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백 걸리면 칼로 찢어.. 세관원, 늘 간담이 서늘하다

최아리 기자 2017. 10. 27.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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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복의 수난] [6] 세무공무원 피말리는 난동·무시
일부 입국자 "관세 깎자" 요구.. 거절하면 서비스 불량 트집
세금 징수팀 체납자 집 찾아가면 세탁기·신발장 등에 숨기 일쑤
압류 딱지 불만 '몽니 소송'도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사무실. '38세금체납 기동반' 문구가 적힌 파란 조끼와 검은 모자를 쓴 강남구청 소속 조사관 세 명이 들이닥쳤다. 고급 식당과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사무실 대표가 2013년부터 내지 않은 지방세 2억6000만원을 받기 위해서다. 강모(48) 조사관이 대표의 행방을 물었다. 20대 직원이 "회장님은 아는데 대표님은 얼굴을 모른다" "전화 연결도 어렵다"고 했다. 조사관들은 명함과 공지문을 놓고 사무실을 나서야 했다. 강 조사관은 "발뺌하는 것이 뻔히 보이지만 어쩔 수 없다. 휴대전화 위치 추적이나 구속·구인 권한도 없어 일단 숨으면 찾기가 어렵다. 경비원이 들여보내 주지 않는 집도 많다"고 했다.

제복 공무원(MIU)을 위협하는 것은 폭력과 폭언만이 아니다. 정보를 숨기고 소송을 제기하며 공권력을 무력화하고 농락하려는 이들이 있다.

◇"징세 부당해" 소송 시달려

고액 체납자는 대부분 자기 앞으로 집이 없다. 위장 전입을 하거나 숨어 사는 경우가 많다. 지난 7월 지방세 4800만원을 14년간 납부하지 않은 어느 인테리어 디자이너(62)는 서울 목동 사무실 옆 보습 학원 일부를 집으로 개조해 숨어 살다가 걸렸다. 서울 강동구에 살며 억대 세금을 체납한 60대 사채업자는 서울시 조사관이 수차례 찾아갈 때마다 세탁기와 신발장 안에 숨기 바빴다. 한 세금 체납 조사관은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희롱당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강남구 38세금징수팀 소속 공무원들이 지난 8월 세금을 체납한 사람의 집을 찾아가자 세금 체납자의 가족이 나와 삿대질을 하며 항의하는 모습. /강남구청

세무 공무원들은 "과세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당하기 일쑤다. 지난 3월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소속 양충승 조사관은 20년 넘게 지방세 2억1000만원을 체납한 사람(73)의 별장에서 소나무 10그루를 압류했다. 한 그루당 1억원을 주고 심은 나무였다. 그러자 이 체납자는 "이혼한 아내 재산을 부당하게 압류했다"며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양 조사관은 수개월간 업무 외 시간에 자료를 모으며 소송을 준비했다. 지난달 '소나무는 체납자 부부 공동 재산이며, 압류는 적법하다'는 1심 판결을 받았다.

고액 체납자를 상대하는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올해 초부터 지난 8월까지 소송을 15건 당했다. 매년 평균 18건꼴이다. 일단 소송하고 보자는 체납자가 많다. 류대창 38세금총괄팀장은 "조사관을 출입시켰다가 해고당한 경비원이 있다. 이들은 공권력보다 주민들을 더 무서워해 세금을 추징하러 온 조사관을 들여보내지 않는다"고 했다.

◇공항에선 관세 흥정하며 버텨

공항과 항만에서 근무하는 세관 공무원들은 입국 시 전수검사가 아닌 선별적으로 소지품 검사를 한다. 세금을 흥정하려는 입국자가 많다. 입국 시 면세 한도는 1인당 600달러(67만6500원)로, 한도를 초과하는 물품은 관세를 내야 한다. 자진 신고하면 관세의 30%를 감면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자진 신고했는데 조금만 더 깎아달라"며 버티는 경우가 잦다. 세금을 안 내고 사치품을 들여오려다 압수당한 건수가 올해 들어 8월까지 24만2847건이다. 담배, 술, 명품 핸드백이 주요 품목이다.

적발된 사람들은 일단 "내가 맞는다"며 우긴다. 지난 6일 30대 여성 한 명이 2000달러(한화 226만원)짜리 반지를 구매했다가 세관에 걸렸다. 그 반지는 여성의 왼쪽 약지에 있었다. 여성은 "내가 산 반지는 싱가포르에다 두고 왔다. 이건 원래 있던 반지"라며 발뺌했다. 공항 면세점에 가서 반지에 적힌 일련번호를 확인해 보자고 하자 그제야 인정했다. 뻔한 거짓말을 하면서 자신의 죄는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세관 공무원들은 "우리를 장사꾼 대하듯 하며 흥정하려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세관 공무원들이 조금이라도 표정이 굳어지거나 강경하게 대응하려고 하면 "인천공항이 서비스 부문에서 1위를 했다면서 왜 이딴 식으로 대하냐"는 말이 돌아온다. 세관 공무원들은 "화난 민원인을 달래느라 본 업무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단속을 하다 보면 위협적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작년 11월 인천공항에선 40대 초반 중국 동포 여성이 모조 명품 가방을 가지고 오다 적발됐다. 이 여성은 갑자기 검사장에 있는 커터 칼을 집어 들고 가방을 갈기갈기 찢어 버렸다. 인천공항 세관에서 한 중국인 남성이 지닌 고량주 2병에 관세를 물리려 하자, 그 자리에서 술병을 던져 깬 일도 있다. 32년째 근무 중인 한 세관 공무원은 "'다른 사람은 놔두고 왜 나만 잡느냐'고 항의하는 사람이 많다"며 "세금을 제대로 내면 손해 본다고 생각하며 버티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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