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광화문 연가.. '1980~90년대 感性' 뮤지컬로 부활


아이돌 ‘틴팝컬처’에 피로감
따뜻하면서 소박한 분위기
젊은층에도 매력적인 경험
가요·TV서도 ‘다시 8090’
당시 감동 넘어서기 과제로
올겨울 ‘8090세대 감성’이 창작 뮤지컬로 무대 위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그때 그 시절 국민 드라마·국민 가수·국민 노래가 잇달아 무대에 소환되고 있는 것.
공연계 최대 성수기인 연말은 그간 대규모 라이선스 뮤지컬이 주를 이뤘지만 올해는 1980~1990년대 청춘기를 보낸 이들이 향유했던 대중문화를 소재로 만든 공연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중년이 돼 버린 관객들에게 향수를 안겨주는 것뿐 아니라 당시의 소박한 분위기와 따뜻한 감성이 과거 문화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 화려한 아이돌 문화 중심의 ‘틴팝 컬처’가 지배하고 있는 주류 대중문화에 피로감을 느낀 이들에게는 소위 ‘B급 감성’으로서의 주목도도 높다.
12월 5일 막을 올리는 창작 뮤지컬 ‘모래시계’는 1995년 ‘귀가 시계’라 불리며 최고 시청률 64.5%를 기록한 동명의 국민 드라마를 무대화한 작품이다. 드라마와 뮤지컬 모두 1970~1990년대 격변의 한국 현대사에 얽힌 태수·혜린·우석 세 주인공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가 중심. 조광화 연출은 30일 제작발표회에서 “드라마가 방영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들의 이야기”라며 “구체적인 사건은 다르더라도 과거나 현재나 잘못된 힘의 시대가 청년들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만 명대사·명장면이 많고 ‘백학’ 등 OST 역시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인 탓에 기시감을 없애기 위해 단순한 재연은 자제하기로 했다. 당시 24부작 미니시리즈로 방송된 드라마를 어떻게 21세기에 맞춰 2시간 30분여 뮤지컬로 변형할지도 이목을 끄는 부분이다.
11월 7일부터 두 달간 공연하는 창작 주크박스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은 1988년 결성돼 1990년대 활발하게 활동했던 포크 그룹 동물원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특히 당시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키며 마니아층을 형성한 가수 김광석이 동물원을 떠나는 과정과 그의 음악 인생을 그려 팬들을 향수에 젖게 하고 있다. 김광석의 1994년작 대표곡 ‘서른 즈음에’를 제목으로 내건 또 다른 뮤지컬도 지난 20일 개막했다.
‘추억 정산 뮤지컬’이라는 부제를 달고 12월 15일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광화문 연가’는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1980~1990년대 히트곡으로 꾸려진다. ‘옛사랑(1991)’ ‘그녀의 웃음소리뿐(1987)’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1988)’ 등의 옛 노래가 관객들을 과거로 안내한다.
이 같은 ‘8090 다시보기’ 현상은 비단 뮤지컬뿐 아니라 이미 대중가요와 TV 드라마 등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아이유는 양희은의 1991년 노래 ‘가을아침’ 등이 수록된 리메이크 앨범을 냈고 인기리 방영 중인 TV 드라마 ‘고백 부부’에서는 40대 부부가 대학 시절을 보낸 1990년대가 주 배경으로 등장한다.
다만 이러한 작품들의 경우 원작의 힘에 기댄 바가 크기 때문에 당시 작품이 준 감동을 뛰어넘으면서 때로 새로운 장르적 특성까지 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자기 복제의 늪을 넘어 현시대에 맞는 세계를 구축하면서 감동과 공감을 동시에 이끌어 내야 하는 탓에 창작진의 어깨가 가볍지만은 않다. 1980~1990년대에 검증된 콘텐츠만으로는 작품의 성공이나 흥행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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