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막가는 '1인 미디어 몰카'

표태준 기자 2017. 11. 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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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앞에서 죽은 척 연기
강도 분장해 우는 아이 노래시켜 아동구호단체에 고발당하기도

지난 8월 한 1인 미디어 제작자는 친할머니 앞에서 죽은 척 연기하는 몰래 카메라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 화장실에 빨간색 물감을 뒤집어쓰고 누워 피를 쏟은 모습을 연출한 뒤 이를 본 할머니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것이다. 이 영상은 SNS에서 인기를 끌며 석 달 만에 조회 수 170만을 돌파했다. 부산에 사는 대학생 장한민(25)씨는 영상을 보고 "노인을 대상으로 장난한 것도 화가 나는데 심지어 그 모습을 카메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린 뒤 웃고 즐기는 문화가 불쾌했다"고 했다.

‘몰카 오락’을 만드는 한 1인 미디어 제작자가 공원에 앉아 있는 노인들에게 가짜 뱀을 던져 놀라게 하고 있다. /유튜브

'몰카 오락'의 윤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상대방을 속여 곤란에 빠뜨리는 모습을 담은 몰래 카메라는 1인 미디어 제작자들이 아주 좋아하는 핵심 콘텐츠 중 하나. 별다른 기획이나 편집 없이 흥미로운 영상을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 '몰카'를 검색하면 나오는 영상만 한국에서만 48만 건이나 된다.

친구에게 돼지고기를 먹인 뒤 가짜 시신이 담긴 가방을 보여주며 인육을 먹은 것이라고 속이거나, 밥을 먹는 사람들 앞에 가짜 용변을 들고 와 보여주는 식의 자극적 몰카 영상이 유튜브와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인기를 끈다. 초등학생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몰카 오락 영상에 대해 포털 사이트 업체와 정부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월 국제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한 유튜브 채널 운영자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채널에 올라온 한 영상에는 강도로 분장한 아빠가 여자아이를 세워두고 엄마를 납치하겠다며 전기 모기채로 위협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눈물을 쏟는 아이에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춰보라고 강요하고 아이가 이에 따르자 '눈물의 몰카 성공'이라는 자막을 달았다.

몰카 오락이 인기를 끌자 아예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몰카만 전문으로 찍는 1인 미디어까지 생겼다. 구독자 27만여 명의 이 유튜브 채널에는 일반 시민을 당황하게 하는 장면이 담긴 몰카만 100건 가까이 올라와 있다. 스님으로 분장해 "오늘 집에 들어가면 안 된다"며 대뜸 불길한 말을 던지거나, 의자에 앉아 있는 시민의 스마트폰을 계속 훔쳐보며 불쾌하게 만든 뒤 반응을 지켜보는 식이다.

몰카 오락은 1991년 방영된 MBC 오락 프로 '몰래 카메라'를 시작으로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지상파의 몰카 오락은 시청자들과 각종 심의 기관들의 이의 제기로 나름의 자정 작용이 있지만 1인 미디어 몰카는 그렇지 않다"면서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상대방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영상을 올리는 몰카는 제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인터넷 영상도 방송 영상처럼 모니터링 요원을 투입해 심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양이 너무 많아 모든 영상을 확인해 단속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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