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눈]중국의 '일국양제' 자화자찬

김인경 2017. 10. 25. 05:2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베이징= 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홍콩이나 대만 다녀와도 주숙등기 새로 해야 해요? 한 나라라면서요.”

정말 궁금해서 더듬더듬 중국어로 묻는 나의 질문에 공안도, 부동산 업자도 대답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문제는 ‘주숙등기’였다. 주숙등기는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묵는 숙소를 신고하는 절차다. 베이징으로 나온 후 집을 구하고 나 역시 주숙등기 절차를 거쳤다. 그런데 공안이 한국이든 어디든 ‘다른 나라’에 들어갔다 올 때마다 일일이 주숙등기를 하라는 것이다.

때마침 다음달께 홍콩에 여행갈 계획을 염두에 두고 물었다. 그랬더니 당연히 해야 한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 국가라 했는데도 주숙등기를 해야 하느냐는 내 말에 공안도 그 누구도 말을 못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FPBB 제공]
덩샤오핑 전 주석이 천명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는 1997년 홍콩 반환과 1999년 마카오 반환 이후 중국 통치의 기본이 됐다. 한 국가의 틀 속에서도 다름을 인정하고 자율성을 존중하겠다는 게 이 체제의 내용이다. 그러나 막상 중국에서 지내다 보면 홍콩, 혹은 대만에 대한 차별은 적지 않다.

중국 드라마에 홍콩이나 대만 배우가 나올 땐 이름 옆에 꼭 출신을 별도로 표기한다. 취업이나 대화 시에도 중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상 검증을 하는 것은 필수다. 지난해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가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 주장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하자 중국 국민들은 본토에 진출한 홍콩과 대만 기업들을 향해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묵묵부답인 기업들에는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중국 내 차별만큼이나 홍콩의 반(反) 중국 정서 역시 고조되고 있다. 2014년 우산혁명의 실패 이후 쪼그라들었던 반중국 시위 참여 인원이 최근 들어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10일 홍콩에서 열린 홍콩과 말레이시아의 축구 예선전에서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이 나오자 홍콩팬들이 야유를 보내며 아예 등을 돌린 일 역시 이 같은 갈등을 증명한다.

대만은 더 심하다.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이 당선된 후 중국과 대만 관계는 날로 악화 일로를 달리고 있다. 중국은 대만과 수교하는 국가들을 막대한 자금력으로 유혹하는 ‘은탄 외교’를 펼치며 대만을 고립시키고 있다. 지난 6월 파나마는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를 맺었고 현재 도미니카 역시 대만 대신 중국을 택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최근 대만 내에서는 중국과 같은 표준시(그리니치 표준시 GMT+8시)를 쓰지 말고 한국과 일본 기준(GMT+9시)으로 바꾸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겠다는 대만인들의 움직임인 셈이다.

하지만 중국은 일국양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업무보고에서 시 주석은 “일국양제의 실천에서 세상이 공인하는 성공을 거뒀다”며 “역사가 남겨놓았던 홍콩과 마카오 문제를 해결하는 최적의 방안”이라고 자평했다. 대만에 대해서도 시 주석은 “조국의 원전 통일을 실현하는 것이 전체 중화 아들 딸의 공동의 염원이며 중화민족의 근본 이익”이라며 ‘평화적 통일과 일국양제’라는 방침으로 통일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을 미뤄 봤을 때 동아시아를 둘러싼 긴장관계는 당분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게다가 일본 역시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완승하며 평화 헌법을 개정,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거듭날 전망이다. 북한 역시 잠시 조용할 뿐 핵미사일 도발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역시 강 건너 불구경만 할 순 없다. 역내 긴장관계가 커질 것이 확실한 가운데 어떻게 균형을 잡아갈지 한중 양자적 관점이 아니라 동아시아라는 다자적 관점에서 풀어나가야 할 때다.

김인경 (5tool@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