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NBA] 라우리 마카넨, 표류하는 호이버그호의 키 잡아줄까?

양준민 2017. 11. 16.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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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양준민 기자]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로선 이 팀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올 시즌 사이좋게 2018 신인드래프트 1순위 따먹기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경쟁자들에 대해선 “지금은 춥고 어두운 겨울이지만 곧 따뜻한 봄날이 올 것이다”는 긍정적인 의견들이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는 반면, 이 팀에게는 사소한 응원의 메시지마저도 없다. 오히려 지역지인 CBS Chicago는 “올 시즌 이미 성적은 포기했으니 선수들이 열심히 해주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팬들의 돈이 아깝지 않도록 하는 플레이다”는 팬들의 말을 여과 없이 전하며 성난 민심의 대변자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팬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지난 과오들까지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좀처럼 따뜻한 봄날이 올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위의 이야기들은 모두 바로 올 시즌 리그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는 시카고 불스의 이야기다. 2015년 브래드 스티븐스 보스턴 셀틱스 감독의 성공을 벤치마킹, 아이오와 주립 대학을 이끌던 프레드 호이버그 감독을 탐 티보듀의 후임으로 선임했지만 팀은 시카고의 프런트진이 생각했던 장밋빛 미래와는 아주 많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호이버그 감독의 부임 이후 시카고는 끊임없이 내홍에 시달렸다. 팀 내 중심 선수들 간의 불화는 물론, 간판스타였던 지미 버틀러(MIN)와 사령탑, 호이버그 감독의 불화설이 계속해 팀 분위기를 흐린 가운데서도 두 시즌 연속 5할 승률 이상을 기록,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이 신기할 정도다.

이에 시카고는 그간의 내부불화를 끝내기 위해 오프시즌 화끈한 결단을 내렸다. 바로 불화의 중심에 서 있던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손을 들어주기로 결정했던 것. 이에 시카고는 오프시즌 버틀러를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로 보내며 호이버그 감독의 손을 잡아주기로 선택, 그에게 사실상 지난 과오들에 대한 면죄부를 주면서 힘을 실어줬다. 버틀러는 최근 MSN과의 인터뷰에서 “시카고는 올 시즌을 앞두고 둘 중 한 명의 손을 들어줘야했고 호이버그를 선택했다. 그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 달력에 시카고의 홈, 유나이티드 센터로 돌아갈 날을 표시해두고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버틀러의 홈 방문은 2018년 2월 10일로 예정돼있다) 

그러나 버틀러의 바람과는 달리 시카고의 상황은 좋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나빠졌다. 버틀러의 트레이드 이후 라존 론도(NOP)가 방출됐고 드웨인 웨이드(CLE)도 버틀러의 트레이드에 실망감을 느껴 팀을 떠났다. 반대로 젊은 선수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잠시나마 시카고의 분위기는 좋아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내 곪을 대로 곪았던 내부불화가 그 화룡점정을 찍으며 분위기는 다시 냉각됐다. 바로 시즌 개막을 불과 며칠 앞두고 바비 포티스(22, 211cm)와 니콜라 미로티치(26, 208cm), 두 선수가 주전 자리를 두고 주먹다툼까지 벌여 동료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히는 불상사가 발생, 이제는 과연 호이버그를 선택한 시카고 프런트진의 선택이 옳았는지 의문을 들 정도다.(*이 일로 턱이 골절된 미로티치는 전치 8주의 진단을 받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호이버그 감독은 팬들에게 신뢰와 믿음을 달라 호소하고 있다. 호이버그는 최근 팀의 부진에 관한 질문에 대해 “팬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젊은 선수들은 지금 성장의 과정에 있고 기회를 잘 잡아가면서 성장하고 있다. 그들은 연습 때도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 작전타임 때도 내 지시를 잘 이행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팬들에게 하기는 힘든 말이지만 팬들이 결과가 아닌 현재 팀을 만들고 있는 과정을 신뢰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마찬가지로 시카고의 마이클 레인스도프 사장도 “시즌은 이제 막 시작했다. 부진 속에서도 라우리 마카넨을 비롯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보이고 있고 잭 라빈 역시 복귀를 앞두고 있다. 우리는 당장 눈앞에 놓인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봐야하는 팀이다. 우리 팀은 열심히 플레이를 펼치고 있고 호이버그 감독도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우리에게 올 시즌 필요한 것은 승패의 여부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 팀을 어떻게 잘 만들어가고 선수들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다”는 말로 호이버그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지만 차갑게 돌아서버린 팬들의 마음을 녹이지는 못했다.



