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조원 굴리는 국민연금 이사장.. 초선 출신 정치인 임명, 전문성 논란
김성주 前의원 사실상 내정.. 보건복지위 경력 4년이 전부

국민 노후 자금 600조원을 책임질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김성주(53·사진) 전 의원이 사실상 내정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일 "김 전 의원을 국민연금공단 신임 이사장으로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서울대 국사학과 출신으로, 전북도의원을 거쳐 19대 국회 4년간 보건복지위에서 활동했고, 작년 총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국민연금 제도와 기금 운용을 총 책임지는 자리다. 국민연금은 가입자 2153만명에, 기금 운용액은 601조7000억원으로 일본(1383조원), 노르웨이(996조원) 연금기금에 이어 세계 3대 '큰손'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점차 투자를 다변화하면서 국내외에서 모건스탠리, JP모건과 같은 금융그룹, 칼라일 그룹,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 등 굴지의 사모펀드 최고 수장들과 회동하고 외국으로 출장 한번 가면 매시간을 쪼개 전 세계 경제계를 주무르는 큰손들을 만난다. '대통령이 순방 와도 못 만나는 경제계 인사를 공단 이사장은 만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초선 정치인 출신인 김 전 의원이 국민 노후 자금 600조원을 운용할 적임자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국민연금과 관련한 경력은 국회 보건복지위원 4년이 거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1999년 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설립된 이후 정치인 출신 이사장은 임용된 적이 없었다.

초기에는 주로 복지부 등 행정 관료 출신들이 맡다가 최근에는 기금 규모가 커지면서 금융·재정 전문가들이 맡았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김 전 의원이 국회 복지위에서 활동해 국민연금에 대한 지식은 있겠으나, 정치인 출신이어서 국민연금이 정치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번 정부가 국민연금을 보육시설과 청년 임대주택 등 공공투자에 활용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이런 우려가 더 큰 측면도 있다. 현재 국민연금의 복지 투자는 1400억원 정도인데 보육시설 등에 투자하면 앞으로 최대 2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 연금 전문가는 "정부가 공적연금을 사회정책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세계 각국에서 오랫동안 '정부의 위험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며 "국민 노후 자금이 정부의 새 곳간 역할을 하면서 손실이 날 경우 국민의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가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의 지역구가 국민연금공단이 있는 전주라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은 전 세계를 무대로 투자하는데, 국민연금 전체의 이해와 전주의 이해가 충돌할 때, 공정한 선택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없지 않은 것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연금공단이 전주로 가면서 글로벌 업계의 발걸음이 줄어들고 있는데, 김 전 의원이 이사장이 되면 지역화가 더 고착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사실상 기금 운용은 기금운용본부장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김 전 의원이 정치권으로부터 연기금의 독립성을 지켜줄 방패막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김 전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활동할 때 대표적인 연금 전문가였고, 정치인 입장에서 국민의 여론을 잘 수렴해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기대해 임명 제청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임기가 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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