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중국이 말하는 3不은 상식..흔쾌히 수용할 수 있는 것"

2017. 11. 8.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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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미정상회담 무난…제재와 압박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아쉬워"

"한미동맹 중요하지만 거기에 모두 베팅 안돼…헤징 해야"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김동호 한지훈 기자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8일 이른바 '3불(不) 논란'과 관련, "제가 볼 때 3불 원칙은 상식적인 주장"이라면서 "중국이 얘기하는 3개의 노(NO), 제가 볼 때는 흔쾌히 수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민병두의 문민시대'에 출연, 정부의 3불 입장표명과 관련해 "미국에 위배되는 중국과의 협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3불(不) 가운데 하나로 정부가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한국과 일본이 상호방위조약을 맺으려면 일본도 정규군과 교전권이 있는 정상국가로 가야 하는데 평화헌법에 의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한국에서 한일동맹을 하자고 하면 일본은 호재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추가배치를 않겠다고 한 것에는 "미국에 사드 포대가 7개로 한국에 추가 배치하는 게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미사일방어(MD)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과거 정부에서부터 계속돼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 7일 한미정상회담과 관련, "무난한 정상회담이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던지는 메시지는 현안에 대한 해결보다는 미국에 있는 유권자들에 대한 메시지"라고 밝혔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제재와 압박을 넘어선 새로운 국면 전환의 메시지를 했으면 좋았을 것인데 아직은 제재와 압박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 경제의 상당 부분은 사실상 시장에서 움직이며 이 시장을 공식화하고 확장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면서 "그러나 제재와 압박 하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제재와 압박을 통해 대화와 협상으로 나오면 좋지만, 제재와 압박이 꼭 능사는 아닐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문 특보는 미국 및 중국과의 외교 문제와 관련, "균형외교는 사실 중용외교로, 중용외교는 모든 외교의 근본"이라면서 "어느 한쪽에 지나치게 치우치면, 소위 예속·종속·의존관계가 생기고 그러면 외교적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관계는 동맹이고 한중관계는 전략적 동반자이므로 그에 맞춰서 가면 된다"면서 "한미동맹이 상당히 중요하지만, 한미동맹에 모든 것을 베팅하면 거기에서 차질 생기면 어디로 가느냐, 그래서 헤징(hedging.손실방지행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을 드는 입장에서라도 모든 국가와 관계를 유지하고 운신의 폭과 외교적 지평을 넓힐 필요가 있다"면서 "과도한 것을 피하고자 균형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데 차라리 '중용외교'라고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의 전술핵 재배치 주장과 관련, "보수적인 분들은 한미동맹을 신줏단지처럼 모시는데 미국을 믿으면서 확장억제와 미국의 핵우산을 못 믿겠다는 것은 너무 모순적"이라면서 "동맹을 하려면 미군을 믿는 게 맞고 만약 동맹이 깨지면 우리는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대북 특사로 갈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언론에서 어떤 분은 종북 인사라고 하고 다른 분은 친북 인사라고 하는데. 특사로 가면 효과를 낼 수가 없다"면서 "다른 분을 보내셔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미 대화와 관련,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박성일 유엔주재 북한 차석대사간 라인을 거론하면서 "이게 제일 신빙성을 갖는 대화채널이라 보며 그 외 채널은 좀 회의적이다"면서 "조셉윤 차관보는 상당히 그 채널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특사를 보낸다면 누구를 보내는 게 좋을 것 같느냐는 말에는 "미국 친구들 얘기를 들으니 보수층에서 존경을 받는 로버트 게이트 전 국방부 장관과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특별보좌관을 한 팀으로 만들어서 보내면, 즉 게이츠의 식견과 전문성, 쿠슈너의 근접성을 붙이면 상당히 좋을 것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따라 적절한 선택을 하려는데, 보수가 보면 대화만 하는 유화책을 쓴다고 하고, 진보에서는 초심을 버려서 강경 모드로 가면서 친미모드로 간다고 비판하는데 좀 큰 그림을 보면서 그 안에서 평가해줬으면 한다"면서 "난 대통령이 초심을 버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sol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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