▲‘라우리 마카넨의 발견’, 암울한 시카고의 유일한 희망!

이렇게 칠흑과 같은 어둠을 걷고 있는 시카고에게 유일한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레인스도프 사장의 말처럼 라우리 마카넨(20, 213cm)의 발견이다. 2017 NBA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시카고에 지명된 마카넨은 사실상 버틀러가 시카고에 남긴 유산이다. 올 여름 시카고는 버틀러를 미네소타로 보내면서 잭 라빈(22, 196cm), 크리스 던(23, 193cm)과 함께 자신들이 가지고 있었던 2017 신인드래프트 16순위 지명권을 7순위 지명권과 바꿨다. 마카넨을 지명한 것은 시카고의 혜안이 맞지만 만약, 버틀러의 트레이드가 없었다면 16순위 지명권으로 마카넨을 지명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미네소타는 16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빅맨인 저스틴 패턴을 지명했다)

핀란드 출신의 마카넨은 2014년 자국리그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일찍부터 프로들과 경쟁했고 청소년 국가대표로 활약하면서 자신감을 얻은 마카넨은 2016년 애리조나 대학에 입학, 미국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는 마카넨의 비교모델로 손꼽히는 더크 노비츠키(DAL),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NYK)와는 다른 점이다. 노비츠키와 포르징기스는 NBA 진출을 통해 처음으로 미국농구를 경험, 데뷔 초에는 슛의 영점이 잘 잡히지 않는 등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와 달리 마카넨은 짧지만 1년간 대학무대에서 미국농구를 경험했고 그러다보니 이는 여타의 다른 유럽출신 선수들과 달리 데뷔 첫 시즌임에도 NBA 스타일에 잘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 美 현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마카넨은 2016-2017시즌 NCAA 리그 37경기에서 평균 30.8분 출장 15.6득점(FG 49.2%) 7.2리바운드 1.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당초, 유럽을 떠나 미국에서 자신의 기량이 통하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던 마카넨은 자신의 농구가 미국에서 통하지 않는다면 과감히 유럽으로 돌아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점차 자신에 기량에 확신을 가지기 시작한 마카넨은 결국, 유럽으로 돌아가지 않고 2017 NBA 신인드래프트에 참가를 결정했다. 여담으로 마카넨은 대학시절 백넘버 10번을 사용했는데 이는 마이크 비비가 사용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기도 했다.(*비비는 1996년부터 1998년까지 애리조나 대학 소속으로 활동했다) 

스트레치형 빅맨인 마카넨은 대학시절부터 평균 42.3%(평균 1.9개 성공)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할 정도로 슛 거리가 길고 슛 터치도 완성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장신임에도 민첩하고 활동량까지 많아 현대 농구가 빅맨에게 요구하는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대학시절부터 공격력이 돋보였던 마카넨은 2016-2017시즌 NCAA 올-아메리칸 써드 팀에 뽑히며 그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다만, 그에 반해 윙스팬이 짧고 파워가 약해 수비와 보드장악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함께 받았다. 더불어 몸싸움을 기피하는 등 터프함이 떨어진다는 것도 또 다른 약점이었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전문가들은 마카넨이 노비츠키나 포르징기스처럼 팀의 중심이 되기에는 한참 많이 모자란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실제로 드래프트 당시 마카넨이 7순위로 이름이 불렸을 때도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감추지 못했다. 로터리 픽 안에는 충분히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예상 외로 너무 빠른 순번에 뽑혔다는 것이 이들의 중론. 더욱이 이미 시카고에는 마카넨과 성향이 비슷한 미로티치와 포티스, 중복되는 자원들이 있었기에 시카고의 팬들도 선뜻 이같은 결정을 쉽게 납득하지 못하고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시카고 팬들로선 인사이드와 달리 당장 백코트진의 전력보강이 급선무인데다가 가드 풍년으로 평가됐던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권 2장으로 모두 빅맨을 선발한 것에 대해 반감을 가졌다.(*시카고는 이번 신인드래프트에서 마카넨과 함께 2라운드 전체 38순위로 조던 벨을 지명했으나 현금을 받고 벨을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로 트레이드 시켰다)  

