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호, 자신감이 필요한 방향 '일본' 아닌 '내 공'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입력 2017. 11. 2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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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제공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실력 차이가 확실하게 드러난 대회였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일본과의 결승에서 0-7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일본과의 개막전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7-8 역전패를 당한 아쉬움을 씻어내지 못한 채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만 23세 또는 프로 3년 차 이하의 선수들로만 명단을 꾸렸다. 또한 한국, 일본, 대만까지 3개국 밖에 출전하지 않는 등 대회 규모나 중요도가 높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일전만큼은 늘 그래왔듯 야구 팬들의 높은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고, 선수들 또한 일본에게만큼은 절대 지지 않겠다는 의욕을 보여왔다. 개막전 패배 이후 일본전 승리에 대한 선수들의 의지는 더욱 커졌다.

하지만 일본이 단지 의욕과 투지 만으로 꺾을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다. 오히려 개막전 1점 차 패배가 선전한 것으로 느껴질 만큼 결승에서는 두 팀의 실력 차가 더욱 확실히 드러났다.

특히 투수력에서 아직은 일본과 비교하기 힘든 위치임이 확인됐다. 선발진의 경우 장현식, 임기영, 박세웅이 3경기 도합 15이닝 2실점(1자책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불펜에서 약점이 노출됐다.

한국이 특히 일본을 상대로 2경기 도합 15점(연장 제외시 11점)을 내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제구 난조였다. 한국은 결승에서 총 7명의 투수가 9이닝을 책임지는 동안 총 8개의 4사구를 내줬다. 일본의 경우 선발 다구치 가즈토가 이정후에게 경기 초반 사구를 던졌을 뿐 볼넷이 단 1개도 나오지 않을 만큼 정교한 피칭을 자랑했다.

단지 4사구 숫자의 차이만이 전부는 아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은 선발 박세웅을 비롯해 불펜 투수들 대부분이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총 3실점을 내준 5회에는 한국 불펜진이 7명의 일본 타자 중 6명에게 초구 볼을 던졌고, 2점을 허용한 6회 역시 비슷한 흐름으로 경기가 진행됐다. 볼카운트가 몰리다가 결국 볼넷을 내주거나 안타를 내주는 좋지 않은 결과가 반복됐다.

박세웅이 3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한 3회의 경우 두 타자에게 초구 볼이 들어가기는 했다. 그러나 이후 곧장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왔기 때문에 수 싸움에서 앞서며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물론 국제대회의 특성상 젊은 투수들에게는 중압감이 더욱 크게 다가올 수 있고, 스트라이크존 역시 심판의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고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외부 요소에 그대로 휘둘린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일본에게 승리할 수 있다는 의욕으로 넘쳐있는데 정작 본인의 공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없다.

비록 대만전이었지만 가장 뛰어난 피칭을 선보인 임기영의 경우 다소 석연찮은 심판 판정으로 볼넷을 내줬음에도 가볍게 웃어넘긴 뒤 다음 투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올시즌 9이닝 당 볼넷 비율이 1.37개(100이닝 이상 투수 중 리그 3위)에 그칠 만큼 제구 자체가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강한 멘탈 역시 임기영이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물론 선동열 감독이 언급했듯 한국 투수들도 궁극적으로는 결승전 일본 선발 다구치처럼 원하는 코스에 자유자재로 공을 던질 수 있는 제구력을 배울 필요가 있다. 올시즌 스트라이크존이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표팀 중 리그에서 9이닝 당 볼넷이 3개 미만인 투수는 임기영, 김명신, 박세웅까지 단 3명 뿐이었다. 한국 마운드의 미래를 밝히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선수들이 젊은 패기를 앞세워 일본전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근거없는 자신감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기본적인 실력을 쌓는 것은 물론 타자 앞에 실제로 섰을 때 정면 승부를 두려워하지 않는 '진짜' 배짱 등 본인의 공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우선이다.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yuksamo@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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