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sumer >몸 다치고 마음 상하는 건강식품, 부작용에 환불도 거부

오명근 기자 2017. 11. 16. 11:2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양제·유산균·복합추출물 順

소비자 피해사례 갈수록 늘어

사전심의→자율규제 완화계획

허가과정 부실도 문제점‘심각’

#1.경기 의정부시에 사는 오모(55) 씨는 최근 홍삼 농축액 30포(15g)가 들어 있는 K제약의 홍삼 제품 1박스를 35만 원에 구입했다. 홍삼을 더덕, 천마 등 한약재와 함께 수차례 물에 달여 만든 고농축 엑기스로 하루 1포씩 저녁 식사 후에 복용했지만 복용한 지 3일 만에 심한 복통과 함께 설사에 시달려야 했다. 오 씨는 즉시 구입처에 환불을 요청했다. 구입처가 체질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환불을 거부하자 오 씨는 한국소비자원에 피해 구제를 신청해야 할지 고민이다.

#2.서울에 거주하는 김모(여·36) 씨는 최근 인터넷 광고를 보고 초등학생 아들의 키 성장을 촉진하는 건강식품 1년 복용분(6박스)을 구입했다. 김 씨는 대금 199만 원을 신용카드 할부로 결제하고 5개월 동안 아들에게 복용시켰다. 하지만 아들의 성장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김 씨는 해당 제품이 어린이 키 성장에 효능이 좋은 것처럼 허위로 과장 광고를 했다는 TV 보도를 접하고 복용하고 남은 제품(3박스 반)에 대한 환급을 제조회사에 요구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면역력 강화와 노화 방지 및 항산화, 피로 해소에 효과가 있다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중에는 종합비타민제와 칼슘제·철분제 등의 영양제를 비롯, 홍삼·로열젤리·스쿠알렌 가공식품·효모·효소 식품·유산균 식품·클로렐라 식품, 버섯 가공식품·알로에 식품 등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이 판매되고 있다.

최근 건강식품을 복용한 소비자들이 몸에 이상이 생기는 부작용을 겪는 등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상당수 소비자는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TV 홈쇼핑이나 인터넷 광고를 보고 병·의원 처방 없이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을 자유롭게 구입해 복용하고 있다. 일부는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채 복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제품의 위해 성분 때문에 건강을 악화시킨 사례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건강기능식품 이상 사례 신고 접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2017년에 건강기능식품의 부작용이 의심돼 신고한 건수는 모두 4091건에 달한다. 지난 2013년 162건에서 2014년 1862건, 2015년 566건, 지난해 821건, 올 들어 8월까지 680건으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부작용 증세로는 메스꺼움·구토·설사·복통 등 위와 장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32.4%로 가장 많고 발진 등 피부 이상이 19.1%, 우울증·불면증 등 신경·정신적 증세도 4%를 차지했다. 호흡곤란 등 심각한 위험에 빠진 경우도 60건을 넘었다.

품목별로는 영양제, 유산균, 복합 추출물 제품 순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았다. 세부적으로는 2015년 가짜 백수오 사태 논란이 일었던 백수오궁(369건)이 가장 많고 유산균 제품인 울트라플로라 프로바이오틱스(166건), 당귀 추출물 제품인 애터미헤모힘(130건), 임신부 영양제 엘레뉴(76건) 등의 순이었다. 소비자들의 38% 이상이 인터넷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기능식품 제조 판매업체가 2011∼2017년에 법을 위반한 사례는 4578건에 달하고 있다. 역시 소비자를 현혹하는 허위·과대·비방 광고가 756건, 기준·규격을 위반한 제품 제조 및 판매가 76건, 무허가 영업 51건으로 대부분 제품 안전과 관련된 항목에서 적발됐다.

이 가운데 업체의 허위 과장 광고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지방자치단체와 경찰도 건강식품 피해신고 급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건강 식품판매업소가 무려 6969곳이나 되는 부산시는 피해 사례가 속출하자 최근 596곳에 대한 정밀 점검을 벌여 18곳을 적발했다. 허위 과대 광고가 3건이고 무허가 업소가 14곳이나 돼 이들 업소에 대해 고발 조치하거나 영업정지 처분 등을 내렸다. 경기도도 지난해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432여 곳에 이어 올해 436여 곳을 점검한 결과 제품에서 미표기 성분이 검출되거나 시설을 위반한 5개 업소에 대해 영업정지 및 폐쇄 명령을 내렸다.

노인들을 상대로 한 ‘의료 떴다방’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경북 상주경찰서는 지난 6월 노인들을 상대로 단순 건강기능식품을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속여 비싸게 판 혐의(사기 등)로 A(43)씨 등 4명을 입건했다. A 씨 등은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경북·강원·경기도에서 일명 ‘떴다방’을 운영하면서 45명의 노인에게 건강기능식품을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속여 비싸게 판매해 6700여 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부실한 허가 과정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같이 건강기능식품의 이상 사례가 급증하는데도 식약처에서는 현재 건강기능식품의 표시·광고를 위해 시행 중인 사전광고심의제도를 기업의 자율심의제도로 전환해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다.

현재 허위 과대 광고가 증가하고 있는데도 별다른 대책 없이 사전광고심의를 기업 자율심의로 바꾸는 것은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해를 끼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이에 대해 “2010년 헌법재판소에서 건강기능식품의 사전광고 심의절차가 사전검열에 해당하지 않으며 합법적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며 현 심의제도의 존치를 주장했다.

의정부 = 오명근 기자 omk@, 부산 = 김기현·대구 = 박천학 기자

[문화닷컴 바로가기|소설 서유기|모바일 웹]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