그러나 이내 마카넨이 2017 유로바스켓에서 연일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소식들이 들려오자 시카고 팬들도 조금씩 마음을 풀고 마카넨에 대해 기대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마카넨은 신인드래프트 직후 곧바로 핀란드 대표팀에 합류, 2017 유로바스켓에 참가했다. 마카넨은 조별리그에서만 평균 22.6득점을 기록하는 등 사실상 핀란드의 에이스로 활약하면서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물음표들을 조금씩 느낌표로 바꿔나갔다. 핀란드도 마카넨의 활약에 힘입어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한 수 위의 전력으로 평가되던 프랑스를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꺾는 이변을 연출하는 등 16강에도 올랐다. 특히, 마카넨은 중요한 순간마다 득점을 올리며 팀을 승리로 이끄는 등 처음으로 출전한 성인무대였지만 성공적으로 신고식을 치르며 오프시즌을 기분 좋게 보낼 수 있었다.

마카넨은 2017 유로바스켓에서 6경기 평균 27분 출장 19.5득점(FG 55.8%) 5.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시카고 팬들이 마카넨에 대해 기대감을 가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마카넨이 1대1로 공격을 풀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 실제로 신장 대비 볼 핸들링이 좋은 마카넨은 돌파를 통해 많은 득점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평균 47.8%(평균 1.8개 성공)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하는 등 성인레벨의 무대에서도 내·외곽을 넘나드는 득점력을 보여줬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시카고 팬들이 기대감을 갖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무엇보다 시카고의 선수구성상 라빈을 제외하곤 볼을 들고 하는 플레이에 능한 선수가 없다는 것도 마카넨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또 다른 이유이기도 했다. 다만, 그에 반해 유로바스켓에서도 대학시절부터 꾸준히 지적되던 약하디 약한 수비력과 보드장악력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었다.

이렇게 오프시즌 자신에 대한 평가를 어느 정도 반등시키며 트레이닝캠프에 합류한 마카넨은 본의 아니게 포티스와 미로티치의 비극으로 인해 어부지리로 주전 라인업에 입성, 이후 맹활약을 펼치며 시카고 인사이드의 미래로 급부상했다. 마카넨은 16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개막 후 11경기에서 평균 30.6분 출장 14.5득점(FG 43.3%) 7.8리바운드 1.5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마카넨은 데뷔전인 토론토 랩터스전에서 17득점(FG 41.7%) 8리바운드를 기록했는데 이는 시카고 프랜차이즈 역사상 신인이 데뷔전에서 기록한 최다득점 타이 기록이기도 했다.(*또 다른 1위는 2004-2015시즌 안드레 노시오니의 기록이다)

뿐만 아니라 이어진 두 번째 경기인 샌안토니오 스퍼스전에선 13득점(FG 35.7%) 12리바운드를 기록, 데뷔 후 처음으로 더블-더블을 작성했고 마이애미 히트전에선 25득점(FG 50%) 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득점 부문 커리어-하이를 기록하는 등 개막 후 6경기에서 평균 17.2득점 9.3리바운드를 기록, NBA 역사상 개막 직후 6경기에서 +100득점&+50리바운드를 기록한 40번째 선수에 그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25년을 살펴봤을 때 이는 라마 오덤(은퇴), 블레이크 그리핀(LAC) 그리고 올 시즌 마카넨과 함께 강력한 신인왕 후보 0순위로 평가받고 있는 벤 시몬스(PHI)만이 세운 기록이었다.



특히, NBA 입성 후 마카넨이 대학시절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저돌적인 플레이들이 계속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약점으로 지적받던 터프함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뒤집기 위해 몸싸움과 리바운드 가담에도 적극적인 것은 물론, 돌파에 이어 거칠게 덩크슛을 올라가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마카넨은 돌파 시도를 늘리면서 올 시즌 평균 2.6개(FT 82.8%)의 자유투를 얻고 있다. 신장에 비해 준수한 볼 핸들링 실력과 뛰어난 기동력이 마카넨의 돌파력을 더욱 극대화시키고 있다. 처음에는 다소 긴장하며 몸이 굳은 모습들이 보였지만 과감한 돌파들을 한 번 두 번 성공하면서 자신감이 붙은 지금은 돌파를 함에 주저하는 모습들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마카넨의 치명적인 매력은 213cm의 신장에 부드러운 슛 터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 시즌 마카넨은 평균 35.1%(평균 2.4개 성공)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 중이다. 15일을 기준으로 성공률은 신인들 중에서 7위, 성공개수는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시카고도 마카넨과 가드진의 2대2 픽앤 팝 플레이를 주된 공격옵션으로 삼을 정도로 마카넨의 슛 능력은 이미 NBA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다만, 여전히 수비력에서는 개선이 시급하지만 수비형 센터인 로빈 로페즈(29, 213cm)와 함께 하면서 수비적인 약점이 어느 정도 상쇄되고 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마카넨 본인 스스로가 수비력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17-2018시즌 라우리 마카넨 3점슛 성공률 분포도(*15일 기준)



