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미얀마 장관에게 외교관급 특별대우 받았다"
崔, '사업 무리' 지적한 유재경에 "은혜도 몰라" 호통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정부가 추진하던 미얀마 K-타운 사업에도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61)가 현지 답사차 미얀마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얀마 상공부장관에게 대한민국 외교관에 준하는 특별 대우를 받았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10일 열린 최씨에 대한 재판에는 최씨의 측근이던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씨는 미얀마 K-타운 프로젝트 사업의 이권 개입과 관련해 유재경씨·김인식씨를 각각 주 미얀마 대사와 코이카(KOIKA) 이사장으로 임명되게 하고, 대통령 등에게 영향력을 행사해주는 대가로 MITS 운영자 인호섭씨로부터 MITS 주식 15.3%를 취득한 혐의(알선수재)를 받고 있다.
이날 이 전 본부장은 K-타운 사업을 추진한 최씨가 답사를 위해 미얀마를 방문한 지난해 7월3일 미얀마 상공부장관으로부터 특별 대우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당시 자리에는 자신과 인씨, 고영태씨 등이 동석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본부장은 "당시 인씨가 미얀마 상공부장관에게 최씨를 '한국 정부를 대변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취지로 말했다"고 답했다. 특검 조사에서도 당시 미얀마 상공부장관이 최씨를 깍듯하게 대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그는 "저도 상당히 의외였는데 장관이 최씨에게 대한민국 외교관에 준하는 대우를 해준 걸로 기억한다"며 "사적 비즈니스를 하러 온 사람이 아니라 국가적 프로젝트를 수행·대행하는 사람에 대한 대우를 해줬다"고 말했다.
이 전 본부장은 당시 미얀마 상공부 측에서 자신과 최씨·인씨 등에게 K-타운이 들어설 부지를 여러 곳 답사시켜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낮에는 답사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고 저녁에 미얀마 상공부장관 등을 만나 만찬을 했었다"고 밝혔다.
K-타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측근들은 최씨에게 '너무 급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니 사업성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검찰은 지난해 8월쯤 유 전 대사가 이 전 본부장에게 이런 내용으로 보낸 문자메시지를 법정에서 공개했다.
유 전 대사는 최씨에게 전해달라며 이 전 본부장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이 프로젝트의 중요성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너무 단기간에 (사업을) 추진하면서 무리한 점이 많이 노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 국장(인호섭씨)이 이미 (미얀마) 한인 사회에 'SOC 사업 한 건 했다'고 말하고 다녀서 많은 사람들이 의혹의 눈으로 주시하고 있습니다"라며 "만일 좀 더 투명하게 추진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한국 언론에 본 건이 크게 기사화될 우려가 있음을 말씀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본부장은 "K-타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데 유 전 대사의 지적은 인씨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라며 "정부 지원만 믿고 타당성 검토를 잘 하지 않고 의욕만 앞선 상태라 현지 공관에서도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말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최씨는 유 전 대사에 대해 '은헤도 모른다'며 크게 화를 냈다는 증언도 나왔다. 유 전 대사는 최씨의 추천으로 미얀마 대사에 취임하게 된 인물로, 최씨와의 술자리에서 "잘 도와드리겠다"며 '충성 맹세'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검찰은 이 전 본부장이 특검 조사에서 "유 전 대사의 말을 최씨에게 보고하자 최씨는 '내가 자리를 만들어줬는데 은혜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고 진술한 조서를 공개했다. 이 전 본부장은 이날 법정에서 "그런 취지로 말한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시 최씨가 굉장히 화가 나서 '그 사람(유 전 대사)을 관두게 해야하지 않느냐'고 했다"며 "(유 전 대사를 최씨에게 추천한) 저도 그래서 많이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걸 어떻게 유 전 대사에게 말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이쪽(최씨)에서 안 좋게 생각한다'고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씨는 증인신문 말미에 발언권을 얻어 "미얀마 K-타운 건은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다가 (고영태씨의 지인인) 인씨가 끼어 문제가 된 것"이라며 "제가 고씨에게 속은 것이나 마찬가지고, 이를 통해 이득을 취하려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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