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고위직을 맡았던 인사는 “이 전 대통령 참모들의 대처가 어리석고 허술했다”며 “공항성명 대신 정식으로 자리를 마련해 공식 입장을 소상히 밝히는 게 더 깔끔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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