그러다보니 마카넨도 데뷔시즌의 포르징기스가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노비츠키와 비교되고 있다. 1998-1999시즌 NBA에 데뷔한 노비츠키는 리그를 대표하는 스트레치형 빅맨이다. 현 리그의 트렌드와 달리 노비츠키가 데뷔했을 당시에는 샤킬 오닐이나 저메인 오닐 등 빅맨들이 외곽까지 나와 슛을 쏘는 것보다는 인사이드에서 파괴력을 보여주는 모습들이 더 익숙했다. 때문에 빅맨의 외곽슛을 활용하는 전술들도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노비츠키는 이런 세태 속에서도 데뷔 후 단 두 시즌을 제외하고 평균 +1개의 3점슛을 성공시킨 것은 물론, 팀을 우승으로 이끌면서 역대 최고의 유럽 선수 중 한 명이자 리그 살아있는 전설로 발돋움했다.(*노비츠키는 커리어 평균 38.1%(평균 1.3개 성공)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 중이다)

표본이 적기는 하지만 시즌 초반 마카넨도 자신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재능임을 입증, 올 시즌을 벤치에서 시작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주전으로서 그 입지를 탄탄히 다지는 데도 성공했다. 더불어 시카고의 팀 사정상 많은 출전시간과 공격기회가 보장되고 있다는 것도 마카넨에게는 호재다. 이렇게 성장에 있어 최적의 조건을 갖춘 지금, 그저 그런 선수로 남을지 아님 노비츠키나 포르징기스처럼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로 성장할지는 이제 전적으로 마카넨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리게 됐다. 노비츠키와 포르징기스도 매년 여름 자신들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만약, 그들이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만을 믿고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면 현재 이들이 쌓고 있는 명성은 결코 이룰 수 없는 것들이었다.  
 
다만, 인생에는 오르막길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다고 마카넨에게 닥친 최근 상황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 포지션 경쟁자인 포티스가 복귀하면서 출전시간이 다소 줄어들었고 또, 샌안토니오와의 시즌 두 번째 경기에선 발목부상으로 단 15분만을 소화하는 등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마카넨에 대한 시카고 구단의 신뢰는 여전히 흔들림이 없다. 그 예로 징계에서 복귀한 후 포티스가 맹활약을 펼치고 있음에도 마카넨은 계속해 주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행히 발목부상의 정도가 심하지 않아 마카넨은 13일에 있었던 팀 훈련에 복귀, 16일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전에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로티치와 유혈사태를 일으키며 정규리그 8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던 포티스는 복귀 후 3경기에서 평균 19.3득점(FG 48.8%) 10리바운드 2.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에 끼친 민폐를 사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뿐만 아니라 미로티치에게 사과의 뜻을 담은 전화와 문자를 보내는 등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포티스에 대한 미로티치의 태도는 여전히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최근 팀 훈련에는 복귀했지만 미로티치는 “더 이상 포티스와는 함께 뛸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 남은 시즌 미로티치와 시카고가 동행을 이어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게 됐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일각에선 시카고가 이미 미로티치의 트레이드 작업에 착수했다는 소식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등 사실상 올 시즌 시카고의 파워포워드 라인은 포티스, 마카넨 두 선수가 책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카고는 “팀을 재건하는 과정인 올 시즌 마카넨이 있어 우리는 매우 행복하다”는 말로 마카넨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고 마카넨도 “나는 시카고를 매우 좋아한다. 시카고에서 뛰는 이 순간이 내게는 가장 행복하다. 당장은 추운 겨울이지만 우리는 먼 미래를 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이 겨울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몇 달 뒤에는 누군가가 내게 팀 사정을 물어본다면 그때 분명 우리 팀은 지금과는 많이 달라져있을 것이다. 1월 시카고 도시에는 강추위가 엄습하겠지만 우리 팀은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라고 전하며 현재 시카고에서의 생활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간 시카고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대함에 있어 소홀했던 전례들이 여러 번 있었다. 그 예로 1990년대 시카고의 전성기를 이끌던 스카티 피펜도 한때 시카고의 대우에 불만을 품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데릭 로즈(CLE)와 버틀러가 그랬다. 두 선수 모두 2010년대 후반 시카고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주역이었지만 그 마무리는 그리 달콤하지 못했다. 마카넨도 지금은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언제 시카고의 냉혹함에 상처받을지 모른다. 과연 마카넨은 이전의 선배들의 밟았던 전철과 달리 시카고에서의 행복을 계속해 누릴 수 있을지 이 모든 것은 마카넨 본인이 성장세를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시카고 구단의 노력과 의지 역시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복귀 임박’ 잭 라빈, 호이버그호의 새로운 에이스 될까?

한편, 시카고는 마카넨의 발견과 함께 곧 있으면 잭 라빈(22, 196cm)이 부상을 털고 코트로 복귀한다. 2014 NBA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3순위로 미네소타에 입단한 라빈은 2015-2016시즌 후반기 주전 라인업에 입성한 후 괄목할 성장세를 보여주며 칼 앤써니 타운스-앤드류 위긴스와 함께 팀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 당장의 성과가 필요했던 티보듀 감독은 결국, 부상으로 당장의 복귀가 어려웠던 라빈을 트레이드하기로 결정, 라빈은 2017-2018시즌을 앞두고 버틀러와 유니폼을 바꿔 입으며 커리어의 전환기를 맞이했다. 라빈은 2016-2017시즌 부상으로 낙마하기 전까지 47경기에서 평균 18.9득점(FG 45.9%) 3.4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현재 시카고의 로스터 구성을 볼 때 라빈은 사실상 시카고의 ‘제1옵션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팀의 3옵션으로 활약하면서도 평균 20점에 가까운 득점력을 보여줬기에 충분한 공격기회만 주어진다면 올 시즌 거뜬히 +20득점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라빈의 장기는 두 번의 올스타 전야제 덩크 콘테스트 우승이 말해주듯 폭발적인 운동능력이다. 라빈은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트렌지션 게임에 강점을 보이는 것은 물론, 돌파에 이어 호쾌한 덩크슛이나 더블 클러치로 득점을 올리는 것과 함께 동료들에게 빼주는 짧은 패스 등 순간적인 재치도 뛰어난 선수다. 실제로 라빈은 2015-2016시즌 후반기 위긴스와 함께 미네소타의 업-템포 농구의 선봉장으로 활약하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기도 했다.

또, 최근 두 시즌 연속으로 평균 +38%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할 정도 슛감까지 물이 올랐다. 2015년부터 라빈은 카일 코버(클리블랜드)와 브래들리 빌(워싱턴)의 슈팅 트레이너를 맡고 있는 드류 하렌에게 슈팅교정을 받으며 슈팅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많은 공을 기울였다. 그 결과 라빈은 2015-2016시즌 후반기와 함께 2016-2017시즌도 평균 38.7%(평균 2.6개 성공)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시즌은 티보듀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수비까지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수비는 경험과 선천적인 재능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이전에 비해 발전했을 뿐, 아직은 그 수비력이 리그 평균에 도달했다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2016-2017시즌 라빈은 코트 득·실점 마진 –2.5를 기록했다)

#잭 라빈 2016-2017시즌 정규리그 3점슛 성공률 분포도



겉으로 보이는 기록과 플레이의 성향을 본다면 라빈은 부임과 동시에 “빠른 템포와 외곽 화력을 중요시하는 공격적인 농구를 펼치겠다” 선언했던 호이버그 감독의 농구철학에 부합하는 선수다. 이전 두 시즌, 호이버그 감독은 호언장담했던 것과 달리 자신만의 농구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무색무취하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이전 시즌과 달리 외곽공격의 빈도를 늘리는 작업을 하는 등 자신의 농구철학을 시카고에 이식하려는 모습들이 보이고 있다. 다만, 그에 반해 성공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단점. 때문에 라빈의 합류가 이런 점들을 얼마나 많이 개선해줄 수 있을지도 매우 궁금해지고 있다. 만약, 라빈의 합류 후에도 팀에 긍정적인 변화들이 없다면 호이버그의 입지는 현재와는 다른 국면을 맞이할지도 모른다.(*올 시즌 시카고는 평균 9.8개(3P 31.8%)의 3점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다만, 라빈이 복귀 후에도 전과 같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라빈은 올해 2월, 왼쪽 무릎 전방십자인대 부상으로 시즌아웃을 선고받았다. 라빈은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전, 레이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안드레 드러먼드와 충돌했고 코트에 쓰려졌다. 다행히 곧장 일어나 코트로 복귀했지만 4쿼터, 갑자기 무릎에 통증을 호소하며 경기장을 빠져나간 이후 다시는 코트로 돌아오지 못했다. 결국, 이렇게 2016-2017시즌을 허무하게 마감한 라빈은 수술을 받고 재활에 열중, 최근에는 개인훈련을 이어가면서 복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2017년 제야의 종소리를 듣고 나서야 라빈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라빈은 생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11월 말에서 늦어도 12월 중순에는 코트 복귀를 완료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귀에 앞서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것은 라빈과 같이 운동능력이 강점인 선수에게 무릎 전방십자인대 부상은 매우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그 예로 한때는 리그 최연소 MVP 수상에 빛났던 로즈도 무릎부상에서 복귀한 후 제 컨디션을 찾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마나 최근 몇 년간을 부상으로 고생하던 것과 달리 2016-2017시즌 64경기에서 평균 18득점(FG 47.1%) 3.8리바운드 4.4어시스트를 기록, 어느 정도 기량이 회복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경기들을 보면 부상을 피하기 위해 어딘가 모르게 몸을 사리는 모습들이 보였고 올 시즌은 또 다시 잔부상들이 발목을 잡으면서 시즌 초반 결장이 잦아지는 등 쉽게 부상의 악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러셀 웨스트브룩(OKC)처럼 부상의 후유증 없이 코트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사례도 있다. 라빈이 웨스트브룩처럼 부활에 성공, 시카고의 1옵션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다면 단숨에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시카고는 조던과 함께 90년대 리그를 호령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빅마켓 중 한 곳으로 성장했다. 사실상 라빈으로선 올 시즌 시카고 이적을 계기로 전국구 스타가 되거나 아님 부상으로 쓰러진 비운의 유망주가 되느냐는 갈림길에 서있다. 만약, 로즈의 전철을 밟는다면 시카고가 버틀러를 팀에서 내보낸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기에 시카고 팬들의 엄청난 비난과 야유를 각오해야할 것이다. 폴 조지가 언급했듯 큰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 그 부상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부터가 복귀를 눈앞에 둔 라빈이 풀어야 할 난제다.

올 시즌은 앞서 언급했듯 시카고는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면서 성장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아직은 선수들이 성장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은 옥에 티. 이 때문에 올 시즌 시카고의 목표는 겉으로만 선수들의 성장일 뿐, 사실상 “2018 신인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 획득”이라 바라보는 시각들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NBA는 최근 ‘안티 탱킹’을 외치며 신인드래프트 개혁안을 발표, 내년까지는 최하위 팀이 25%의 1순위 당첨확률을 가져가고 내후년인 2019년부터는 최하위 세 팀이 모두 14%의 동일한 확률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때문에 사실상 올 시즌이 가장 높은 확률로 1순위 지명권을 획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다만, 시카고가 내년 여름 1순위 지명권으로 우수한 신인을 선발한다고 해도 현재의 상황에서 탈출하기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리그의 내로라하는 명장들도 부담을 느끼는 것이 다름 아닌 팀의 십년지계를 책임질 ‘리빌딩’ 작업이다. 때문에 경험이 부족한 호이버그 감독이 이를 완수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물론, 상황에 따라선 내년 여름 FA시장에서 르브론 제임스, 폴 조지 등 대어를 낚아 반전을 꾀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할 것이다. 또, 사람의 일은 그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고 시카고 사령탑의 명함이 바뀌었을지도 모르는 일. 과연 올 시즌 간판스타의 이적을 시작으로 리빌딩의 기치를 내걸은 호이버그 감독과 시카고의 계획은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당분간은 시카고에 내려진 혹한주의보가 해제되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NBA 미디어센트럴, 점프볼 DB, NBA.com(*슛차트)
  2017-11-15   양준민(yang126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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